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대전 종결 후 연합국들은 남아 있던 일본군의 배들을 보상함으로 사이좋게 노나묵었는데, 이걸 보면서 이렇게 느끼셨을 분들이 많을 겁니다.
"왜 직접적으로 식민지배를 당한 우리에게는 배를 안 주는데! 우리도 해군 만들어야 한다고! 하다못해 작은 배라도 몇 척 주면 어디가 덧나냐!?"
근데 사실 우리도 받긴 받았습니다.
구축함, 해방함 같은 '함'자 붙은 배가 아닌, 순수 민간용으로 쓰던 아주 조그만 배 4척을 말이죠.
그 배들의 목록은 이렇습니다.
1. 예인선 콩고 마루(金剛丸(금강호), 309톤, 승조원 30명)
2. 어선 무토잔 마루(無等山丸(무등산호), 67톤, 승조원 10명)
3. 여객선 카이운 마루(海雲丸(해운호), 135톤, 승조원 13명)
4. 항만 보조선 쿠로시오 마루(黑潮丸(흑조환), 93톤, 승조원 6명)
보시다시피 가장 큰 콩고 마루도 꼴랑 300톤 정도밖에 안되고, 나머지 배들은 100톤 근처에서 노는 아주 작은 배들입니다.
주요 열강들이 집어갔던 몇백, 몇천톤짜리 근사한 군함과는 비교도 안되는 배들이긴 하죠.
일본 해군에서 쓰던 400톤급 예인선의 사진(컬러 복원). 아마 콩고 마루도 이와 비슷한 배가 아니었을까 추측됩니다.
이 배들이 우리나라에 인도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이 4척은 해방 당시 선적이 '조선총독부'로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제 시절엔 조선총독부에 소속되어 조선 근해에서 항해하던 배들이었지만, 일본 패망 이후엔 남아있던 조선 재주 일본인들의 귀환선으로 쓰여 일본 항구로 넘어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에 '이 배 4척은 원래 조선총독부 소속이었던지라 일종의 적산(敵産)이라고 볼 수 있음. 그러니 지금 일본에 있어도 우리에게 인도해야 하지 않음?' 이라고 당시 일본을 통치하던 GHQ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GHQ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이 배 4척을 한국 정부에 넘겨주기로 결정하죠. 어차피 아주 큰 배도 아니었고 쪼매난 배들이었으니 큰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인도 결정 당시 콩고 마루와 카이운 마루는 일본 재무성 소속으로, 무토잔 마루는 사가 마루(佐賀丸)으로 개명되어 사가현의 어선으로, 쿠로시오 마루는 쓰루가 인근 미쿠니 항에서 항만 보조선으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GHQ의 약속에 따라 1949년 6월 6일에 쿠로시오 마루를 제외한 3척이 한국에 인도되었고, 선체 고장이 있었던 쿠로시오 마루 또한 수리를 마치고 1949년 9월에 인도됩니다.
이 중 먼저 인도된 3척은 한국 정부가 인수해 민간용 선박으로 불하했고, 마지막에 인도된 쿠로시오 마루는 해군에 인도되어 'GB-22'라는 함번을 받고 '흑조환'으로 불리게 됩니다.
'흑조환'은 말 그대로 쿠로시오 마루(黑潮丸)의 한자를 우리식으로 읽은 것인데, 일본 배를 인수했음에도 별도의 개명 절차 없이 일본식 이름을 그대로 읽어서 사용한 게 특이하긴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화신무역에서 사용했던 옛 조선우선 무역선인 '앵도환(櫻島丸, 사쿠라지마 마루)'도 일본식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케이스긴 하죠.
아무튼 이렇게 대한민국 해군 함선이 된 '흑조환'은 진해 근해에서 활동하여 큰 탈 없이 6.25를 버텨냈습니다. 1950년 7월 16일에는 YMS-503정이 구조한 B-29 승조원 4명을 부산으로 안전하게 호송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지요. 그리고 전후까지 살아남아 1956년 3월에 퇴역하게 됩니다.
선배격 선박으로는 해군 창군기인 1946년에 인수받은 GB-21 '폭뢰'가 있었는데, 이 배가 흑조환과 동형함인지는 불명입니다.
물론 제가 앞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해군은 이 이전에도 1946년부터 옛 일본군 소속 구잠특무정(JMS) 10여척을 받긴 했지만, 이 배들은 일단 미군이 인수한 후 우리 해군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다시 인도했다는 점에서 앞의 4척과는 차이가 있긴 합니다. 이 4척의 배는 조선총독부 소속의 '적산'을 인수했다는 차원이니요.
받아처먹을거
다처먹고
맨날 사과와 보상은 니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