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의 함정

 

 

프롤로그

2014년 여름, 스마트폰 속 작은 화면이 온 세상을 연결하던 시절이었다. 랜덤채팅 앱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만남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시절 대학생들에게는 낯선 누군가와의 설렘 가득한 대화가 일상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1장: 여름방학의 시작

민준은 서울에서의 1학년 첫 학기를 마치고 부산 해운대 중동에 있는 집으로 내려왔다. 갓 스무 살이 된 그에게 긴 여름방학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하지만 막상 집에 와보니 할 일이 없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다니자니 용돈이 부족했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엔 너무 심심했다.

 

"뭔가 재밌는 일이 없을까?"

 

민준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문득 친구들이 얘기하던 랜덤채팅 앱이 떠올랐다. 반신반의하며 앱을 다운받은 민준은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채팅을 시작했다.

 

처음엔 서툴렀다.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상대방이 관심을 가질지 모르겠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요령이 생겼다. 여러 명과 동시에 대화를 나누며 그중에서 괜찮은 사람들과 카카오톡으로 연락처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2장: 미스터리한 여성, 수진

그러던 중 민준의 관심을 끈 한 여성이 있었다. 닉네임은 '수진'이었다. 첫 대화부터 뭔가 달랐다. 다른 여성들과는 다른 성숙함이 느껴졌고, 대화도 재미있었다. 며칠 대화를 나눈 후 서로 간단한 신상을 주고받았다.

 

"나 31살이야. 그리고... 결혼했어."

 

민준은 잠깐 망설였다. 기혼 여성이라는 사실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열한 살이나 많은 누나, 그것도 유부녀와의 대화라니. 스무 살 민준에게는 금지된 과실 같은 달콤함이 있었다.

 

사진을 주고받았을 때 민준의 마음은 더욱 기울었다. 수진은 생각보다 예뻤다. 성숙한 여성의 매력이 물씬 풍겼고, 몸매도 좋아 보였다. 민준은 점점 수진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3장: 조심스러운 접근

대화를 나누면서 민준은 수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라 무서웠다.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 그것도 유부녀를 만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통화 한 번 해볼까?"

 

민준이 조심스럽게 제안했지만 수진의 답변은 단호했다.

 

"통화는 안 돼. 남편이 알 수도 있거든."

 

"그럼 보이스톡으로 나중에 시간 날 때 하자."

 

며칠 후 드디어 보이스톡을 했다. 수진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여성스러웠다. 민준은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 사람과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전화번호 좀 알려줄래?"

 

수진이 알려준 번호는 05로 시작하는 집 전화번호였다. 민준은 약간 의아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유부녀니까 조심스러운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4장: 이상한 제안

민준이 만나자고 몇 번 제안했지만 수진은 계속 거절했다. 남편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이유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진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

 

"오늘 남편이 정육점 일로 소 잡으러 갔어. 새벽에나 들어올 거 같아. 만날래?"

 

민준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하지만 수진이 제안한 만남의 장소는 자갈치시장 근처의 어떤 정육점 앞이었다.

 


 

"거기는 너무 멀어. 서면에서 만나면 안 될까?"

 

"안 돼. 거기서만 만날 수 있어."

 

수진의 목소리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민준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결국 만남을 거절했다. 그 후로 한동안 연락을 끊었다.

 

5장: 다른 만남들

민준은 수진과의 일을 잊고 다른 여성들과 만남을 가졌다. 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클럽에서 만난 여성이 실수로 민준의 휴대폰을 밟아버렸다. 화면이 완전히 박살 나버린 것이다.

 


 

"아, 진짜 짜증나네."

 

휴대폰 수리비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 그러던 중 문득 수진이 생각났다. 서울로 올라가기 일주일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그래, 한 번만 만나보자. 유부녀 누나랑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민준은 수진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6장: 재연락과 이상한 반응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됐어?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화는 왜 계속 꺼져 있었던 거야?"

 

수진의 목소리에는 원망이 섞여 있었다. 민준은 휴대폰이 고장 났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수진도 만남에 적극적이었다. 드디어 자갈치시장 근처 정육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약속 당일, 민준은 갑자기 귀찮아졌다. 멀리까지 가서 만나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고, 뭔가 찜찜한 기분도 들었다.

 

"미안해. 오늘 못 갈 것 같아. 다음에 만나자."

 

민준은 카카오톡으로 간단히 메시지를 보내고 폰을 꺼두었다.

 

7장: 무서운 전화

그날 저녁 늦게, 집 전화가 울렸다.

 

"누구 찾으세요?"

 

어머니가 전화를 받더니 민준을 불렀다.

 

"민준아, 전화 왔어."

 

민준이 전화를 받자 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평소와는 완전히 달랐다.

 

"야! 넌 온다면서 도대체 왜 안 오는 건데!"

 

목소리가 날카롭고 화가 나 있었다. 민준은 당황했다.

 

"미안해. 너무 멀고 밤늦게 만나는 거라서..."

 

"너 온다고 다 세팅해놨는데 안 오면 어떡하냐고!"

 

'세팅'이라는 말에 민준은 소름이 돋았다. 무슨 세팅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뭔가 위험한 냄새가 났다.

 

"못 가니까 그렇게 알아."

 

민준이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수화기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야, 그놈 안 와. 안 와."

 

분명히 남자 목소리였다. 그것도 민준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상한 사투리였다. 민준의 등골에 서늘한 기운이 흘렀다.

 

8장: 공포의 실체

민준은 급히 전화를 끊었다. 손이 떨렸다. 뭔가 큰 위험에 빠질 뻔했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는 곧바로 수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집으로 다시 전화하면 가만 안 둔다."

 

그 후로 수진과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했다. 며칠 후 서울로 올라갔지만, 그날의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9장: 끝나지 않은 악몽

몇 주 후, 서울에서 지내던 민준에게 수진의 메시지가 왔다.

 

"나 지금 해운대에 있어. 한 번 보자. 맛있는 거 사줄게. 어린 동생들도 같이 있어."

 

'어린 동생들'이라는 표현에 민준은 또 다시 소름이 돋았다. 이번엔 확실히 무언가 계획된 일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민준은 망설임 없이 수진을 차단했다.

 

에필로그: 돌이켜보는 공포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한 일이었다. 남편이 정육점을 한다면서 밤에 소를 잡으러 간다는 말부터 이상했다. 자갈치시장이라는 장소, 그리고 전화 너머로 들린 남자들의 목소리.

 

만약 그날 정말로 약속 장소에 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납치? 사기? 아니면 더 끔찍한 일?

 


 

민준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위험이었다. 호기심과 젊음의 충동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몸소 체험한 사건이었다.

 

그 후로 민준은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 훨씬 신중해졌다. 랜덤채팅 앱도 삭제했다. 때로는 호기심을 참는 것이 지혜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여름 민준은 뼈저리게 깨달았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해운대의 어느 여름밤,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위험한 함정에 빠질 뻔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는 정말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직감을 믿는 것이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날 배웠다.

 

여름은 끝났지만, 그 기억은 민준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달콤한 유혹 뒤에 숨겨진 위험한 진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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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창작물입니다. 온라인에서의 만남에는 항상 신중을 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