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재명' 정서, 왜 20대가 70대보다 높은가




 

빅데이터, 4개 여론조사 '메타 분석'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조선일보 2025  10  15





 
 




2025년 9월 11일~10월 10일 조사. /자료=썸트렌드(Some Trend)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배종찬
강렬한 헤어스타일과 그를 능가하는 전문적 식견으로 많은 팬을 가진 정치평론가 겸 여론조사 전문가. 연세대 정외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고려대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쳐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정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한국에서 20대 연령층이 70대보다 이재명 대통령 또는 여당 후보에 대해 더 부정적인 태도(즉 낮은 지지율, 높은 반대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직관적으로 예상하기 힘든 역설처럼 보이며, 단순히 나이·경험·보수 성향으로 설명하기 부족한 면이 있다.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 분석을 통해 실제 여론조사 데이터가 이 같은 ‘역(逆) 기대’ 패턴을 얼마나 뒷받침하는가, 왜 20대는 상대적으로 더 ‘반(反)이재명' 성향을 보이는가에 대한 원인 해석과 메커니즘, 앞으로 이 경향이 어떻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순차적으로 살펴보겠다.

단일 여론조사나 단기 현상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대신, 여러 기관 데이터와 이론적 관점을 조합해 문제를 균형 있게 조명해 보겠다.

고령 보수층보다 ‘대통령 허니문’ 기간도 짧다
20대의 이재명 관련어는 ‘우려, 논란, 비판’

이 대통령 부정 평가, 20대가 70대보다 모든 조사에서 높아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실시한 조사(전국 2017명 무선 자동 응답 조사 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 ±2.2%P 응답률 4.9%,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20대(18~29세)의 이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에서 긍정 34.1%, 부정 59.5%로 부정 우위가 뚜렷하게 관측된 반면, 70대에서는 긍정·부정이 거의 동률 수준으로 나왔다. 최근 조사 흐름에서는 20대가 상대적으로 더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이 자체적으로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실시한 NBS 조사(전국 1003명 무선 가상 번호 전화 면접 조사, 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 ±3.1%P, 응답률 15.6%)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20대에서 긍정은 39%, 부정은 44%로 부정은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70대보다 높았다. 70대의 부정 평가는 42%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조국 윤미향 사면 후 20대 ‘李 부정 평가' 급등

 

20대가 70대보다 대통령에게 더 반대하거나 낮은 지지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세대론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구조적 요인으로는 20대가 취업, 주거, 부채(등록금 대출 등), 불안정 고용 등에서 더 큰 불안과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나 여당이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망이 더 강하게 표출될 여지가 있다.
 

특히 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7월 말 이재명 대통령이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사면 결정하는 시점에
큰 폭으로 지지를 철회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대 분기점이 된 셈이다.

 

젊은 세대는 SNS, 유튜브, 온라인 미디어 중심으로 정보를 소비하며, 비판적 담론, 대안 미디어, 커뮤니티 중심 논의에 더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이나 비판적 시각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20대는 투표뿐 아니라 온라인 행동, 집회, 청년 운동, 사회적 요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정치 권력 중심에 대한 불신이 확대될 수 있다.
현 정부의 인사(人事)에 대해서 ‘반운동권 정서’가 더 심화 확대된 이유도 있다.

 

20대가 70대보다 더 ‘반(反)이재명’ 성향이 된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인도 존재한다.
일부 젊은 층은 기존 정치권이나 정치가 제공하는 선택지에 대한 기대가 낮고, 체제 전체에 대한 불신이 클 수 있다.
따라서 지지보다는 반대, 무응답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젊은 세대는 종종 기성 정치 체제나 기득권 구조에 저항하는 정서가 강하다.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기대와 함께, 기존 권력층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복지, 주거, 청년 일자리, 교육 정책 등이 20대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반면, 70대는 상대적으로 그런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


 

정치 이슈에 대한 체감도가 다르다.

과거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경우, 실망이나 배신감이 생기면 회복이 어렵다.
특히 세대가 어릴 때 경험한 민주화, 참여 운동, 촛불 등 정치 이벤트 경험이 기대를 높였다면, 기대가 꺾이는 순간 반감이 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이 대통령과 20대, 감성 연관어 공통점 거의 없어

 

20대와 달리 70대는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체제 순응적 성격(Adaptation Effect)이 발휘된다.
70대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계층이지만, 역사적으로 정치 권력 이동에 익숙하고 안정성을 중시할 가능성이 크다.

새 정권 출범 직후 ‘한번 믿어보자’는 허니문 심리가 작동할 여지가 있다.
실제 보도에서도 “70대 이상에서 새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대폭 상승했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다.

 

반면 20대는 기대치가 높고, 허니문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가 ‘기대 이상’을 못하면 혹독한 비판이 뒤따를 수 있다.

20대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얼마나 일치하는 지점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9월 11일부터 10월 10일까지 20대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먼저 20대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최고’, ‘고민’, ‘세련된’, ‘걱정’, ‘스트레스’, ‘필수’, ‘인기’, ‘혐의’, ‘어울리다’,
‘실용적’, ‘젊다’, ‘피로’, ‘감각적’, ‘혁신적’, ‘안정적’ 등으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우려’, ‘논란’, ‘비판’, ‘범죄’, ‘기대’, ‘의혹’, ‘신뢰’, ‘비판하다’
, ‘평화’, ‘희망’, ‘체포’, ‘위기’, ‘혐의’, ‘충격’, ‘반발’ 등으로 나타났다<그림>.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비교하더라도 20대와
이재명 대통령 사이에 거의 공통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20대 연령층이 70대보다 강한 ‘반이재명’ 정서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를 확인하게 된다.
이는 단지 나이 차이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사회경제적 취약성, 정보 소비 패턴, 정치 불신, 세대 정체성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젊은 층의 비우호적 태도를 타개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정치 불안정이 커질 수 있고, 정책 지속 가능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20대를 ‘친명’으로 만들지 아니면 ‘반명’으로 만들지는 오롯이 이재명 대통령의 태도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