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살았으니
어느덧 7년차 시골살이가 되었다.

사실 그때 그때 지나는 과정을 모두 기록하고 싶었는데 그러려고 할 때마다 뭘 몰라서 실수할까봐 주저하게 되는 것들이 떠올라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제는 욕먹거나 실수하지 않을 정도가 된 건 아니다. 그냥 이제는 이곳의 삶에 정착, 적응했고 또 그러면서 어느 정도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정리된 것도 있다. 그래서 주절주절 적어보는 글.

물론 언제나 그렇듯 두서 없을 것이다.

첫번째, 시골에 살아서 가장 좋은 점이다.

시골에 살아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아무리 망해도 이곳에 있다면 삶을 유지하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 정도만 있으면 살 수 있겠군’ 하는 확신이랄까?

최악의 경우에도 먹고 싶은 거 먹고, 쉬고 싶은 만큼 쉬며 웃고 지낼 수 있는 생계의 최저 비용이 낮아진 것이 가장 좋다.

일년 1200만원 정도만 있다면 1년, 막 넉넉하진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단 것이다.

 

한달에 100만원, 1년에 1200만원이 있다면 715만원은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485만원 가지고 사치를 부릴 수 도 있다.
 

자 내가 당장 벌이가 하나도 없다고 가정하고 1년을 나기 위해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셈해보자.

 

전기세 4만원, 식재료 일주일에 5만원, 한달하면 20만원, 인터넷 3만원, 핸드폰 요금 3만원, 난방비 35만원, 유류비 10만원.

시골이라 산에서 물을 받아 마을의 정수장치로 걸러 쓰기 때문에 물세는 없다. 당장 생각나는 건 이 정도다.
 

이걸 다 합하면  삶의 최소 유지비가 대략 80만원이다.

여름철엔 난방비가 없으니 45만원으로 줄어들 것이다. 에어컨 탓에 전기세가 7만원 정도 나가겠지만, 텃밭 채소 덕분에 줄게 되는 식재료 비용으로 갈음할 수 있다.

그럼 동절기 5달 동안 월 80만원

나머지 7달 동안 월 45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시골에서 1년을 나기 위해 내게 필요한 돈은

약 715만원.

 

책도 사보고, 스트리밍으로 좋아하는 노래도 듣고,

옷도 한벌씩 사입고, 넷플릭스에서 좋아하는 영화도 한편씩 보고. 호화롭진 않더라도 아마 가까운 국내로 종종 여행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걸 다 못해도, 715만원만 있다면 어쨌든 따뜻한 밥 끼니마다 챙겨 먹고, 지나가는 구름을 보고, 아침에 차한잔 마시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안정감을 준다.

이게 바로 시골에 살아서 제일 좋은 점이다. 다다익선이라고 일은 많이 하면 할 수록 좋다고 생각했던 내게 무리수를 두지 않고 건강과 방향성을 챙기며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긴거니까. 지금까지 프리랜서로서 잘 버텨온 이유가 있다면 시골에 살았던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골집에 살고 있다는 게 너무 든든하다. 물론 자가에, 대출도 없어 가능한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맞다. 최소한으로 집을 구한다고 해도 5천정도가 필요하다. 3천만원 정도에 작은 시골집을 사서 2천만원 정도에 알뜰하게 내부를 보수하는 가정이다.

한편으로는 이만하면 정말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 아닐까 싶다. 특히 인구소멸 위기인 경북에 위치한 시골인 경우 3천만원도 안되는 시골집이 정말 많으니까.

또 그건 나처럼 프리랜서라서 가능한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맞다. 나는 어디든 아이패드와 노트북, 인터넷만 연결되면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다.

그래서 난 내가 정말 운이 좋은 특이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게 비대면이 되었다.

집에서 밥을 해먹고, 회사를 가고, 업무를 본다.

또 네이버 애드포스트, 구글 애드센스, 카카오뷰, 크몽, 유튜브처럼 출근하지 않고, 그냥 나혼자서 돈을 버는 방법들이 과거에 비해 수 없이 많아졌다. 이런 일로 한달에 100만원 정도 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이런 것보다 더 힘든 건 사람이다.

시골이라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과  

시골이라 어쩔 수 없이 못만나게 되는 사람들.

다행히 나는 텃세 없는 순둥순둥한 마을에

너무 다정하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웃한 집에 산다.

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고

사람을 만날 기회도 줄었다.

이건 명확한 단점이자 실이었다.

친구들과 술한잔 기울이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여기 저기서 듣고,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러지 못해 아쉽다.

그치만 서울에 살던 내내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소식에 끊임없이 휘둘리고 갈팡질팡 했던 나라서 오히려 그런 것들과 단절된 덕에 다른 일에 휘둘리지 않고

내 자신에 더 집중하고 프리랜서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 너무 방황하고 있다면 오히려 서울을 떠나고 시골에서 살아보라고 말해보고 싶다.

어쨌든 이렇게도 살아지니까.

이렇게 잘 살아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