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그만두고 비즈니스에 전념하고 있던 2000년 초,
간호사 커뮤니티포털을 만드느라 간호대 교수들과 협업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서울대 간호대 이은옥 교수님이 간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에 따라 간호학회에 한 번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간호학회에 참석한 후 나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래도 의대를 나와 흉부외과 트레이닝을 마친 전문의이며 의대교수를 하다가 나온 사람이어서
간호학회에서 다루는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참석해보니 간호학회에서 얘기하는 내용의 30%도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다.

그 날 알았다.
의학과 간호학은 전혀 다른 학문이라는 것을..
그날 이전까지는 간호학은 의학의 하위학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예 다른 학문이었다.
의학은 질병을 바라보는 학문이고, 간호학은 환자를 바라보는 학문이었다.
의사가 질병의 치료에 집중하는 동안 간호사는 환자가 회복되는데 도움될 수 있도록
환자를 care하는 구분된 역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각자 애초에 역할이 달랐던 것이다.

간호학도 의학의 일부를 배우기는 하지만 그것은 환자의 제반 care를 위한 기초지식을 배우는 것이지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배우는 학문이 아니었다.
(그래서 간호학에서는 질병에 대한 개념을 주로 다루고
진단과 치료 부분은 의사의 역할이기 때문에 간단히 다루거나 생략되어 있다)

그날 이후 간호학에 대한 나의 시각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간호대 졸업생을
의과대학 본과 2학년이나 3학년으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정부가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것은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나올 수 있는 발상이다.
첫째는 의학과 간호학이 동일한 학문이라는 전제,
두 번째는 간호대 졸업생(4년)이, 의대 본과 1학년(3학년)이나
2학년(4학년)에 준하는 의학지식을 습득했다는 전제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정부의 전제대로라면 정부는 의대 본과 1학년이나 2학년을
마친 의대생들에게 간호사 면허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있나?
제정신이 박힌 간호협회라면 정부의 이런 망상적 발상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대한민국 간호협회가 그렇게 할까?
아니, 후조선 간호협회가 그렇게 할까?
여의도만 미쳐 돌아가는 게 아니라,
정부도 미쳐 돌아가고 있는 2025 년 .  ( 끝 )
( 댓글 = 올바른 글을 올려주시는 노환규 의사 님 존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