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학 칼럼] 1월, 이 때쯤





정재학 칼럼니스트
경기데일리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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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학 시인 칼럼니스트 
   

이경규가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웬일인가 싶었다.

무심코 돌리는 채널에 이경규가 잡혔기 때문이다. TV엔 미스트롯4가 진행 중이었다.
이소나의 노래를 듣고 흥 많은 양반이 참지 못하고 춤을 추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홍자가 나왔다는 말에  거실로 가서 화면을 보니, 현역가왕3도 시작하고 있었다.
뭔 복인지 모르겠다. 어여쁜 것들이 올 겨울 이렇게 가득 내 삶의 주변을 채워줄지는 정말 몰랐다.

 

겨울감나무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영하 10도쯤의 하늘은 사납기가 그지 없다.
그 하늘 높이로 주황빛 감 몇 개가 보인다면, 비록 까치밥일지라도 하늘은 참 온화해 보이리라.
군복무 시절, 겨울밤 보초를 서다 보면 발은 시리고 눈가 물기마저 얼어붙을 때, 멀리 원통 고을 불빛이 얼마나 따스해 보였는지.






 

 


▲ 백양사의 감나무 모습  © 경기데일리

 




그러지 않아도 계절이 1월인 지금 가혹한 추위에 핏속마저 얼어붙을 때, 중국으로 간 도둑놈은 서해를 중국에 바치고 있는 모양이다.
분노에 눈빛이 흐려져 몸이 휘청거린다. 겨울감나무가 보고싶어졌다.

 

아직은 1차 예선 중이라, 미스트롯4이든 현역가왕3이든 시야가 좁혀지지 않는다.
간미연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후다닥 달려가 30년 전의 추억을 꺼내들었다.
룰라의 김지현도 적우도 나왔으니 TV 앞을 떠날수가 없다.

 

벗들은 지금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바쳐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러나 독재자는 자신의 불의로부터 몸을 숨기고자 '빵과 서커스'를 제공한다.
공짜로 주는 먹을 것으로 배부름을 즐기고, 노래와 춤에 빠져 흥겹게 사노라면, 독재가 무엇인지 누가 알랴.

 

'빵과 전차경기'는 로마의 풍자시인으로 후대 유럽 풍자 문학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유베날리스가 서기 100년경에 사용한 말이다.
지금은 '빵과 써커스'란 말로 변화되어 쓰인다.

 

시민들은 국가의 정치에 관심을 갖고 여론을 형성하여 권력의 탈선을 감시해야 함에도, 빵과 유희,
향락으로 길들여져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유베날리스의 '빵'과 서커스'는 오늘날에도 우민화 정책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쓰이는 말이 되었다.

 

미스트롯4를 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는다. 이 찬바람 속에 벗들은 거리에 있다.
벤치에 앉아 돌아가신 분도 계신다. 명복을 빌면서도 시선은 자꾸만 현역가왕3을 찾고 있다.
독감에 걸려 근 보름을 고생한 몸이 주책도 없다.

 

삶이 1월일지라도, 햇빛 잘드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절기로 소한을 지나고 있다
. 곧 대한이 지나면, 그 다음이 입춘이다. 1월은 엄동설한, 새하얀 어둠이면서 희망이다.
희망을 안고 살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희망밖에 없다.

 

군부대 정문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총 대신 삼단봉을 들게 하자는 민주도둑놈들이다.
삭풍이 몰아치는 전선을 지키는 국군에게 봉급도 못준다는 1월이다.

 

그리하여 1월은 희망보다 도둑놈 막기에 집중해야 하는 달일지도 모른다. 말라버린 국방비 1조 5000억. 설마 국민지원금으로 국방비를 끌어다
썼을까 싶지만, 국방안보까지 잡아먹으면서 '빵과 써커스' 포퓰리즘에 집중하는 놈들을 뭐라 불러야할까.
어제나 오늘이나 나라 망치는 민주도둑놈들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인천공항 게시판에 뜬 환율이 1540원. 이를 방어한답시고 국민연금으로 해결한다고 하니, 이미 국민연금도 도둑놈들이 혀를 댄 모양이다.
노란봉투법이라도 폐지시키면 도망간 투자자나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리오마는, 그리하여 환율도 안정되겠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괜히 도둑놈들이겠는가.

 

장동혁이 윤대통령 계엄에 대해 사과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말이지만, 세력에 밀리다보니 어쩔 수가 없나보다.
까짓 말로하는 사과야 얼마든지 해도 좋다는  생각이다. 립서비스도 있는 판에 정치가가 뭔들 못하랴.
한신이 불량배 다리 밑으로 기어갔다는, '과하지욕(誇下之辱)’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지금의 치욕을 갚아 줄 날이 올 것이다.

 

나도 이경규처럼 춤을 추고 싶었다. 이 엄혹하고 을씨년스런 세상에서 나도 이경규가 되고 싶었다.
마침 다현이 언니 도현이도 나왔단다.
누군가는 미스트롯4 이엘리아 노래도 들어보라고 한다. 모두 겨울감나무들이었다.

 

부족하고 미약하지만 그토록 오랜 세월 애국의 길을 걸으면서도, 나는 따스한 위안을 주는 겨울감나무처럼 살고 싶었다.
너와 나, 팍팍한 삶에 따뜻한 온기를 주는 것은 겨울감나무 같은 시(詩)였다.
시는 내 삶의 겨울감나무였다. 시로 인해, 그나마 나는 숨을 쉬고 살 수가 있었다. 

 

이제 1월이 지날 무렵엔 감나무에 감은 모두 사라지고 없겠지만, 곧 미스트롯4도 현역가왕3도 예선이 끝나고 본선에 들어갈 것이다.
누구의 노래이든 햇빛 따스한 날만큼이나 기다려보겠다.

 

그때쯤은 혹시 산수유가 피고 산에는 복수초가 피어나지는 않을까나.
그리고 민주라는 이름의 도둑놈들도 사라지고, 눈물 많은 이 땅에도 봄이 오지는 않을까나.



 

2026. 1. 7.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