송영길 프로가 윤 측의 ’생지옥 독방론'을 저격했다. 두 사람 다 내 한참 밑에 후배들인데, 후배들끼리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영 보기 나쁘다. 윤 후배는 비좁은 독방에 성경과 종이 밥상 하나만 구비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송 후배는 윤이 4인실을 혼자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둘 다 맞다. 황희 정승식 처방이 아니라 진짜 둘 다 맞다. 둘이 서로 다른 시기의 조건을 이야기하고 있을 따름이다.
윤 후배가 4인실(4인실에 실제론 8명을 수용시키고 있으므로 정확히는 8인실)을 혼자 쓴 건 탄핵되기 전이었다. 그러므로 구속 취소가 이뤄지기 전까지의 기간은 송 후배가 기억하는 바가 맞다. 그러나 재구속 이후엔 윤 후배가 주장하는 환경이 맞다. 송 후배는 보석으로 나간 터라 현재의 상황을 모르는 것이다. 윤 후배가 내 아랫방으로 왔었기에 나는 정확히 안다. 그는 현재 일반 독거 수용자와 똑같은 거실 환경에 있다. 그리고 그 환경이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5제곱미터가 안 되는 면적에 밥상용 종이 박스가 하나 있고 싱크대는 없으며 샤워, 설겆이 등을 전부 변기와 수도꼭지만 있는 비좁은 화장실에서 처리해야 한다. 윤 후배가 아니라 누가 되었건 그곳은 견디기 비참한 곳이다. 선풍기는 50분마다 10분씩 꺼지는데 그나마 윤 후배가 들어오고서 2시간마다 꺼지는 걸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현대의 살인적 폭염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송 후배는 윤 측의 푸념에 윤도 당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비판한다. 이는 비단 송 후배만의 생각이 아니라 교정시설 내 재소자라면 대부분이 공감하는 바다. 현재 윤을 동정하는 재소자는 없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모두가 윤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윤 후배가 처한 환경은 윤 그 자신이 대통령일 때 개선할 수 있었으나 방치하고 심화시킨 결과다. 그의 정권 아래 6만 재소자가 다 그렇게 지냈다. 윤 정권은 강압 행정을 지시했고 가뜩이나 열악한 교정 인권은 완전히 아작났었다.
「2024 교정통계연보 수용자 징벌부과 현황」
통계가 증언한다. 윤 정권 아래 징벌 건수는 폭증했다. 전체 재소자가 6만명인데 한 해 징벌 건수가 3만 건인, '두 명 중 한 명은 징벌받는' 생지옥을 그가 만들었다.
「2024 교정통계연보 청원 및 국가 인권위원회 진정 결과」
각종 권리구제 수단은 마다마다 인용율이 1%를 넘지 않는다. 재소자가 살려달라고 청한 긴급구제 요청 1,000건 중 999건은 스토킹 피해자들의 외침처럼 무시되는 것이다.
「2023. 08. 31. 한경 business 보도 中」
윤 정권은 사형장을 공개적으로 정비하고 사형수들을 지방에서 서울구치소로 올려보내며 생명을 담보로한 대국민 쑈도 벌였다. 극소수의 사고뭉치 사형수들을 일반화하여 사형수 기강을 잡아야 한다느니 현실과 동떨어진 논리를 펴며 국민감정을 자극해 여론을 결집시키는 데 써먹은 것이다. 나는 매일 사형수들과 운동을 다녔기에 그 당시의 그들을 기억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말 곧 죽게 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윤 정권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날'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내가 겪은 그들은 윤 정권이 묘사한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윤 정권이 말한 '정신 못차린 사형수'들은 안타깝지만 의학적으로 정말 정신이 아픈 사람들이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는 힘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사형수들의 목숨으로 역겨운 장난을 친 데 불과하다.
