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진압 거부' 中 사령관 "역사의 죄인이 될 순 없었다"
35년 만에 재판 영상 공개... 평생 투옥·감시 받아
조선일보 2025.12.18.

쉬친셴 전 사령관 재판 영상. /유튜브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당시 강제 진압 명령을 거부해 옥고를 치른 고(故) 쉬친셴(徐勤先)
전 인민해방군 38군 사령관의 재판 영상이 공개됐다.
1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쉬 전 사령관이 톈안먼 사태 이듬해 중국에서 진행된 비공개 재판에서
무장 병력 투입을 통한 무력 진압 명령을 거부한 이유 등을 설명하는 장면이 담긴 6시간 분량의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쉬 전 사령관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 당시 무력 진압 명령을 거부해 5년간 투옥당한 바 있다.
출소 이후에도 여생을 가택연금과 당국의 감시 속에서 살았다.
당시 쉬 전 사령관의 불복종이 어떤 과정에서 이뤄졌는지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상세한 내용이 불분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재판 영상을 두고 NYT는 “그가 비밀리에 회부됐던 군사재판 영상이 유출되면서,
덩샤오핑이 베이징에 군을 투입하려 준비하던 과정에서 군 내부에 존재했던 긴장과 갈등이 이례적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1990년 3월 17일 촬영된 해당 재판 영상을 보면 쉬 전 사령관은 군인 3명이 에워싼 가운데 사복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다. 법정 내부에는 단상 위 판사 3명이 있고, 방청객은 아무도 없다.
재판 중 쉬 전 사령관은 선처를 구걸하지 않았다.
대신 왜 무력 진압 명령을 따르지 않았는지에 대해 짧고 단호하게 밝혔다.
명령 불복종 사유를 추궁하는 재판장의 심문에 “개인적으로 참가하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단지 참가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인 문제냐’는 추궁에는 “그렇다”며
“당시 개인적으로 이는 참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누구든 이 일(무력 진압)을 잘 수행하는 사람은 영웅이 될 수 있고, 이 일을 잘못 수행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주변에) 말했다”고 진술하는 대목도 나온다.
중국에선 톈안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과 관련한 콘텐츠는 철저히 검열된다.
이 영상이 어떤 경로로 확산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았으나, 영상이 올라온 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가 현재 125만회에 달한다.
중국에서 유튜브는 접속이 차단된다.
현재 해당 영상에는 “한때 38군에서 복무했던 노병으로서, 쉬 전 사령관이 정말 자랑스럽다”
“역사와 인민은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쉬 전 사령관이 군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유튜브
영상을 유튜브에 공유한 중국 출신 대만 독립 역사학자 우런화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올리는 것을 보고서야 저도 영상을 게시했다”며
“이 영상을 신뢰할 만한 출처로부터 받았지만, 출처의 신원은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상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세부 사항 등을 면밀히 검증했다”고 했다.
우런화는 이번 영상의 의미에 대해 “지난 30년 넘게 톈안먼 관련 자료를 수집해 왔는데, 이번 재판 영상은 내가 접한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자료”라며 “쉬 전 사령관의 항명은 톈안먼 사태에서 결정적 사건이었지만, 이 영상이 나오기 전까지
많은 세부가 불분명했다”고 했다. 우런화 역시 1989년 베이징의 젊은 학도로서 톈안먼 광장에 나가 시위에 참여했다고 한다.
한편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를 요구하며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학생, 노동자,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이용해 강제 진압하면서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을 말한다.
당시 최고 실권자이자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었던 덩샤오핑의 구두 지시를 받아 강경파였던 양상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전면에 나서 군을 동원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쉬 전 사령관은 2021년 1월 8일 정오쯤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의 한 군 병원에서 85세로 숨졌다.
심각한 안구 질환 등 건강 문제를 겪던 쉬 전 사령관은 사망 당일 음식물이 목에 걸려 질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스자좡 지역이 전면 봉쇄됐던 탓에 세 자녀 외에는 장례식장 방문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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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