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라진 사법리스크… 샴페인은 이르다
- 이가영 기자
- 뉴데일리 2025-07-18
길고 긴 사법 족쇄 벗어났지만
삼성전자 유례 없는 위기 직면
경영공백 끊어내야 할 때는 지금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2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혐의'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7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동. 장대비가 무섭게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법원 앞은 취재진과
- 카메라 등으로 북적였다
- . 비에 젖은 카메라를 닦아내는 촬영기자들의 손길은 분주했고, 정장 차림의 삼성 관계자들은 젖은 바닥을 바삐 오갔다.
- 이날 예정된 상고심 선고 공판에 이재용 회장이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 최종 판결에 대한 사회 안팎의 관심을 생각하면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1시 15분 공판을 앞둔 제2 법정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 변호인단과 기자 등은 물론 소란을 피우는 사람까지 등장하며 그야말로 난장을 연상케 했다.
- 법원의 청원 경찰은 몇 번이나 나서 소리를 낮춰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 뒤이어 30분경, 몇 건의 형사재판에 대한 선고 후 이재용 회장의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한 사건의 선고가 시작됐다. “2025도2805 피고인 이재용 외 13명. 상고인 검사.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법정 안에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 웅성이는 소리가 쏟아졌다.
- 햇수로 10년간 발목을 잡던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사건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 법원은 이 회장이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각종 부정거래와 회계부정을
- 저질렀다는 검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일부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며,
- 수집된 물증의 경우에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고법 판단도 그대로 인정됐다.
이번 무죄 판결로 이재용 회장은 그간의 길고긴 사법 리스크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 2016년 11월 13일, 그가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검찰 조사를 받은 지 3168일 만이다.
- 이번 판결은 삼성에도 상징적이다. 더는 재판 출석과 사법적 제약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다.
- 실제 이 회장은 부당합병 사건 재판으로만 102차례 법원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 그동안 이 회장은 재판에 출석하는 와중에도 해외 출장을 강행하는가 하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는 등
- 고군분투해왔다. 다만 제약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유례없는 위기에 휩싸였다.- 대들보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에 직면했다.
-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도 주도권을 놓친 탓에 인공지능(AI) 붐의 수혜를 거의 입지 못했다.
- 지난해에는 반도체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에 처음으로 추월당했고,
- 올해 1분기에는 D램 점유율에서도 1위 자리를 넘겨줬다.
모바일, TV,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 그나마 지난해부터 AI 기능을 내세운 갤럭시 S 시리즈가 흥행하며 모바일경험(MX) 사업부가 선전하고 있지만 애플,
- 중국기업 등과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관세전쟁의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수익성 감소,
- 수요 둔화 등이 나타나고 있다.
- 모든 것을 리더십 부재와 관련짓기는 어렵지만 완전히 영향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1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삼성의 발목을 잡았던 사법 리스크는 이제 완전히 마무리됐다. - 그러나 삼성 앞에 놓인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국내외 경영환경이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하다는 점에서다.
- 더이상 사법 리스크라는 핑곗거리가 사라진 만큼 이 회장은 진짜 경영 실력을 회사 안팎에 보여줘야 한다.
- 눈앞에 펼쳐진 위기를 전면에서 돌파하고 과거의 영광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 속담에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 폭우가 내리고 나면, 물러졌던 땅이 오히려 단단해진다는 뜻이다.
- 며칠째 이어진 폭우처럼 삼성은 지난 수년간 거센 사법 리스크의 빗줄기를 맞았다.
- 이제 막 비는 그쳤다. 실제 신기하게도 전날 이재용 회장의 무죄 확정 판결 이후 잠깐이나마 빗줄기가 잦아들기도 했다.
- 이제 젖은 땅을 딛고 다시 서는 것은 삼성의 몫이다. 위기가 더 단단한 삼성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