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한 쇼핑객이 루이비통 쇼핑백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한 쇼핑객이 루이비통 쇼핑백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매출 급감으로 체면을 구긴 명품 브랜드들이 철수했던 러시아 시장 복귀로 설욕 다지기에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제품 판매를 보이콧했던 루이비통과 샤넬, 롤렉스가 세계 최대 명품 소비국인 중국에서 매출 하락으로 고전하자 ‘러시아 빗장풀기’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중국 대신 러시아에서 매출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외신과 취재를 종합하면, 루이비통은 이달 1일 러시아 특허청에 새로운 로고 형태의 상표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상표 등록 신청은 러시아에서 공기청정용 방향제, 조명기구, 접시, 샹들리에 등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보석류부터 식기, 양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도 스위스 법인인 Chanel SARL을 통해 ‘Chanel No. 5’, ‘Chance de Chanel’, ‘Eclat Premier Chanel’ 등의 상표 등록을 신청했고, 최근 러시아 특허청이 이를 공식 등록했다.

상표 적용 범위는 향수, 코롱, 데오도란트, 바디케어 제품, 공기청정용 방향제, 세면용품 등이다.

또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의 경우, 스위스 제네바의 ‘롤렉스 프로모션스 SA’를 통해 ‘Triplock’, ‘Sea-Dweller’ 등의 액세서리 상표 등록을 신청했고 최근 러시아 특허청이 정식 등록을 결정했다.

이들 브랜드의 러시아 복귀는 현지 제품 판매 중단에 따라 예상되는 손해를 ‘중국 장사’로 메꾸는 전략이 더는 먹히지 않게 된 데 따른 결단으로 풀이된다. 중국 명품 시장은 2024년부터 크게 꺾인 상황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와 베인앤드컴퍼니, 중국 야오커연구원 등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중국 명품 시장 규모는 2018년 7700억위안(약 133조5000억원)에서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 약 3500억위안(약 66조1990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2021년 코로나 보복소비가 폭발하면서 9958억위안(약 191조원)원까지 회복됐고, 2023년엔 1조420억위안(약 200조원)으로 커졌다. 전 세계 명품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불어난 것이다.

그랬던 시장이 2024년부터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년 대비 18~20% 매출 감소가 나타났다. 장기화한 경기침체로 중산층의 명품 소비가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Z세대(1995~2009년 출생)의 명품 소비시장 유입이 활발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Z세대의 주요 소통채널 중 하나인 SNS에서 명품 브랜드 계정의 팔로우 증가세가 정체 중이며, 올해 해당 계정에 대한 SNS 참여도는 2020년 대비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쪼그라든 중국 시장의 영향은 명품 브랜드의 실적 악화와 성장 둔화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명품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약 90억유로(약 15조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398억유로(약 64조원)로 나타났다. 부진한 실적에 대해 LVMH는 중국에서의 명품 소비 급감을 이유로 꼽았다.

샤넬도 중국 시장 부진 여파로 작년 연매출이 187억달러에 그쳤다. 전년 대비 4% 줄어든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45억달러로 30% 감소했다.

비상장사인 롤렉스도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글로벌 투자사 모건스탠리가 스위스 컨설팅 회사인 럭스컨설트와 함께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롤렉스 매출은 105억 스위스프랑(약 18조원)으로 추정된다. 2023년 11%였던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이 2024년엔 5%로 떨어졌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샤넬은 러시아에서 자사 제품 판매를 금지한다고 선언했었다. 이어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롤렉스 등이 모스크바에서 매장 철수를 결정하며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세계 명품 시장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3%(2021년 기준)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