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삼성 이건희 에세이 : 시나리오 경영

"5년 내지 10년 앞을 내다보고, 시나리오를 짜서 모든 것을 준비하는 기회 선점형이 되지 않으면, 존재는 하지만 이익은 내지 못하는 기업으로 전락하고 만다."

프로야구 쌍방울 레이더스 팀의 김성근 감독은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작전을 짜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시합 전에 그는 상태팀 투수들에 대해 자기 팀 타자들이 낸 성적 통계와, 상대 팀 타자들에 대해 자기 팀 투수들의 성적 통계를 면밀히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선발 투수와 배팅 오더를 결정하고, 상대 팀 투수와 타자가 바뀔 경우에 가장 적합한 타자와 투수들을 준비해 둔다고 한다.

이것이 말로는 쉬워도 보통 머리 아픈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탓인지 김 감독은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노력 덕분에 쌍방울은 외형적인 전력에 비해 아주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96년 패넌트 레이스에서 2위를 마크했고, 97년에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김 감독이 예상되는 상태 팀의 작전과 변수에 따라 통계에 임각한 시나리오 같은 작전을 짜듯이, 기업 경영에서도 시나리오 경영이 필요하다. 경쟁자가 많아지고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 아직도 주먹구구식 감각에만 의존하여 '외줄 타기식' 경영을 고집한다면, 이것은 기업을 도박판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지난 73년과 79년 두 차례의 오일 쇼크 때, 기름값이 3~4배나 급등하고 경기가 얼어붙어 어느 기업이나 실적이 곤두박질쳤던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물건이 잘 팔리지 않던 그때, 많은 업체에서는 전 종업원이 판매사원이 되어 회사의 제품을 직접 팔러 다니기도 했다.

언제 변할지 모르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유가 변동과 국내 경기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시나리오만 갖고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정유회사인 쉘은 누구도 유가 상승을 예상치 못했던 68년에 이미 에너지 위기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대안을 마련해 두었다고 한다. 마침내 73년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오일 쇼크가 발생하자, 경쟁사보다 기민하게 대응하는 쉘의 시나리오 경영이 진가를 발휘했다. 그 결과 당시 세계 7대 정유회사 중 최하위이던 쉘은 순식간에 업계 2위로 부상했고,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미래의 환경 변화와 경쟁사의 전략을 예측해 대응책을 사전에 준비해두는 시나리오 경영이야말로 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쟁 우위를 접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시나리오 경영은 국가에도 필요하다. 조만간 우리는 남북 통일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될지도 모른다. 통일시대를 대비해서 시나리오를 만들고 모든 걸 준비하는, 유비무환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출처 :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님의 책 '이건희 에세이' 11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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