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역사 속에서 지난 75년(1948~2023)은 눈 깜짝할 시간이라 할 정도로 짧은 기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우리 국민이 이룬 업적은 눈부실 만큼 찬란하다. 오랫동안 우리를 옥죄던 절대빈곤에서 벗어났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했다. 극동의 분단국이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경제 대국이 되었다.

그 성공의 비결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가의 기틀로 삼은 데 있다. 이를 바탕으로 토지개혁에 성공하고, 북한의 침략을 막아냈다.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도 큰 몫을 했다. 이러한 공(功)은 누구보다 이승만 대통령에게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북한처럼 공산 독재국가가 되었다면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자유가 박탈된 곳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토지개혁과 한미방위조약 등으로
오늘날 대한민국 발전 기틀 마련
공산주의 맞서 경제적 평등 역설
함께 잘사는 사회의 가치 일깨워

마침 올해는 하와이에서 활동하던 이승만 박사가 『태평양잡지』에 ‘공산당의 당(當) 부당(不當)’(1923)이란 논설을 쓴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요지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프랑스 혁명과 미국 공화제 성립 이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신분 계급 제도가 혁파되고 노예 해방이 이루어져 인민의 평등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자본주의 발달로 빈부 격차가 생기고 경제적 노예 계층과 계급 제도가 만들어졌다. 공산당이 이를 평등하게 하자는 주장은 옳다. 그러나 (재산을) 균등하게 나누자는 주장은 틀렸다.’

이 박사는 공산주의를 ‘자유를 바라는 인간의 본성을 거역하면서 국민을 지배하려는 사상체계로 규정하고, 공산주의는 반드시 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발발한 지 불과 6년 만에 공산당의 실체를 꿰뚫어 보고 반공사상을 확립한 이 박사의 혜안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공산주의에 솔깃한 상당수의 서구 지식인들이 러시아를 칭송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 박사는 극심한 대립을 겪던 해방공간에서 우리에게 경제적 평등의 중요성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저성장과 불평등을 푸는 하나의 단서는 동반성장이다. 동반성장은 ‘함께 성장하고 공정하게 나누어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방안이다. 훌륭한 교육으로 길러진 인재들이 창의와 혁신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고 경쟁은 공정하며 누구나 경제적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잘사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성숙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이러한 동반성장 사회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우남 이승만 박사는 세계사의 흐름을 간파하고 조선 사회의 누적된 모순을 타파하고자 진력한 선각자요, 계몽운동과 독립운동을 통해 국민을 일깨우고자 했던 사상가이자 탁월한 국제정치 전문가였다. 동북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국제정세가 불안정할수록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의 혜안과 리더십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