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쯤이었다.



나는 이태원-보광동 일대 구역 안에서 

배달을 해주는 마트에서 일하고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김장, 겉절이 이런 걸 안하고 살지만

저 동네는  연세 많은 분들이 하도 많이 살아서

계절별로 다 하고 살더라..





팔다리 아픈 노인네들이

가파른 오르막길 동네에 모여살다 보니까

2kg 정도만 되는 물건도 전부 다 배달을 해달라고 그러니

배달 물량이 많아서 계속 밀리고

 배달부 일당을 여러명 부리게되는 그런 마트였다.




                                                                         
난 2007년에 서울에 올라와서 ,주로  중국집에서  일했는데,

20대때, 짱깨집 숙소에서  10개월 하다 그만둔 이후론

어찌된게,.

어딜가도  마음이 안맞으니,  한 군데 오래있질 못하겠더라.




그러다 2010년대 부터는 일당 어플로 일당만 다녔는데, 

어쩌다가 마트가 힘들단 걸 알면서도 

 '하루만 도전해보자'고 저 마트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됐다.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서, 물건을 너무 조금 싣고 출발해서

잔소리를 들었는데,





         ( 마트는 실제로 내가 일했던 마트지만 , 저 분은 내가 아님;) 


위에 사진처럼  앞,뒤 바구니에 물건을 싣고 가는데,

저것도 많이 실은거는 아님 ;



물건 무게가 나가다 보니까,

쇠 막대기로 오토바이를 받쳐놓지 않으면, 오토바이 넘어지고 

물건은 다 부서지는 거였음.


나중에는 잘 적응해서 잔소리는 안 듣고 일했음.




 조리된 음식을 배달할때 보다

마트가 좋은점이 여러가지 있었는데..





저 마트는 손님이 계산을 다한 뒤라서,

그냥 갖다 주기만 하면 되는 곳이었다 .




밥도 시간되면 눈치 안보고 먹고, (밥 아줌마 있음)

 조리된 음식이 아닌 식자재를 갖다주는 거기 때문에, 

천천히 정확하게 갖다주기만 하면 되니까.

일하면서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 




물론 무거운 물건을 계단 올라가며 갖다 놓는게 쉬운건 아녔음ㅇㅇ




11월 되면 김장 배추대로, 4월이면 겉절이 배추대로

오토바이에 실어다가  5층이면 5층집

 문 앞까지 배달해 줘야 되는데,



노가다는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저런 달동네 마트 배달은,  노가다 하기전

연습식으로 할만하다고 생각이 된다. 

  꽤나 빡셈ㅇㅇ..




저런 마트에서 파는 야채는 말하자면 미끼 상품이라

신선한 야채를 잘 들여놔야   사람들이 마트에 오고,

다른 공산품 같은 것도 사가는 식이더라..  




야채가 젤 무겁고 ,

손님이 골랐을 때의 상태랑

갖다주고나서의 생태가 다르다는 말 들을까봐

함부로 다루지도 못하니,

야채 조심해서 들고 내리는게 주요 업무고, 제일 빡셋다.




마칠때 되면

저 배달 내려 놓는데에 흙이랑 풀때기가 한 가득이라

판매담당직원들이 쓸고 그랬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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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짱깨집 같은 데 일 했을때, 제일 ㅈ 같았던게,

일을 다 하고나서  돈을 맞춰야 한다는 거였음. 



눈-비 오는날에 배달 다 마치고 녹초가 되어서도,

1000원이 비니 5000원이 비니 어쩌고 찾고나면

정신과 몸이 다 탈진상태가 되는 게 너무 싫었었다.




근데 마트는 짱깨때랑 비교하면,

어디 식당 같은데 물건 댈때 빼고는

돈 관련 신경쓸 일 없고,




밥 때마다 나오는 나물같은 것도 챙겨 먹으니까

왠지 피도 맑아지는 느낌이고

일 하고 나서 정신도 맑고 몸도 튼튼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짱깨는 돈이 맞아야 일당을 받는데,

마트는 돈도 안 맞추는데다가 

일당을 마치기 2시간 전쯤에  봉투로 딱 받으니까

진짜 재밌게 일했던 기억이 난다.




진작에 마트쪽에서 일했어야 했는데, 

지나고 보니 끝물 이었다..




당시 일당이 17-18만원 정도였는데, 

김장철에는 20 까지도 받았다.







명절에는  저 바구니들이  2층으로 쌓여있고 그랬는데, 

저걸 언제 다 빼나 싶어도,  해질녘되면 거짓말 같이 빠지고 그랬다.


