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와 나는 소꿉동무로 친한 친구였다. 옛날에는 자주 진흙 투성이가 되어 강아지처럼 장난치곤 했다. 다만, 그 녀석은 대부호의 후계자였고 나는 고용인의 자식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 녀석 덕에 학교까지 다닐 수 있던 것이다. K는 떼 묻지 않은 침착한 기질로 부모의 재산을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순혈종 경주마 같은 남자였다. 학업도 우수하여 누구에게나 경애 받았고 나를 대할 때에도 고용인의 아들로 보는 듯한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너무도 괴로웠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특권 계층의 거만함을 보였더라면 나는 그를 경멸하는 것으로 자그마한 우월감을 얻었겠지만, 나는 그를 이길 수 없었다. 모든 면에서 말이다. K는 당연히 여자를 몰랐지만 어느날 나에게 이상의 여성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별 볼일 없는 카페의 여종업원이다. 내 눈엔 그저 시시한 여자일 뿐이다. 그러나 K는 푹 빠져서는 익명으로 바보 같은 시나 연문을 보내곤 하였다. 나는 그저 심술궂은 장난을 칠 생각으로 그 여자—십엔짜리 지폐를 꺼내면 달려드는 그런 여자—와 잤다. 자그마한 복수를 한 셈이었다. 하지만 K는 그녀에게 마음 깊이 반해있던 것이다. K는 자살했다. 호수에 뛰어들어서 시체는 꽤 지난 다음에 떠올랐다. 화사하고 단정했던 얼굴과 몸은 추하게 부풀어 올랐고 피부는 썩어서 줄줄 벗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