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이혼하셨어

난 딸이라 당연히 엄마를 따라갔던 것 같은데 그게 너무 후회된다

엄마가 정신병이 좀 심했어 일 년에 한 번씩 남자친구가 생기는데

그 남자랑 헤어지면 맨날 술 마시고 울면서 약 먹고 자해하고

내 앞에서 자살 시도까지 한 적이 있어

나는 여섯 살때부터 그러는 엄마의 수발을 다 들어 줬고

나도 우울증에 걸리는 등 좀 많이 힘들었었어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초등학생 때까지

그러면서도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친아빠한테 갈 수 있는 환경이어도

선뜻 아빠한테 가겠다고 말을 못하고 방치해 뒀었는데

그러다가 열한 살 때 엄마가 또 아빠라면서 어떤 남자를 데리고 왔어

나랑 너무 안 맞는데 그런데도 엄마가 좋다니까 아빠 대우해 주고

솔직히 이 사람도 일 년이면 끝날 사람이니까 하고 생각해서

그냥 더 꾹 참았었어

그 새아빠라는 사람은

맨날 나한테 욕하고 학교 끝나고 집 오면 다섯 시까지 설거지 빨래

대청소 밥 등등 모든 집안일을 나한테 시켰는데

다섯 시가 넘어가면 때리고 장애인 키우는 게 나 키우는 것보다

보람 있을 거라면서 병신같은 년이니 뭐니 나중에

술집에서 일할 것 같다느니 온갖 욕을 했었어 ㅋㅋ...

학교 끝나는 시간이 네 시에서 네 시 반인데 그냥 지금 생각해 보면

때리고 욕할 이유를 거기서 찾았던 것 같아

그런데도 새아빠한테 잘 보이려 같이 사는 내내 학교에서 반장하고

상도 여러개 타오고 성적도 나쁘지 않게 유지했는데

매번 둘이 싸우면 내 탓 나는 병신이고 장애인보다 못하는 애

이 소리를 맨날 들으니까 나도 모르게 우울증이 더 심해졌었나 봐

잠이 늘고 맨날 악몽 꾸고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등

소극적이게 되고 사람이 무기력해져가더라

학교에서도 맨날 축 처져서 자기만 하니까

초반에는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챙겨 줬는데 그래도 내가 계속

그러니까 뭐 왜 저러냐 말 나오고 선생님한테도 꾸중듣고

너무... 학교 가기에도 벅차져서 미쳐버리겠는 거 있지

그나마 학교에서 숨통이 트였는데 내가 스스로 그걸 없앤 거니까

그 이후론 죽겠다는 생각밖에 안 남아서 학교 간다고 구라까고

학교 앞 높은 건물에 올라갔다가 펑펑 울고 내려와서

지하철 타고 멀리 갔었어 그냥 길도 모르는데 무작정...

결국 실종신고되고 경찰한테서 도망다니다가 힘들어서 자수했는데

집 나간 이유 말하니까 오히려 아동학대로 엄마랑 새아빠가

고소가 됐더라고 그 이후로는 집 들어가기 너무 무서워서 쉼터에

있다가 친아빠 집으로 왔어

그렇게 좀 괜찮아지나 했는데 엄마한테 연락오더라 나쁜 년이라고

왜 고소를 하냐고 너는 썅년이고 죽어야 한다 엉엉 울다가

또 언제는 미안하다고 엄마한테 돌아오라고 하고

너무 스트레스받고 미치겠는데 또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못 끊어내겠다 지금 이런 연락만 2년째야 연락 안 받으면

아빠한테 연락해서 지랄하고 울고 죽는다 그러고

이거 어떻게 하야 되냐 진짜...

드디어 벗어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갇힌 기분이야

성인 되면 연을 끊을 수 있을까 나 아직 열일곱 살인데 삼 년 동안

어떻게 버티지 아... 모르겠다 죽고 싶다

새벽이라 막 글 뒤죽박죽이고 읽기 힘들 텐데 읽어 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