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분석

금융자산 10억이상 부자들
비중 1위 자산은 주택이지만
부동산 규제에 관망세 뚜렷
현금·주식·가상자산은 늘려

보유주식 국내 6개·해외 5개
반도체·AI·방산주 많이 담아
美·中·베트남·홍콩·유럽 順

 한국 부자들은 올해 부동산보다 주식 등 금융투자로 자산을 늘렸으며, 내년에도 국내외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학습을 부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 부자들은 올해 부동산보다 주식 등 금융투자로 자산을 늘렸으며, 내년에도 국내외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학습을 부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사진 = 연합뉴스]100억원대 금융자산을 가진 60대 남성 A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1~2시간 동안 경제신문과 유튜브를 통해 밤사이 벌어진 해외 뉴스와 오늘의 주요 이벤트를 체크한다. 올해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으로 50% 이상 수익을 올린 A씨는 내년에도 전반적으로 유동성 확장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 투자 비중을 올해보다 늘릴 생각이다.

올해 부동산보다 금융 투자로 더 많이 자산을 불린 한국 부자들은 내년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식자산이 가장 유망하다고 내다보고 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은 “부자가 되고 싶으면 스스로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진 부자들의 총자산 가운데 비중이 큰 자산은 ‘거주용 주택’(31.0%)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12.0%) ‘거주용 이외 주택’(10.4%) ‘예·적금’(9.7%) ‘빌딩·상가’(8.7%) ‘주식’(7.9%)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부자들의 주요 자산별 포트폴리오에서 주목할 대목은 유동성 금융자산과 주식 비중이 각각 0.4%포인트, 0.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 7~9월 부자 400명에게 지난 1년간 금융 투자 성과를 묻자 ‘수익을 냈다’고 답한 비율이 34.9%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조사 때 비율(32.2%)보다 2.7%포인트 올랐다. 김남경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주식시장의 강한 반등과 채권시장의 양호한 성과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에 투자하는 부자들은 평균적으로 국내 주식 5.8개, 해외 주식 4.9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었다. ‘서학개미’ 열풍으로 지난해보다 해외 주식 수가 0.7개 늘었다. 부자들이 보유한 주식을 업종별로 보면 국내외 모두 ‘반도체·디스플레이’가 가장 많았다. 국내에선 10명 중 7명꼴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주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 순이었다.

해외 투자 국가별로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 부자 가운데 53.6%가 미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중국(19.6%), 미국 제외 아메리카(12.5%), 베트남(7.5%), 홍콩(7.2%), 유럽(6.5%), 일본(5.6%) 순이었다.

반면 부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거주용 주택, 빌딩·상가 비중은 각각 1.0%포인트, 1.6%포인트 줄었다. 부동산 시장 관망세와 부동산 신규 투자 위축 때문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한국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자산 비중의 감소는 추세적이다. 2011년 58.1%를 차지했으나, 2025년에는 총자산의 54.8%를 차지했다. 이재명 정부가 돈의 흐름을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돌리겠다고 밝힌 만큼, 부자들의 주식자산 비중 확대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 부자들은 올해 부동산보다 주식 등 금융투자로 자산을 늘렸으며, 내년에도 국내외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학습을 부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 = 연합뉴스]
한국 부자들은 올해 부동산보다 주식 등 금융투자로 자산을 늘렸으며, 내년에도 국내외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학습을 부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 = 연합뉴스]실제 부자들은 내년도 유망 투자처로 절반이 넘는 55%가 주식을 꼽았다. 주식자산에 대해 ‘투자 금액을 늘리겠다’고 답한 의견(17.0%)이 ‘투자 금액을 줄이겠다’는 의견(5.8%)에 비해 3배나 많았다. 향후 3~5년 중장기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유망 투자처로도 주식(49.8%)이 1위로 꼽혔다. 작년보다 응답률이 14.3%포인트나 뛰었다.

부자들이 내년 유망 투자처로 꼽은 자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가상자산이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가상자산이 유망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8%에 불과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12.5%로 급증했다. ‘금과 보석이 유망하다’고 꼽은 부자 비율도 지난해 33.5%에서 올해 38.8%로 5%포인트 이상 늘었다.

한편 부자들의 금융 투자 성향을 보면 높은 수익률만큼 큰 손실도 감내할 수 있는 ‘적극투자형’과 ‘공격투자형’의 합이 올해 17.1%로 1년 전보다 3%포인트 줄었다. 반대로 ‘안정형’과 ‘안정추구형’의 합은 44.3%에서 49.3%로 5%포인트 늘었다. 올해 주식시장의 큰 상승세와 지속되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부자들 사이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긍정적 견해와 견제 심리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자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일반인에게 조언한 ‘성공적인 자산 관리를 위한 노하우’ 1순위는 ‘지속적으로 금융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15.0%)로, 스스로 금융 지식을 쌓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