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점유율 14%, 日 이스즈·혼다 넘어


지난 16일(현지 시각) 태국 방콕 아속역 인근 사거리. 10여분간 한 개 차선을 지나는 100여대의 자동차를 살펴본 결과 일본차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중국 전기차 BYD 차량이 눈에 많이 띄었다. 태국 자동차 시장은 일본 자동차가 장악해 왔으나 최근 중국차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는 1960년대 태국에 진출해 자동차 조립 공장을 세웠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지역에서 부품을 조달할 때 0~5%의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AICO(ASEAN Industrial Cooperation) 제도를 활용해 엔진과 변속기는 각각 태국·필리핀에서 조달하고 조립은 인도네시아에 하는 분업형 공급망을 구축했다. 2010년에는 일본의 태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92.3%에 달하기도 했다.

태국 방콕 아속역 근처 도로에서 BYD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 정미하 기자
태국 방콕 아속역 근처 도로에서 BYD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 정미하 기자
그러나 일본 독주 체제였던 태국 자동차 시장에 균열이 일고 있다. 전기차 전환 흐름 속에 BYD 등 중국 전기차 제조사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언론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지난 4월 태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비율은 65%로 전년 같은 기간(90%)보다 25%포인트(P) 하락했다. 도요타의 점유율은 38%로 전체 1위를 차지했으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줄었고, 이스즈 판매량도 18% 감소하면서 점유율은 12%에 그쳤다. 혼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 줄면서 점유율이 7%를 기록했다.

태국 방콕 아속역 인근 BYD 매장. / 정미하 기자
태국 방콕 아속역 인근 BYD 매장. / 정미하 기자
반면 BYD 등 6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비율은 2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BYD가 14%로 선두다. BYD의 4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3배 늘면서 이스즈(12%), 혼다(7%) 점유율을 넘어섰다. BYD는 이달 20일 태국에서 누적 판매 10만대를 달성했다.

태국에서 BYD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아속역 인근에 있는 BYD 매장 직원 캇(Kat) 씨는 “지금까지는 브랜드 인지도만 보고 일본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BYD는 가격이 저렴해 인기”라고 말했다. 태국에서 판매 중인 BYD 자동차는 49만9900바트(약 2169만원)부터 시작한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 가격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승용차 중 최저가 모델은 야리스 아티브(Yaris ATIV)로 54만9000바트(약 2410만원)에 판매 중이다. 도요타 승용차 중 최고가 모델인 캠리(CAMRY) 판매가는 147만5000바트(약 6477만원)부터 시작한다. 일본 혼다 자동차 가격도 도요타와 비슷하다. 혼다 최저가 승용차 모델인 씨티(City)는 59만9000바트(약 2631만원)에 판매 중이며, 최고가형인 혼다 어코드(Accord)는 147만9000바트(약 6496만원)다.

BYD가 태국에서 판매 중인 모델은 오토3, 실(seal), 실5(Seal 5), 돌핀(Dolphin), 씨라이언6 디엠-아이(Sealion6 DM-I), 씨라이언7(Sealion7), 엠6(M6) 등 총 7가지다. 캇 씨는 “오토3와 씨라이언7이 가장 인기”라면서 “고객 취향에 따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 공항 인근 쇼핑몰인 ‘센트럴 치앙마이 에어포트(Central Chiangmai airport)’에 마련된 현대차 팝업 스토어. / 정미하 기자
태국 북부 치앙마이 공항 인근 쇼핑몰인 ‘센트럴 치앙마이 에어포트(Central Chiangmai airport)’에 마련된 현대차 팝업 스토어. / 정미하 기자
현대차도 태국 시장 공략을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10억바트(약 433억4000만원)를 투자해 태국에 전기차 조립 공장과 배터리 모듈 공장을 착공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태국에서 아이오닉5 등 전기차를 연간 5000대 생산할 예정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태국에서 현대차의 성능은 좋지만,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 공항 인근 쇼핑몰인 ‘센트럴 치앙마이 에어포트(Central Chiangmai airport)’에 마련된 현대차 팝업 스토어 직원 난(Nan) 씨는 “현대차는 태국인이 사기에는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전시된 싼타페 가격은 174만9000바트(약 7571만원), 크레타(CRETA)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투싼의 판매 가격은 92만9000바트(약 4021만원)였다. 태국에서 인기가 있는 스타리아의 최저가는 165만9000바트(약 7182만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