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쿠폰플레이션'과 흥선대원군의 '당백전', 그리고 서학개미의 눈물




 
  • 김병욱 기자
  • 뉴데일리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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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당백전 망령…조선 후기 쌀값 6배 폭등
지방재정법 개정에'돈 풀기' 봇물… 파주·전북 등 현금살포
원달러 급등은 정부 돈풀기 탓, '서학개미' 희생양 안돼
"돈 찍으면 서민 증세"라던 李… 재정정책 되돌아봐야







 
  • ▲ 흥선대원군 이하응 사진ⓒHulbert, Homer B., 흑백사진(1906),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 흥선대원군 이하응 사진ⓒHulbert, Homer B., 흑백사진(1906),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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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66년(고종 3년) 후기 조선의 경제는 '당백전(當百錢)'이라는 새로운 화폐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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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시 흥선대원군은 떨어진 왕실의 권위를 세우고자 경복궁 중건이라는 무리수를 뒀고,
  • 바닥난 국고를 채우기 위해 액면가만 기존 상평통보의 100배에 달하는 고액권 화폐를 찍어냈다.

    시장은 냉정했다.
  • 구리 함유량 등 실질 가치는 기존 화폐의 5~6배에 불과한데 명목 가치만 100배로 뻥튀기된 이 '악화(惡貨)'를
  • 시장은 신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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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과는 참혹했다. 발행 1~2년 만에 7~8냥 하던 쌀 한 섬 가격은 44~45냥으로 6배나 폭등했다.
  • 600%의 살인적인 초인플레이션이었다. 백성들은 당백전을 '땅돈'이라 비하해 불렀고,
  • 여기서 가진 게 하나도 없다는  '땡전 한 푼 없다'는 말이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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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선대원군의 빗나간 재정 정책이 백성들의 삶을 '땡전' 신세로 전락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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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대한민국에서 이 160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 명칭만 '지역화폐', '소비쿠폰', '지원금'으로 바뀌었을 뿐,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 없이 빚을 내어 시중에 유동성을 쏟아붓는
  • '이재명표 쿠폰플레이션(Coupon+Inflation)'은 당백전 사태의 21세기 판박이다. 

    정부는 정책금융의 지방 공급을 기존보다 25조원 늘려 2028년까지 연간 12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지난달 선언했다. 

    여기에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자체발 '당백전 발행'에 날개를 달아줬다.
  •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지자체는 천재지변이 아니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재정수요'라는 모호한 명분만 있으면
  • 지방채를 발행해 현금을 살포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전국은 돈 풀기 경쟁에 돌입했다.
  • 경기 파주시는 내년 설 명절 전후로 시민 1인당 10만 원씩 '기본생활안정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
  • 전북특별자치도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까지 매월 수당 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돈을 물 쓰듯 하면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게 경제학의 당연 이치다.
  • 베네수엘라를 언제까지 비웃을지 모를 일이이라는 자조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괜스레 나오겠는가.  

    그런데 정부는 반성은커녕, 엉뚱한 곳에 화살을 돌렸다.
  • 원화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환율이 1500원을 눈 앞에 두자 '국민탓'을 시작했다. 

    이번 희생양은 바로 '서학개미'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 서학개미에게 부과하는 양도세와 관련해 "필요하면 얼마든지 (인상을) 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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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해외주식 양도차익 250만원 초과분에 '22%' 세금을 내고있는 서학개미들은 분통을 터뜨리는 동시에
  • "국가가 고작 개인을 상대로 환율방어의 실패 책임을 돌리는 것이냐"며 정부를 비웃고 있다. 

    물론 개인들의 해외 투자가 달러 수요를 늘려 환율을 올리는 요인 중 하나가 된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 하지만, 해외 주식 투자는 환율 상승 원인 중 말 그대로 'n분의1' 일 뿐이다. 정 작 핵심 원인이 누구이고,
  • 무엇인지는 경제학을 조금만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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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이다. 

  • '빚내서 돈 잔치'의 결말은 명확하다.
  • 경기도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전 지사 재임 시절 재난기본소득 등을 위해
  • 지역개발기금에서 빌려 쓴 돈만 약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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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빚은 고스란히 현 지사와 미래 세대의 몫으로 남겨졌다.
  • 생색은 전임자가 내고, 갚는 건 후임자의 몫인 '폭탄 돌리기'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이 모든 사태의 최고 책임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에는 누구보다 '화폐 증발'의 위험성을
  • 경고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성남시장 시절, 그는 2016년 4월30일 자신의 블로그에 '돈을 찍어내면 돈 가치가 떨어져 국민 주머니가 털립니다 …
  • 일종의 서민증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 당시 그는 경향신문의 기사 '기업 부실 방치해놓고..이제와 돈 찍어 달라면 해결되나'를 인용하며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10년 전 '성남시장 이재명'의 통찰력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 당백전이 발행되었을 때 조선 정부조차 세금으로 당백전을 받지 않아 스스로 화폐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 지금 정부가 남발하는 각종 쿠폰과 지원금이 과연 지속가능할까.

    흥선대원군은 뒤늦게 당백전 주조를 중단했지만, 이미 무너진 경제와 민생은 돌이킬 수 없었다.
  • 역사는 반복된다.
  • 다만 그 대가는 언제나 힘없는 서민들의 몫이었다는 점을 대통령은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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