배달부도 많을때는 6명까지 했었음.





근데 저 동네가. 안쪽에 사람들 사는 동네까지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저 길로 내려가면, 

갈 수 있는데까지만 가고, 나머지는 걸어서 가야했음.

특히 저 동네에 저런데가 많았다. 

지리 익히기도 어려웠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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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사건이 터졌다. 




거기가 가끔 가는 덴데..

오도바이를 적당히 세워놓고 한 4-50미터쯤

걸어가야 되는 

1층짜리 단독 스타일 집이었다




그 날은 내가 뭔 변덕이 생겼는지. 

평소에 가던 길로 안가고..




반대쪽으로 오토바이를 타고가서 

배달하고 나올때는 다시 오토바이를 거꾸로 돌려서 

들어왔던 입구쪽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빠져 나올려는 생각을 했다.





그 골목은 진짜 사람 한명이 지나갈 정도 밖에

안되서,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내가 다시 돌아가던지, 사람이 돌아가던지 해야되는

지도에도 안 나오는 좁은 골목이었음.   






 배달 다 갖다주고 오토바이를 반대쪽으로 돌릴려고

하는데,



이게 왠 걸? 

돌릴 공간이 없는거임 




아니, 돌릴 공간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오토바이를 그 자리에서 분해라도하지 않는이상



오토바이 머리쪽을 내가 가고 싶은 쪽으로 향하게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나는 그래도  어떻게  오토바이 뒤쪽을 잡고

잠깐 들어올려서 옆으로 조금씩 옮기는 방법으로

어떻게 해볼려고 했는데,




시간은 자꾸만 가고;;

나중에는 오토바이 바퀴가 이상한 움푹한 곳에

끼이기까지해서 

아예 잠깐 들어올리는 것도 안되는 지경이 됐다.







그때 장소가 정확하게 


 


저 사진에서  잘 안보이는,

노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X 자' 로 표시 된 곳 임.

무슬림교회 있는 근처였다.




저 사진을 자세히 보면,

회색으로 시멘트 벽이 

┌  모양 처럼 되있는 딱 꺾이는 모서리 부분에 오토바이가

끼인 거임




힘을 하도 쓰니까 힘도 없고,

지쳐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





난 미안함을 무릎쓰고 할수 없이.

119에다가 전화를 했다 ㅜㅠ





딱 전화해서 ,오토바이가 어쩌고 하니까 

대원 아저씨가

대뜸  얼마나 다쳤는지 걸어 다닐수 있는지부터 물으시더라.



오토바이 사고로 사람많이 다친 걸 많이 겪었는지
 
내가 말하는 거를 별로 들을려고 하지도 않고 

일단 무조건 출동부터 할려고 하시더라.





내가 , 도로에서 사고가 난게 아니라

좁은 길에서 오토바이를 돌릴려다가

완전히 끼여버렸다고 말씀드리니까



그때서야 주소를 물어보시더라. 




여기는 찾기도 힘든 깊은 골목 안이라서

내가 마중나갈거라고 하면서,

출동 소방대원 아저씨와 전화해서 만났다.



커다란 소방차가 와 있더라..



젊은 분 두명하고 중년쯤 되는 분 이렇게 세명이 오셨는데

내가 오토바이 끼여있는 곳까지 앞장서서

안내를 하고나니까,





그 세분이서 오토바이를 빼내서 밀어주시더라.

내가 미안해서 한 손 으로라도 밀어줄려고 했는데,


거기가 길이 워낙 좁아서 나는 아무것도 못 도와주고

뒤에서 따라가기만 했다.



뒤에서 따라가면서 계속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러면서, 마음으로만 응원했다.





불러서 괜히 허드렛일만 시킨 거 같아서

너무 미안하더라. 



내가 계속 고맙다고 하니까

나중에 

"절대 다치지말고 조심해서 타세요!"


이러고 가시더라. 


그 때 되니까 벌써 저녁 노을이 지고 있었다.  





세 줄 요약. 

1. 더럽게 하기싫은 짱깨일 하다가 이태원 산동네 마트에서 일함. 

2. 돈 많이 벌었고 재밌게 일 했었음.

3. 요령부리고 개길려는 심리가 발동했는지, 엉뚱한 짓 하다가 119 대원들 불러서 잡일이나 시키게 된 경험 . 

                    


                                                                                                         -----------------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지금은 재개발 되서 철거 될,  내가 힘들게 계단 올라가면서 익혔었던,

한남동 600번지 500번지, 이태원 보광동 비밀 지름길들아! 이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