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7년 러시아제국이 볼세비키에 의해 무너지고 러시아의 넓은 제국의 땅은 혼돈의 시기로 빠져듭니다.
애초에 왕정제국주의를 무너뜨리고 노동자 농민의 천국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공산혁명을
대부분의 러시아제국의 농민들은 반기었지만, 기존의 사회구조를 무너뜨리는 혁명을 반대하는 세력과
도무지 상상할수도없었던 민족주의혁명세력들이 맞물리며 혁명은 진흙싸움으로 빠져듭니다.
이때 볼세비키는 가차없는 구세력과의 단절만이 혁명의 성공과 연결된다고 믿고
이들 민족주의 세력(코사크 우크라이나)과 구세력(백군)에 대한 잔인한 대학살을 시작합니다.
이 피비린내나는 혁명으로 러시아에는 그야말로 당시
시대의 문화와 기술을 이끌던 장인이나 과학자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하고
러시아제국을 위해 싸웠던 훌륭한 군사전문가와 장교들 또한 그 가족들과 함께 잔인하게 학살당합니다.

1차대전 말기부터 시작된 6년에 걸친 기 내전으로 러시아땅에는 그야말로
노동자 농민말고 정상적인 지식인은 살아남은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한 진정한 의미의 공산주의가 완성되긴 했지만,
이로 인해 그전에는 없었지만 이때부터 오늘날 까지도 남아있는 독특한 러시아만의 특성이 탄생합니다.
바로 "임프로바이즈" 즉흥입니다.
원래 전차가 처음 등장했을때 전술적 개념은 지상의 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나 전술가가 없었던 소련군들은 탱크는 전함이란다 전함이라며
전차에 온갖 포를 매다는 시행착오를 합니다.
물론 이점은 당시 유럽 전체에 유행하던 1차대전 이후 전차에 대한 오해였습니다만
소련군은 가진게 없고 아는게 없었기에 과장하고 오버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유행"은 노동자 농민으로 구성된 새로운 국가 소련에게 귀차니즘을 부여합니다.
전술가들은 전차는 전함처럼 운용되어야 한다고 해서 전차를 전함처럼 만들려면 만들수록
노동자 농민들은 알아들을수없이 구조가 복잡해지는 현실과 새로운 기술들이
너무도 답답하고 그들에게 맞지 않게 됩니다.

아 몰라 그냥 포탑 하나만 넣을래 귀차나
해서 만들어진것이 바로 KV-1입니다.
그냥 작동만 되면 되는거 아냐라면서
그러나 이러한 귀차니즘과 무지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사실 오히려 2차대전에서 대단히 큰 효과를 얻게 됩니다.
해서 되면 다 되는거지라는 이런 즉흥성은
이때 부터 소련군 사이에 고착되기 시작합니다.
자꾸 궤도에 진흙이 들어가서 탱크가 안가는데요
그래? 그럼 주걱달아
주걱요?

ㅇㅇ 그래서 정말로 주걱을 용접해서 매달음
주걱가지고 안되는데요 진흙에 빗물까지 섞이니
더 움직이기 힘든데요
그래 그럼 나무 달아
나무요??

그래서 통나무가 소련군 공식 장비가 됩니다.
이런 즉흥적인 소련군의 철학은 2차대전이 끝나고 더 심해집니다.
2차대전동안 견인포를 이동하기 위하여 소련군들은 당나귀나 말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소련군의 지형에서는 말이나 당나귀도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보다 빠르게
보다 힘있게
보다 다양하게
쓸수있는 그런 만능운송수단 만들어
라고 한다고 만들어질수있는게 아니겠지만
소련군들의 즉흥성은 한계가 없었습니다.

저거 모야?
에? 저거 PT-76라는 수륙양용 경전차인데요
뭐지 저거 위가 평평하네
에? 포탑이 있는데요
아니 포탑을 깎아버리면 평평하자나
에? 그..그렇긴 하지만
깎아버려 그럼
그러면 그 위에 우리가 올려다니고 싶은거 아무거나 올려다닐수있자나
그래서 진짜로 위를 깎아버렸습니다.

