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생산↓ 韓 실적↑…"고부가 전환 가속, 대응 필요"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자료사진) 2025.8.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중국이 철강산업의 신규 생산시설 도입 시 캐파(CAPA·생산능력)를 33% 줄이고, 생산권 잉여분에 대한 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난립했던 중국 내 영세 철강업체의 합병 등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에 고통을 겪었던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의 감산을 통한 실적 개선 기대감을 더욱 키워나갈 전망이다. 다만 중국이 고품질 철강 생산으로의 체질 개선에 나선 만큼 장기적으로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설비 교체 비용 증가로 고품질 특수강 전환 유도"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24일 철강산업 용량 교체 이행방안 초안을 발표했다. 23일 중국 공산당이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15차 5개년 계획 건의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향후 중국 내 철강업체는 향후 생산 시설을 교체할 때 생산능력을 3분의 1가량 감축해야 한다. 생산능력 규모를 유지하려면 수소환원제철이나 전기로 등 녹색 철강 생산 시설로 교체해야 한다.
또 2027년부터 철강 기업들 간 생산능력 거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그간 중국 내 제철소들은 할당된 생산량보다 적게 생산했을 경우 남은 쿼터 잉여분을 다른 업체에 거래할 수 있었다. 타 회사의 쿼터를 확보하려면 인수합병(M&A)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철강 산업에 대한 감산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지난 3월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7월에는 중앙정치국 회의를 통해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 무질서한 경쟁 관리 등의 기조를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로 현지 철강 업체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설비 교체 비용을 높여 철강 업체가 저부가 범용강 생산을 포기하고 고품질 특수강을 생산하도록 유도한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업체는 친환경 투자도, 고품질 설비 투자도 제한되는데 생산권도 거래하지 못하면 합병·파산하는 길이 유력하다"고 짚었다.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현지 업체들도 실제 생산량을 줄이기도 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9월 중국의 조강(쇳물) 생산량은 735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1~9월 누적으로도 7억 5000만 톤으로 2.9% 줄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철강 수요 부진과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중국산 철강 수입 규제 강화를 감안하면 중국 철강 생산 감소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로 들어가는 도로 2025.7.6/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K-철강, 실적 개선…'中 내수 시장 활성화' 변수
중국의 철강 생산 감축 기조가 구체화하면서 국내 철강업체계의 실적 개선 흐름이 보다 가팔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상반기까지 바닥을 다진 철강업체들은 영업이익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58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33.6%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30일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제철(004020)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에프앤가이드 기준)는 1085억 원으로 같은 기간 110.5%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국의 내수 시장 회복세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시장 활성화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철강 생산량이 줄어도 중국 업체들의 수출 시도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005490) 관계자는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이 지속적인 감산 의지를 보이고 있어 추가적인 생산량 감소나 캐파 축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중국 내수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수출 물량이 줄어들기까지는 추가적인 감산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중국 철강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올해에는 5%, 내년에는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중국의 체질 개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지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철강사는 중국 구조조정이 실질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과잉 완화 및 가격 안정화의 수혜가 기대된다"며 "중국의 고부가 전환 가속화는 장기적으로 고급강 경쟁 심화 요인이라 투자 확대를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