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을 녹여라"… 금관부터 김·빵까지 뜨거운 선물 외교전



 

APEC 계기, 주목받는 '정상 선물'



 

경주=주희연 기자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조선일보 2025.11.0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백악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백악관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천마총 신라 금관 모형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선물 외교’도 주목받고 있다.


정상 외교 무대에서 선물은 회담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회담 장소의 상징성이나 상대의 취향을 조사한 뒤 상대국과 조율해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 190돈(712.5g·약 1억4000만원)이 들어간 ‘무궁화 대훈장’과 함께 선물로
금박을 두른 신라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답례로 이 대통령에게 야구 방망이와 야구공을 선물했다.







美서 합성 영상 확산 - 미국에서는 트럼프 반대자들이 금관 모형을 소재로 한 합성 영상을 확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 모형을 쓴 영상(왼쪽),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을 쓰고 멜라니아 여사와 춤을 추는 영상 등이다. /X(옛 트위터)


美서 합성 영상 확산 - 미국에서는 트럼프 반대자들이 금관 모형을 소재로 한 합성 영상을 확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 모형을 쓴 영상(왼쪽),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을 쓰고 멜라니아 여사와 춤을 추는 영상 등이다
. /X(옛 트위터)




대통령실은 황금색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10월 초 제작을 의뢰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각국 정상들로부터 황금 투구, 황금 왕관 등을 선물받았다.
금관 모형 선물은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비판자들이 그를 ‘왕’에 비유하며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금관
선물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라 금관을 쓰고 춤추는 모습을 담은 합성 영상도 올라왔

다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지난 28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박을 입힌
‘황금 골프공’,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쓰던 퍼터, 일본인 최초로 메이저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의 서명이 들어간
골프 가방 등을 선물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선물이다.
마쓰야마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라운딩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답례로 어떤 선물을 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경주 명물 ‘황남빵’  이재명 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원국 대표단들에 선물한 경주 명물 ‘황남빵’.


대통령실 경주 명물 ‘황남빵’ 이재명 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원국 대표단들에 선물한 경주 명물 ‘황남빵’.




이 대통령은 지난 30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일본 총리에게 김과 화장품을 선물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김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했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과 자매결연을 한 가마쿠라시에서 제작한 바둑돌을 선물했다.

 

APEC 정상회의 주간을 계기로 방한한 미·중 정상은 지난 30일 부산 김해공항 영빈실에서 회담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추가 관세, 희토류 수출 통제 등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날 양측이 선물을 교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외교가에선 “임시 휴전 성격의 만남이었는데 선물을 주고받을 분위기였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앞서 2017년 미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미국 마러라고 리조트 저택이 그려진
도자기 식기 세트 등을 선물했다.


 

1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주석에게 줄 선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미 대통령처럼 최고 의전이 제공되는 ‘국빈(國賓) 방문’ 형식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 주석의 취향을 고려해 신경 써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1일 시 주석과의 회담에 앞서 선물을 전달하고 의미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바둑과 독서를 좋아하고,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7월 국빈 방문한 시 주석에게 바둑돌과 한국에서 생산된 최고급 홍삼인 ‘천삼(天蔘)’을 선물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12월 중국 국빈 방문 때 시 주석에게 ‘통(通)’이 적힌 신영복 교수의 서화 작품을 선물했고,
시 주석은 옥으로 만든 바둑판과 바둑돌, 말 그림을 줬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선물과 별개로 시 주석에게 국산 팥으로 속을 채운 ‘경주 황남빵’을 이틀 연속 선물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30일 경주에 도착한 시 주석에게 ‘경주의 맛을 즐기시길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갓 만든 황남빵을 전달했다.


31일 APEC 회의장에서 이 대통령을 처음 대면한 시 주석이 “빵이 맛있었다”고 감사를 표시했고,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시 주석과 중국 대표단에 황남빵 200상자를 추가로 보냈다며
상자당 빵 30개가 든 황남빵 상자 사진도 공개했다. 이날은 다른 국가 대표단에도 황남빵이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