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원, 회생절차 밟는 양식업자 도와
온라인에서 게 판매…개인회생제도 홍보
판사의 헌신 찬사 가운데 적절 여부 논란도

난징 가오춘법원 판사들 3명이 근무복을 입고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를 돕기 위해 게 판매 온라인 생방송을 하고 있다./방송화면 캡처
난징 가오춘법원 판사들 3명이 근무복을 입고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를 돕기 위해 게 판매 온라인 생방송을 하고 있다./방송화면 캡처

“여러분 제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수컷 게인데요….”

지난달 31일 중국 난징중급인민법원 위챗 공식계정에는 쇼핑 생방송이 진행됐다. 판매자는 가오춘법원 판사 3명, 게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가오춘 주민 추란 일가의 양식장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난징일보 등 현지 매체는 법원이 빚을 갚지 못해 파산과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를 위해 온라인 쇼핑 방송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운업자였던 추란의 부모는 2015년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26만위안(약 5200만원)을 배상해야 했다. 법원 중재에 따라 추란 가족은 수년에 걸쳐 피해자에게 보상하기로 했다. 추란의 부모는 해운업을 그만두고 고향 가오춘으로 돌아와 게 양식업을 시작했다. 기술 부족으로 양식장은 해마다 적자를 기록했다. 추란도 낮에는 남편과 함께 노점을 운영하고 밤에는 부모의 일을 도왔지만 빚 총액은 80만위안(약 1억6000만원)까지 늘어났다.

추란의 부모는 지난 9월 준개인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은 추란 가족이 양식장 부실 경영으로 계속 돈을 빌리는 상황에서도 매년 12월28일 법원에 교통사고 배상금을 납부하는 등 채무를 이행하려 애썼다고 판단했다. 채권자들은 배상금을 제외한 나머지 채무는 원금의 10%만 일시불로 받고 탕감하기로 했다. 게의 판매대금만으로 채무를 갚기 어려우면 은행에 저금리 장기 대출을 주선하기로 했다.

추란 가족에게는 또 시련이 닥쳤다. 추란 가족은 여전히 양식업에 서툴렀고 가을철 고온까지 겹치며 게들이 제때 탈피를 하지 못했다. 가오춘법원은 지역 게 협동조합에 연락해 추란 가족에게 기술자를 파견하고 장기적인 현장 지도를 하도록 요청했다. 나아가 게 판매철을 맞아 판사들이 직접 온라인 생방송에 나선 것이다.

판사들은 방송하면서 준개인파산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중국은 2006년 중국기업파산법을 제정해 기업회생제도를 마련했지만 개인회생제도는 상대적으로 초보 단계에 있다. 2021년 선전에서 개인파산조례가 제정되는 등 지역별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장쑤성의 준개인파산제도도 성실한 채무자를 상대로 법원이 개입해 채무조정과 개인회생을 돕는 제도다.

방송을 지켜본 누리꾼들은 “진정으로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판사들”이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방송이 진행된 2시간30분 동안 주문이 100건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혁신적 법률교육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방송이 새로운 표준이 되면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원 관계자는 “대중의 법률 교육을 위해 생방송을 진행했다”며 “이 방법을 통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직하고 성실한 채무자들이 채무를 변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은 판사들이 정규 근무시간 외 초과근무를 통해 진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