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레이서방)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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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둑! 툭툭툭, 투둑, 두다다다...'
' 비.. 비다 !'
갑자기 분위기가 스산해진다 싶더니
순식간에 그냥 물을 쏟아붓는 듯한 비가 내린다.
- 레이: 으아아악! 차가워 어떻게 해!
빗물이 순식간에 레이와 나의 옷을 다 버려놔서 마른 상태의 옷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 서방: 으읍 으읍 !
얼굴의 물을 닦고 레이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앞을 볼 수 없는 정도가 아니고 얼굴에 쏟아지는 빗물에 숨쉬기가 힘들 지경이다
나는 아무 대책도 없이 얼굴로 퍼붓는 물을 닦아 내기도 바빴다.
레이는 가지고 있던 가방을, 나는 윗옷을 머리에 쓰고, 나무가 많은 곳으로 무작정 달렸다.
레이와 나는 얼마 안가서 이름도 모르는 넓직한 잎으로 된 나무들이 있는 곳에 몸을 피했다.
비가 무섭게 쏟아지니까 여기도 그렇게 무사한 곳은 아니다.
레이와 나는 들고 왔던 물건을 우산 삼아 머리를 가리고는
계속 비가 덜 쏟아지는 곳을 찾아다닌다.
'툭 ! '
그러다가 레이의 이마가 내 입에 부딪혔다.
- 서방: 앗!
- 레이: 어머! 오빠 괜찮아? 미안해~ 어떻게 해?
- 서방: 아아... 레이야 너 평소에 나한테 쌓인 감정이 많았구나?
- 레이: 풉! 아니야~ 무슨 말이야? 괜찮아? 피 나는거 같은데?
정말 입에서 피 맛이 느껴진다.
나는 레이가 너무 미안해 할까봐 그게 더 걱정이다.
꼭, 한대 얻어 맞은것처럼 앞니 쪽이 얼얼 했지만
왜일까? ... 기분은 너무 좋았다.
마침 비 피하기 딱 좋은 나무 밑에 우리는 자리를 잡게됐다.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레이가 나한테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바람에
내 가슴이 갑자기 쿵쾅 거린다.
지금 내가 속 마음을 들키면, 레이가 나한테 더 가까이 못 올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있었다.
레이가 부끄러움도 없이 나에게 가까이와서 내 입쪽을 관찰했다.
내 입술 쪽을 손으로 만지면서 상처를 살펴봤다.
가까운 물체를 보느라 레이의 눈동자가 약간 안쪽으로 모아져 보였다.
나는 조용히 몰래 ,
레이의 예쁜 눈동자가 신비롭게 움직이는 모습에 집중하고,
비가오는 바깥 세상의 소리는 이미 작아져 들리지 않았다.
' 이건 꿈일까?...'
레이와 내 얼굴은 지금 한 뼘도 안되는 만큼 가깝다.
레이는 해변에서 입던 수영복 대신, 어깨가 드러난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레이의 흰 피부가 보인다.
그리고 , 레이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은은하게 전해져오는 따뜻한 향기와
하늘에서 내린 비가 파헤친 지면의 흙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져 느껴졌다.
레이의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나를 다치게 한 미안함과 당황스러움인 것 같았다.
나는 여태 시치미를 잘 떼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레이의 눈을 바라봤다.
레이는 아직 내 상처를 보고 있다.
나는 로맨틱한 모드가 돼있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얼른 먼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러다 레이와 다시 한번 눈이 마주쳤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 레이가 나에게서 뒤로 주춤 물러섰다.
무언가 생각하는듯 눈을 이리저리 옮기며 눈을 깜빡인다.
레이가 나를 한번 쏘아 보더니
고개를 움직여 머리카락을 찰랑 넘기며 자존심이 세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눈동자를 살짝 들어 허공을 응시하며 검지 손가락 마디로 눈 아래를 살짝 쓸었다.
레이의 눈빛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빛나다가
이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딴 곳을 봤다.
그러면서도 나를 염두해 두고 있는 것 같다.
서로 말이 없이 어색한 순간이 잠깐 동안 계속됐다.
그라다가 어느 순간
레이와 나는 거의 동시에 비를 그대로 맞고 있는 걸 깨닫고
두 사람은 아까 보다는 약간 의식적으로 조심스러운듯
서로 어깨를 가까이 붙이고 손을 잡았다.
-서방:어디가 비가 좀 덜 오지?
'처벅 처벅'
- 레이:오빠, 입...괜찮지?
- 서방: 으음!
뜸해졌던 비가 다시 세차게 내린다.
- 레이: 헤엑! - 비 오는 것 좀 봐 우리 숙소로 못돌아 가는 거 아니야?
빗소리가 귀를 쩌렁쩌렁 울리고 있지만,
레이의 목소리도 빗소리 못지않게 크고 똑똑히 내 귀에 꽂힌다.
'쏴아아! '
바람이 불 때마다 빗소리가 격해진다.
잠깐 동안 둘이서 비가 오는 숲을 대책없이 넋을 놓고 보고있다.
- 서방: 우와.. 진짜 무섭게 내리네. 이런 비는 진짜.. 나 어렸을 때 태풍와서 집중호우
같이 내릴 때 보고 못 본 거 같네
레이와 내 목소리가 빗속이라 크게 울렸다.
비를 피할 확실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 다니면서도
어쩌면 여기서 조난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레이와 맞잡은 손의 떨림으로 전해져,
둘은 말하지 않아도 지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빗속에 쓸려갈까 공포에 질려가고 있는데도
마음 한켠에 느껴지는 이 안정감은 뭘까?...
