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와 핀란드가 전 세계 학술지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등급 평가에서 123개 한국 학술지들이 ‘부실 의심 학술지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 이상은 국내의 대표적인 학술지 평가 제도인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돼 있다. 한국의 학술지 평가 기준이 국제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연구자들은 “개별 학술지들도 그간의 논문 심사, 출판 관행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고등교육역량위원회, 핀란드 출판포럼(JUFO)이 각각 작성하는 학술지 평가를 확인한 결과, 두 기관 중 최소한 한 곳에서 ‘레벨 0’ 등급을 받은 국내 학술지는 123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두 기관은 서로 다른 학술지 등급 체계를 갖고 있는데, 두 기관 모두 레벨 0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공식적인 연구 결과로 인정하지 않는다.

노르웨이는 국가기관인 고등교육역량위원회가 학술 연구의 질에 대한 정보를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가 예산을 들여 학술지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평가에 따라 학술지들은 레벨 0, 레벨 1, 레벨 2 등 3개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레벨 1 이상인 학술지만이 연구 출판물로 인정된다. 노르웨이는 연구자가 어떤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는지에 따라 연구점수가 차등 지급되는데, 레벨 2 학술지에 게재하면 배점이 가장 높고 레벨 0 학술지에 게재하면 배점이 아예 없다.

한국 학술지 123개가 레벨 0로 국제학술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학술지 중에는 대한뇌졸중학회가 발간하는 ‘Journal of Stroke(뇌졸중 저널)’가 유일하게 레벨 2 등급으로 분류됐다. 

수많은 한국 학술지가 레벨 0로 평가된 이유는 논문수준도 낮지만 논문심사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국내 학술지의 엄정하지 못한 동료 심사 관행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자 A씨는 “편집장으로 있는 학술지에 자기 논문을 투고하고 동료 심사를 진행할 사람을 자신이 택하는 경우도 봤다. 논문 통과가 안 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이진숙 충남대 교수도 한국색채학회장으로 있던 시기 해당 학회의 우수논문발표상을 최소 4차례 받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연구자 B씨는 “학술 분야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연구자 풀이 작은 분야에서는 제때 원고가 안 들어와서 마감을 연장하기 일쑤다. 거절률(투고된 논문 중에 싣지 않기로 한 논문의 비중)이 올라가야 좋은 학술지라 할 수 있는데, 11편이 들어와서 10편이 실리는 형국”이라고 했다. 논문을 내기만 하면 대부분 학술지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최근 인천대 무역학부 전임교수로 임용된 유담씨도 9편의 한국 학술지(KCI) 연구실적만 가지고 있는데, 7편의 논문이 2024년 8월 ~ 2025년 6월 불과 10개월 만에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박사학위를 2025년 2월에 받았기에 이 기간동안 박사 디펜스하고 학위논문 수정해서 제출하기 바빴을 텐데 어떻게 7편의 논문을 써서 저널에 게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7편의 논문이 모두 억셉(accept) 될수 있단 말인가?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SCIE급 또는 SCOPUS급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인맥으로 논문실적 부풀리기가 가능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