밀게여러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것이 바로 MT-LB 입니다.
MT-LB라는 말 자체가 multi purpose towing vehicle light armored 라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다용도차량입니다.
트랙으로 험지도 주파하고 수륙양용에 위가 비어 있어서
그위에 내가 올리고 싶은거 아무거나 있으면 다 올릴수가 있습니다.
다른 BMP장갑차들도 못가는 지형도 8기통 디젤 240마력 엔진으로 6톤이상 끌면서 갈수있고
겨우 2명의 운용요원으로 11명까지 태우고 최고 속도 60키로로 질주할수있습니다.
그야말로 엔진 달린 당나귀 하나를 진짜로 만든겁니다.


이 당나귀는 소련의 상징과도 같았던
지금의 우크라이나의 하르키브 트랙터 공장에서 디자인 생산되었고
아직까지도 모든 소련의 후예들이 애용하는 당나귀로 남아있습니다.

와 저거 뭐냐
이번에 새로 나온 터미네이터라고 합니다.
우리도 한대 줘라
생산이 딸려서 몇대 없습니다.
아니 저거 그냥 탱크위에 대공포 아님?
그...렇지요 테크니컬리
그럼 얹어라

짜잔 그래서 MB-:LT 터미네이터가 탄생합니다.
그런데 저건 그냥 ZU-23미리만 단거지 대공 미사일이 빠졌자나요
미사일이 있어야 한다고??

그럼 달아
아니 저건 따로 따로고
한대에 같이 있어야지요
그럴필요가 있냐?
남아 도는게 MB-LT인데 지금까지 5만5천대도 넘게 생산됨
그래도 ZU 23미리 같은거 모자라는데
모잘라?

그럼 해군 안쓰니깐 해군거 빌려서 달아
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건 25미리 함정용 대공포자나요
해봐서 되면 틀린게 아니야라는 소련군들의 마인드가 너무도 잘나옵니다.
이게 비웃을게 아니라
애초에 MB-LT 당나귀를 만들때 목적이 바로 이거 맞습니다.
그냥 엔진 달린 당나귀가 필요했던겁니다 ㅋㅋㅋㅋㅋ



뭐든지 달면 달립니다.
위가 평탄하니깐 올리면 다 되는겁니다.
그런데 설마 저거 정말 그냥 올린건가요?
용접같은거는 그래도 했겠지요?


그냥 나무 팔렛위에 올린거 맞습니다.
무슨 용접을 합니까 용접을
임프로바이징에는 그딴게 없습니다.
나중에 뜯어내고 다른걸로 바꿀려면 모든것은 임시고정입니다.
설마 그래도 저런 위가 플랫이라서 저기에만 저런식으로 하는거겠지요?



후후후
아니요
소련군 마인드는
설사 딱 들어맞지 않아도 통나무를 넣고 쇠줄로 묶어서라도 써야
소련군 임프로바이징입니다.
급기야 몇일전에는
무인으로 폭약을 가득탑제하고
우크라이나 진지로 무선으로 돌진하여 폭파공격까지 시켰습니다.
도대체 우리 당나귀를 어디까지 고문할거란 말입니까

시대가 바뀌고 나라도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러시아사람들은 이런 임프로바이징 마인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들의 전통과도 같이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러시아에는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렌셋 드론도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입니다.
전세계가 이제는 구시대 기술이라고 레이저가이드방식을 버릴때
러시아는 되게 만들면 되는거지라고 다목적가이드 장비로 진화시켰습니다.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방식을 쓰는것이 미국의 철학이라면
러시아는 써봐서 되면 옳은거다란 철학이 아래에 깔려있다고 볼수있겠습니다.
한국은 어느쪽일까요?
재미있게 보셨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