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몇 일 있으면 47세 되는 20년차 딸배인생..
배달 할 의욕은 나이 들수록 없어지는데,
일 할때 진짜 재미없고,
배달 뛰다가 열받는 일 이라도 생기면
어디 화풀이 할데도 없고
나혼자 허공에다 소리지르고 그런다.
그런게 너무 싫어서
뭔가 일할 때 재미를 만들게 없을까?
궁리하다가..
한 6개월 전부터


요렇게 도라에몽 열쇠고리를 사서
배달 음식 놔두고 인증사진에
도라에몽이 같이 나오도록 찍기 시작함 ㅇㅇ
나혼자 재미를 찾으니까 찾아는 지더라.
그러다가 한 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강남에 어떤 오피스텔에 갔는데,
배달하다 보면, 안에서 인기척 다 들리고 그런다.
그 집이 젊은 커플이 동거하는 데였음.
그때 배달 인증사진을,
도라에몽이 진짜 귀엽게 나오도록
찍었거든?
그니까 안에서 남자애가 여친한테
"야, 이거 봐봐."
이러니까 여자가 '부와악!' 하고 터지는 소리 나더라.
남친애도 센스 있더라.
지 여친 한 번 웃게 해주고 거저 점수 따고
암튼..
보람 있더라.
음식 먹을 손님한테 소소한 기쁨도 주고.
나 자신 한테도 일하면서 피로회복 효과있고..
근데 AI가 콜 배정을 하다보면,
소위 '묵은지' 라고,
이미 손님이 오래기다린 상태인 일거리가 있다.
앞전 배달부가 실수해서 다시 가는 껀 이거나
그래서
실제 손님이 너무 오래 기다려서 존나게 열받아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음식 집어가고 문닫는 낌새도 퉁명스럽게 느껴짐 ㅇㅇ
그럴때 말하자면 '까꿍' 한 번 해주는 거지.
늦게가나 빨리가나 좋고,
내가 오배송 해도 좋은 거고.
[아기가 자고 있으니 놓고 가세요] 요런 집에는
분위기 딱 맞춰줘서 좋고.


요런 느낌이다. 어떠노?
나는 5층 짜리 엘베없는 집 올라가거나.
열 받을 일 생길때, 지치는 순간에
일부러 더 저렇게 찍어서 배달완료 시킨다.
도움 많이 되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