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 읽기 싫은 사람들은 큰 글자 찾아서 보고 싶은 것만 봐.
딸배입문계기
나는 유치원때부터 부산에 26살까지 살았다.
고아보다 못한 부모님들의 대우속에,
(방임하면서 무시하는 아동학대였음)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던
학창시절 나는
사실 집이 없는 아이였고
집에 들어와도 '내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마치면 친구집에서
지내거나 친구집에서 자고,
방학때는 아예 친구집에 살다시피하면서
가끔씩 집에 들어왔다.
그렇게 산 학창시절인데,
그 애가 커서 사회에 나가서
뭘 제대로 할 수 있었겠냐?..
나는 부산에서 살았던 모든 가정환경에 염증을 느끼고
그냥 아무죄도 없는 부산 차체가 싫어졌다.
그래서 2006년 3월
새로운 세상을 찾아서 오토바이를 타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오토바이에 달린 짐 가방에
비옷이랑 중요한 물건 몇 가지만 달랑 우겨넣고
달리는데, 내 수중에는 달랑 3만원이 있었다.
돈이 없으니
일단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 시키는 곳을 찾아야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충무로역 부근에 '진양귀금속상가' 라고 있는데
그 건물 앞에 꽂혀있는 '교차로' 라는
생활신문을 하나 뽑아 들었을때,
내 배달 인생은 시작 되었다.
딸배를 분류한다.
나는 음식배달을 시작하게 된 진입 경로와
태어난 가정환경에 따라서
'태생형', '어쩌다형' , '가장형'의
세 부류로 나눈다.
◆태생형
바로 나 같은 부류다.
가정 환경이 불우해서 ,
양육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씨발 아니다.
그냥 '잘~ [못] 태어나서' 배달하게된 사람들.
현재의 플랫폼 배달이 없던 시대에도
배달일을 해봤던 사람들이다.
<특징: 나온 가정에서부터 마음 둘 곳이 없었으니
성인이 되서 이 일을 하면서도 마음둘 곳이 마땅치가 않다.
그래서 수시로 근무태도가 안좋아 지거나 잠수를 타는
행태를 보이면서 일을 한다. 결혼이나 안정된 생활이
늦어지기 쉽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다.>
◆어쩌다형
부업이나 알바로 하게 된 사람인데,
이 일을 철새식으로 하거나 알바식으로 하는 ,
학창시절과 가정환경이 멀쩡했던 사람들이다.
대학 진학을 했을 가능성이 많고, 플랫폼 배달이
생기기 전에는 이 일을 안 해본 사람들.
<특징: 현재의 플랫폼 배달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다. 왜냐?
옛날에 배달을 해본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선입견과 피해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형
배달일을 시작하기전에 이미 가정을 이뤘어야 여기에
들어갈 수 있다.
과거에 사업을 했었거나 번듯한 직장에 다녔던 사람들.
그런 돈벌이로 말짱하게 가족들 건사해왔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그저 '수입원'의 수단으로써
배달을 할 뿐인 사람들.
<특징:근태와 출근, 근무시간이 가장 길면서도 꾸준한 진짜 일꾼
들. 제대로 돈 벌어가시는 분들 . 배달플랫폼의 우주보다
방대한 폐해들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음>
딸배인물열전
♠ "하루 이틀 해!?" 형님
하루는 내가 이 형 앞에서 지도를 오래 보고 있었는데,
" 너 일한지 한 달 넘었지? "
"네!"
" 근데 ,뭔 지도를 그래 오래보냐?
다 - 니가 가본 그 옆이고, 그 옆이야.
하루 이틀 해?!"
...
그 형이 항상 강조한 말씀이
" 길을 찾아서 간다고 생각하지말고, 니가 공중을
날아다닌다고 생각하고 지리를 파악하란 말이야~
니가 날 수가 없으니까 할 수 없이 길로 가는 거라고!"
지금도 많은 귀감이 되는 분이고, 가르침 받은 건 별로 없지만
마음속에 내가 사부라고 생각하는 분이다.
♠賢者
내가 일하는 곳에 어떤 분이 면접을 왔다.
근데, 면접을 다 봤으면 집에 가야 될거 아니냐?
근데 주변에서 계속 서 있으면서,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있으시면서 ,결국 점심시간에 가게가 어떻게 돌아가는
가를 지켜보고 가시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바쁜 시간에 "ㅆ" 들어간 말을
사장이 내 뱉는지. 사장이 얼마나 도와주는지. 업무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보는 거였다.
♠권총 찬 사나이
키가 작고 퇴역 군인 출신인 중국집 사장이 있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가스총을 차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이 사장은 항상 월급을 '자기앞수표'로 주는 사람인데,
월급 탄 다음날 직원이 출근을 안하면
수표를 부도처리 해버렸다고 함
♠신기루 사나이
오토바이 레이서 자격을 가진 친구였는데,
예는 따라잡기는 커녕 가까이 붙는 것 조차 불가능한 애였다.
일단 길에서 얘가 보여서 가까이 갈려고 하면,
벌써 저 쪽에 길 꺾이는 데로 가서 사라져 버리는 애였다.
오토바이 타는 걸 보면, 소리도 별로 요란하게 땡기지도 않고,
자세도 놀듯이 풀려있는 자세로 타는 애 였음.
♠ 손으로 철조망을 만져서 쇠구슬로 만들 거 같은 형
윗사람 눈에 들 수 있는 보여주기식 액션의 달인,
알고보면 째째하고 자기밖에 모르지만, 최후의 승자.
일단 이 형이 뭘 고치거나 손을 댔다하면 결과가 참 좋았다.
근데 그 결과보다 좋은 건,
보는 사람의 눈과 심정이었다.
제목 그대로 이 형이 날카로운 철조망을 주물떡 거리면
맨질맨질한 쇠구슬로 변할 거 같은 사람이었다.
이 형은 내가 강남에서 짱깨로 처음 일 했을때 ,
랩대를 보던 형인데,
랩대란, 나온 음식을 포장해서 통에 넣고 배달을 보내는 역할.
배달부 6명 이상 돌아가는가게 랩대는 아무나 보는 게 아니었다.
한번은 오도바이 리스 정비기사가 왔는데,
이 형이 오토바이를 주물딱 거리니까, 리스 기사가
혹시 정비일 해볼 생각 없냐고, 나보다 잘하겠다고 하더라.
암튼 , 이 형이 중국집 몇군대 일반 배달부로
몇 년 세월을 보내더니
나중에 대형병원에 있는 큰 중국집 주방으로 들어가더라.
거기서 모은 돈 이랑 사업자대출 이런 거 끌어다가
강남에 떡하니 가게를 인수하더니,
몇 년새 빚 다갚고 , 인수 했던 가게 다시 팔고,
지금은 강북 어디에 배달 안하고 홀만 하는 중국집
새로 차려서 편하게 지내면서 지인들이랑
술자리나 하고 다니더라.
원래 날렵했는데 살 많이 찜.
배달 이란 게 한 번 발들여 놓으면 죽을때 까지
손에 든 배달통 놓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데,
이 형은 꿈을 현실로 만든 신화같은 인물이었음.
세 줄 요약
1. 태어날때부터 이미 망했고,
2. 학창시절도 망할 예정이었고,
3. 앞으로도 망할 일만 남은 46살 딸배의 글 잘 읽었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