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누구나 싸움을 잘하고 싶고, 어떻게 해야 싸움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를 몇번씩은 해봤을거야. 나도 그렇고. 나는 대한체육과학대학(현 용인대학교) 무도학부에 입학하고, 문무를 겸비하신 ㄱㅇㅎ 교수님 수하에서 검도를 전공했는데, 검도는 그다지 싸움에 유용한 무예가 아니야. 왜냐하면, 누구랑 시비가 걸렸을 때 '머피의 법칙' 이 작용해서, 하필이면 그때, 무기가 손에 없다는거야. 미리 조질 생각으로 준비해두면 모를까.
그리고 이건 학교 다닐 때 얘긴데, 다른 투기종목을 전공하는 애들이랑 모였을 때 이 얘기는 꼭 나와. 하나같이 지네들이 전공하는 종목이 젤 쎼대. 그러면서 우리 검도부 애들한테 "졔네들은 째째하게 뭘 든다." 라고 하면서 놀리는데, 그걸 들은 우리 검도부 애들이 화가 나서, 뭐 하나 들고 오는 날엔 계네들은 개작살 나는거지. 그러면서 우리 검도부 애들 하는 말이 "꼬우면 니네들도 뭘 들면가." 하면서 맞받아치기도 해. 맞긴 맞는 말이지.
그리고 검도를 배운 애들은 싸울 때 뭘 들어서도 안되. 일단 정신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검도정신이 그렇고, 만약 뭔가 들고 적수를 조졌을 때, 최소한 몇군데는 부러져서 꺵깞이 장난이 아니라 뒷감당이 안되. 그게 겁나서라도 우리 검도하는 애들은 앵간해서는 뭘 안들라고 하지. 그래서 누구랑 시비가 붙어도 그냥 웃고 말어. 왜냐하면 우리가 뭐 하나 들면 니네들은 쨉도 안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야. 어쨋건 싸울 때 뭘 들면 그냥 안되.
그래서 나는 싸울 때, 먼저 숙이고,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싸움을 모르는 평화주의자이자 휴머니스트.입니다." 라고 일단 말하면서, 손바닥을 길게 내밀어 싸움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히는 척을 하지. 그러면서 적수의 눈을 눈을 슬쩍 가리고, 손을 치움과 동시에 면상에다 주먹을 아주 쎼게 날리고 바로 튀지. 아니면, 평소에 물파스를 항상 지니고 다니다가, 물파스를 불시에 적수의 눈에다 살짝 바르고, 조져버린 다음에 바로 날라버리지.
그런데 제일 문제는, 떡대가 아주 크고, 힘이 무지막지하게 센 놈들이랑 한판 붙었을 때야. 그런 놈들이랑 싸울 때는 떡대가 크면 클수록 동작이 느리니까, 치고 빠지기식으로 싸우는게 원칙인데, 나는 오히려 바싹 붙어. 그런 다음에 그놈의 거기를 꽉 잡고 그냥 한바퀴 돌려버려. 그런데 웃긴건 거기를 꽉 잡히자마자 어린애처럼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징징짜대네. 그런데다 한바퀴 돌려버리니 아주 죽을 맛이지. 그런 다음 나는 또 튀지.
내가 삼사십대 때 프라이드나 UFC를 즐겨봤는데 느낀 점이 있어. 그게 뭐냐 하면, 입식타격 기술은 십중팔구 주짓수, 레슬링과 같은 그라운드 기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거야. 왜 그러냐 하면, 주먹으로 쳤을 때 엇나가면, 바로 클린치 또는 홀딩 상태가 되는데, 순수한 입식타격 경기에서는 심판이 말려주지만, 실제 싸움에 그런게 어딧서. 일단, 그런 상태가 되면, 바로 '테이크 다운' 이라는 메치기 기술이 들어가 그대로 넘어뜨려 버리지.
꼭 그런 상황을 당해 넘어지지 않더라도 이런저런 '잡아메치기' 기술에 걸려 넘어뜨려진 놈은, 그 자리가 땅바닥이라면 그냥 가. 설령 메치기 기술이 어설프게 들어가서 안전하게 넘어지더라도, 그와 동시에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내리꽃는 '파운딩' 을 쓰면, 꼼짝없이 당해. 그런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기술은, 관절기야. 일단 넘어뜨리고 나서 팔을 꺾는 '암바' 라든가 무릎을 꺾는 '니빠' 라던가, 뭔가 다른 형태의 꺾기에 걸리면, 그냥 부러지지.
이런 꺾기 기술도 많고 많지만, 조르기 기술도 많아. 보통 팔로 목을 조르는게 흔한데, 일명 '삼각조르기' 라 불리는 '트라이앵글 초크' 라는게 있어. 이게 뭐냐 하면, 팔이 아닌 다리를 삼각형 모양으로 만든 다음에, 거기에다 상대방의 팔과 목을 끼우고 조르면, 몇초를 못버티고 그냥 저승행이야. '60억분에 일의 사나이' 라고 불리는 격투천재 효도르.조차도 이 기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졌어. 관절기는 부러지지만, 조르기는 걸리면 그냥 죽어.
지금까지 '입식타격 대 그라운드' 에 대한 의견을 말해봤는데, 어쨋든 결론은 이래. 그런데, 입식타격이 그라운드 기술을 이길 수 있는 한 가지의 변수는 있어. 그건 바로 처음에 선빵을 날려 한방에 보내는거야. 하지만 이런 경우는 축구로 치자면, 골기퍼가 직접 상대편의 골대를 향해 공을 차서 골인을 시키는 경우에 비유될만큼, 그렇게 될 확률이 너무나도 적어. 심지어는 입식타격끼리 서로 맞붙더라도, 접근전에 능한 놈이 대부분 이기지.
어쨋든, 그게 그라운드 기술이건 입식타격 기술이건 간에 싸움은 무조건 붙어싸우는 접근전을 잘해야 되. 왜 치고 빠져? 영화 같은데서는 그런식의 싸움이 멋있게 보일지는 몰라도, 실제 싸움에는 안통해. 일단 쳤으면 빠질게 아니라, 더 접근해서 연타를 날릴 생각을 해야지, 연타를 날릴 기회를 왜 스스로 놓치느냐야. 복싱에서도 인파이터들이 아웃복서보다 참피온을 더 잘먹는게 다 그런 이유야. 싸우면 무조건 접근전이야. 말 알아듣지?
참, 발차기 얘기를 빼놓고 안했네. 발차기는 일단 주먹보다 느려. 그래서 주먹으로 선빵을 날려 한방에 보내는 것 보다 더 확률이 낮지. 특히, 그라운드 기술을 잘쓰는 놈한테 발차기로 선빵을 함부로 날리다가는 바로 다리가 잡혀 되치기를 당하기가 쉽상이야. 게다가 발차기는 서른 초반 넘으면, 그 기술을 제대로 쓸 수 없을 정도로 수명이 짧아. 그래서 태권도나 킥복싱 선수의 경기연령이 짧은거야. 이제 할말 다했다. 나가서 다마나 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