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답답해서 밖에 나갔는데 갈 곳도 할 것도 없더라
오고 있는 아무 시내버스 잡아서 하염없이 시내 구경,사람 구경했다
낮시간이라 노인네들,어린 학생들만 보였다
젊은 사람도 간혹 있었지만 그냥 봤을땐 뭐하는 사람인진 모르겠더라
연차내고 볼일보러 나온 사람인지, 공시생인지 취준생인지...
다만 나같이 길 잃은 사람은 없어보였다
다들 목적지에 칼같이 내려 어디론가 사라질 뿐이었다
그렇게 해류를 타고 넘실거리는 것 처럼 대중교통을 타고
목적없이 흘러가다 시간을 보니
두세시간도 안 지났더라.
처음보는 동네에 내려서 이곳저곳 구경도하고
강에 놓여진 다리도 건너고 골목길도 돌고 공원도 보고 했지만
시간은 정말이지 조금 지나있었다
하루가 이렇게 긴거였나
일할때 느꼈던 그 긴긴 시간과는 또 다른 상대적인 시간감각이었다
하루가 너무나 길다 감당키 어려울만큼
완전히 길을 잃었다... 둘 다 내가 선택해서 일부러
길을 잃어본거다
삶도 생활도 길을 잃었다
이대로 목적없이 계속 헤메이기만 하는 인생일지 덜컥 겁도 난다
그렇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태어난게 내 선택이 아니었듯 살아가는 것도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게 아닐까 할뿐
다만 마지막 순간은 존엄을 지키며 죽고 싶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