레이와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에 , 마음 속에서 묘한 기쁨이 차올랐다.
레이를 지키지 못하는 건 말이 안되지만,
이대로 빗속에 영원히 갇혀버려서
이 세상에 둘만 영원히 미아가 되어버려도 좋겠다는 상상마저 하고 있다.
난 정말 멍청하다.
연약하고 귀한 여자를 혼자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정신이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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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울창한 곳으로 가니 비가 거의 들치지 않는 곳이 있었다.
옷이랑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오느라 어깨가 뻐근했다.
마침 바닥에 앉을 만한 그루터기가 있었다.
- 서방: 여기서 좀 기다려보자
- 레이: 비 너무 많이 오니까 무서워
- 서방: 괜찮을 거야 , 비가 이렇게 세게 내리는 만큼, 오래 못 오지 않을까?
- 레이 : 다음은 어디였지?
- 서방 : 어디에 먼저 갈까?
가방에서 여행 가이드 북을 꺼내서 레이랑 같이 읽는다.
우리가 여행을 왔음을 생각하며 잠시 동안 비를 잊었다.
둘이 나란히 앉아 종이 끝을 한 쪽 씩 잡고 ,
비가 잘 가려지는 안식처에 있으니 행복했다.
여행 가이드를 읽는 것도 질려버렸는데,
비는 꽤 오래 내렸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조금 약해진거 같았다.
열대의 스콜이 아니라 그냥 우리나라의 보통 장마 정도?
레이가 심심했는지 어깨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노래를 흥얼 거렸다.
- 서방 : 그거 무슨 노래야?
-레이 : 어어 이거~ 원래 나 3년 전에 데뷔할때 부르기로 한 노래중에 하난데 그냥 생각나서 불러봤어
- 서방: 기억력이 대단하네 ..
레이가 추운지 이야기 하면서 약하게 떨었다.
레이가 입고 있는 원피스가 물에 젖어있어서 체온이 금방 떨어진 것이었다.
' 이럴 땐 마른 옷으로 갈아입는 게 최곤데...'
내가 급한대로 가져온 가죽외투를 레이의 어깨에 걸쳐줬다.
그리곤 레이를 안심시키려고 지금 상황이랑 비슷한 조난 영화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다.
- 서방 : 레이야 있잖아. 내가 재밌게 봤던 영화 얘기 해줄께.. 그러니까..
레이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내 얘기를 열심히 듣고 있다.
한참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데, 나만 재밌는지, 레이가 이 상황이 불안했는지
점점 나를 외면하더니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도 않는다.
그냥 빗소리만 들으며 땅만 보는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 레이 :으응?!
하고 레이가 큰 소리로 반문한다.
레이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면서 상기된 얼굴을 하고있다.
내가 줬던 가죽외투로 다급하게 다리쪽을 가린다.
그리고 수줍게 눈을 아래로 하며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레이의 아기 같은 볼이 빨개져있다.
내가 레이쪽을 보자
레이는 다리를 더욱 잘 가리도록 두 손으로 외투를 매만졌다.
' 아아... 비에 젖어서 옷이 비치는걸 의식했구나... 난 보고 있지 않았는데...'
갑자기 말이없이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빗소리만 크게 들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둘이서 동시에 눈을 마주치고,
- 레이 : 푸훗~..
- 서방: 흣! ...
하고 실소를 한다.
같이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 레이: 아아 진짜 ,비 왜 이렇게 많이 와?
왜 이렇게 계속 와~ 점점 추워지는데?
나는 레이가 춥다는 말에.
- 서방: 레이야, 나 믿지?
- 레이 : 뭐?! 갑자기 왜?
- 서방 :음 .. 이럴 때는 옷에서 조금이라도 수분을 없애는게 최고거든...
그러니까.. 내가 저기 저쪽에있는 나무에 있을테니까
너가 그동안 옷을 벗어서 옷에 있는 물기를 다 짜버려 알겠지?
레이는나를 흘끗 보더니,
- 레이 : 음 알겠어 .
나는 말한대로 저 멀리있는 나무를 향해 뛰어갔다.
몇 걸음 뛰어가는데
-레이 : 너무 멀리 가면 안 돼~!!
나는 레이가 잘 안보이는 곳에 2분 정도 있다가
걱정도 되고 해서 레이와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레이가 아직 옷을 안 입었을까봐, 또 잘 있는지가 걱정이 됐다.
둘이 있던 나무 그루터기 근처에서 레이를 불렀다.
- 서방: 레이야! 옷 다시 입었어?
- 레이 : 어-!! 왜 이렇게 늦게 와?
- 서방 : 좀 괜찮아? 훨씬 낫지?
- 레이 : 음-! 무서워서 혼났어.. 빨리 좀 오지..
조금이라도 낫다니 다행이다.
- 레이 : 어?! 비 그친다
- 서방 : 아아! 살았다.
레이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렇게 쏟아내던 비도 어느새 그치고 이슬비 처럼 내리고 있었다.
비가 그침을 반기는 새소리가 숲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구름이 아직 덜 걷힌 하늘에서는 은은한 빛줄기가 대지를 비췄다.
레이와 나는 따뜻한 햇빛을 감사하게 쬐며 하늘을 봤다.
그리고는 친 오누이처럼 손을 잡고 앞뒤로 팔을 흔들며 숲 밖으로 걸어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