「2024. 8. 7. 한국일보 보도 中」
교정은 전반적으로 탁상·무식 행정으로 변해 국선변호인을 접견해도 교도관 앞에 나체로 서서 신체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에 서울구치소는 어느 여성 수용자에게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 되었고, 나하고도 현재 그 문제로 소송 중에 있다. 그런데 아마 윤 후배는 수 십 건의 장소변경접견을 하면서도 신체검사가 예외 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느 재소자도 윤을 동정하지 않는다.
「2025. 07. 28. 연합뉴스 보도」
윤 후배는 불평하기에 앞서 알아야 한다. 윤이 ‘생지옥’이라 느끼는 그곳이 어느 재소자들에겐 뒷돈을 먹여서라도 가고픈 도피처라는 사실을 말이다. 일반적인 재소자들에겐 윤의 생지옥 그 이상의 지옥이 주어져 있음을, 그리고 그 지옥을 만든 게 자신이라는 사실을, 윤은 먼저 알아야 한다.
「the 시사법률 2025. 08. 02. 보도 中」
한편 나는 송 후배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윤 후배의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 윤의 인권은 윤의 것이기 이전에 인간의 것이기 때문이다. 윤이 만든 지옥에 윤이 오게 되었듯, 타인의 인권이 무너지면 머지 않아 자신의 인권도 무너지는 법이다. 나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여 감옥에 온바 그 이치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 누구의 권리이건 우리는 그것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윤이 어떤 사람이고 무슨 짓을 했건 그것은 윤의 존엄성을 파괴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다. 그에 맞는 대우를 해야 한다. 그가 속옷 차림으로 특검에 저항하게 된 것은 그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 국가의 비극,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땐 사동 전체를 비워주고 거실 내 소파를 놓아주는 등 어느 정도의 예우를 갖추었다. 그런 건 특혜가 아니다. 노인을 꼬마 대우하는 게 평등이 아니듯, 사람 마다 마다의 지위에 따라 예우하는 것은 불평등이 아니다. 감옥은 윤석열을 다른 수용자에 맞추어 평등해질 게 아니라, 다른 수용자들의 처우를 끌어올려 평등해져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자 편 많은 윤석열의 처우가 엉망이라면, 돈 없고 가족 없고 힘 없는 재소자들의 처우가 어떠할지는 뻔한 것이다. 그러한 감옥의 인권은 사회 내 인권 수준의 절대 하한을 형성하여 종국엔 사회로 환원된다. 쉽게 말해 감옥의 인권 수준이 0이라면 사회 내 최하층 인권은 1~2 정도로 형성되는 것이다. 감옥 인권이 5 정도라면 사회 내 최하층 인권은 6~7 정도로 형성된다. 그런데 지금은 감옥 인권이 마이너스 수준이다. 감옥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만델라의 말을 우리는 새겨볼 필요가 있다. 윤 후배에 대한 집단린치에 동조하거나 박수 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집에 불을 내며 기뻐하고 있는 격이다. 무너진 윤의 인권은 곧 사회 곳곳에 여러 형태로 청구서를 내밀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권은 윤이 만든 생지옥을 해결할 수도 있고 방치할 수도 있고 더한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다. 결과는 수년 뒤 통계가 증언할 것이다. 나는 이 정권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작년 초 몇 달간 민주당 보좌관 출신 P씨와 운동을 다닌 적 있다. 그는 외국인 사동에 배정되어 단식을 하며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누구도 그에게 전화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아 구속된 이래 한 번도 전화를 써본 적이 없다길래 내가 그를 전화부스로 데리고 가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전화를 마친 그는 와이프가 서울대 대학원에 합격했노라며 나에게 자랑했고, 나는 그의 밝아진 표정에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주로 교정 인권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그는 복도에서 기동대에게 개처럼 끌려가는 수용자를 보며 저래선 안 되는 거라고 분노했다. 법무부가 기껏 설치한 전화의 허용 횟수를 축소하자 너무도 야박한 결정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자신이 나가면 이 안의 실태를 알리고 개선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정권이 바뀌면 분명 이곳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그는 보석으로 나갔고 정권은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곳은 나아진 게 없다. 그의 말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정권은 윤 정권이 연 지옥문을 닫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그런 정권이 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그들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사실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