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유인우주선 '선저우 19호'가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모습. /사진=AP, 뉴시스
중국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유인우주선 '선저우 19호'가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모습.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홍인표 기자] 호주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최근 발표한 '2025년 핵심 기술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74개 핵심 기술 중 중국이 66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반면 미국은 나머지 8개에서만 선두를 유지했다고 호주 ABC방송이 8일 전했다.
 

보고서는 각 기술 분야에서 상위 10% 피인용 논문 성과를 측정했으며, 그 결과 인공지능(AI) 8개 기술 중 7개에서 중국이 선두에 올랐다. 첨단 소재 및 제조 기술 13개 전 분야에서도 중국이 우위를 점했다. 국방·우주·로봇·교통 관련 7개 기술 역시 모두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 에너지·환경 분야 10개 중 9개, 바이오·유전자·백신 분야 9개 중 5개에서도 중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글로벌 기술 우위는 사실상 거의 전면적"이라며 "동맹국들이 협력을 강화해 기술 집중 리스크를 줄이고 전략 기술의 발전 방향을 공동으로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SPI는 "중국이 AI, 국방, 항공우주, 에너지, 바이오테크 등 다수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첨단 수준에 도달하여 다른 지역을 크게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 전환 가속화 프로젝트의 파우스틴 더라살은 인터뷰에서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준"이라며 "과거 서방을 뒤쫓던 위치였으나 이제는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고, 앞으로는 서방이 중국을 다시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2000년대 초반까지 압도적 연구 우위를 유지했지만, 중국의 장기적·대규모 기초 연구 투자와 전략 기술 육성 체계가 결합되면서 대부분 영역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는 기술 분야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지구공학(geoengineering) 등 8개뿐이다. 그나마 BCI 분야는 중국 연구기관이 상위 10위에 단 한 곳도 없는 유일한 기술로, 상위 7개 연구기관이 모두 미국에 있다. 반면 소형 위성 분야는 기존 미국 우위였으나 이제는 중국이 추월했다.
 

ASPI 국가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ASPI가 꼽는 지속적 '상승 곡선'을 보이는 국가로 평가됐다. ASPI 기술 트래커가 출범한 2023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올해는 32개 기술에서 세계 상위 5위권에 들었다. 이중 수소·암모니아 발전 분야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미국 애널리스트 댄 왕은 자신의 저서에서 "미국은 '변호사에 의한, 변호사를 위한 정부'를 운영해 규제가 심해 엔지니어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반면, 중국은 엔지니어링의 모든 차원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학자 출신 칼럼니스트 노아 스미스는 최근 글에서 중국의 이른바 '신형거국체'에 대해 "중국은 정부·학계·기업·금융이 각자 자기 이익만 좇는 표준 혁신 모델을 폐기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국가 목표를 향해 이들의 상호작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체제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산업을 사례로 들며 "중국 정부가 자급자족 목표를 제시한 뒤, 그 목표 달성에 필요한 핵심 돌파구(breakthrough)를 역산해 기초·응용 연구에 자금을 투입하고, 이를 기업에 이전해 제품 개발과 상업화·대량 생산까지 지원한다"고 분석했다.
 

ABC방송은 "미국은 머지않아 중국이 더 이상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며, 현대 세계의 핵심 기술을 점차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중국의 글로벌 기술·공학 패권을 향한 질주는 계속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