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 (방백)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아귀한텐 밑에서 한 장. 정마담도 밑에서 한 장. 나 한 장. 아귀한텐 다시 밑에서 한 장. 이제 정마담에게, 마지막 한 장.
아귀: (고니의 손을 낚아채며)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고니: 뭐야?
아귀: 내 패하고 정마담 패를 밑에서 뺐지?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 새끼야?
고니: 증거 있어?
아귀: 증거? 증거 있지. 너는 나한테 구땡을 줬을 것이여.[24] 그리고 정마담한테 주려는 거 이거 이거, (고니가 뺏기지 않으려는 듯 안간힘을 쓴다.) 이거 장짜리 아니여? 자 모두들 보쇼. 정마담한테 장땡을 줘서 이 판을 끝내겠다, 이거 아니여?[25]
고니: (악을 쓰며) 시나리오 쓰고 있네 미친 새끼가!
아귀: (가소롭다는 듯이) 으허허허허허허허허!
호구: 예림이(정마담), 그 패 봐봐 (패를 가리킨다.), 혹시 장이야?
아귀: 패 건들지 마! 손모가지 날라가붕게. 해머 갖고 와.
정마담: (당황해하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돼?!
고니: 잠깐. 그렇게 피를 봐야겠어?
아귀: 구라치다 걸리면 피 보는 거 안 배웠냐?
고니: 좋아. (유리컵을 비워 패 위에 엎어놓는다) 이 패가 단풍이 아니라는 거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를 건다. 쫄리면 뒈지시든지.
아귀: (예상 밖의 대답에 살짝 당황하며) 이 씨벌롬이 어디서 약을 팔어?
고니: 씨발, 천하의 아귀가 혓바닥이 뭐 이렇게 길어? 후달리냐?
아귀: 후달려? 허허허허허허허. 오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질 건다. 둘 다 묶어!
(오함마를 들고 등장한 아귀의 부하가 선장과 호구가 두던 바둑판을 엎어 버린다. 수많은 바둑알들이 바닥에 떨어진다. 잠시 후 그 위에 아귀와 고니의 손이 묶인 채 등장한다. 담배를 피우며 마음을 가다듬는 아귀)
아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준비됐어? 까 볼까? 자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겄습니다잉. 따~라라란~ 따라란~ 따라란~ 따~ 쿵짝짝~ 쿵짝짝~ 따라리라라리...[26]
(10월(단풍)이라고 확신하고 패를 뒤집는데 나온 그림은 3월(벚꽃) 광. 아귀 순간 말이 없어진다[27])
선장: 사쿠라네?
호구: 사쿠라야?
아귀: 내가 봤어. 이 씨발놈, 밑장 빼는 거 똑똑히 봤다니께!
고니: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 거 안 배웠어? 뭐 해, 니네 형님 손 안 찍고?
아귀: 야! 이 씨발놈 손모가지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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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꽃히는 싸늘한 느낌. 새삼스럽게 무슨 걱정이란 말인가, 기술을 쓰려면 언제나 이런 느낌이 들었었다. 염려할 것 없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패를 돌리며) 춘재에게 한 장. 다음 아귀에겐 밑에서 한 장. 정마담도 밑에서 한 장. 그리고 곤 자신은 위에서 한장. 다시 춘재에게 한 장. 위에서 패를 빼느냐 밑에서 패를 빼느냐 타짜는 소리만 듣고도 알아챈다. 그러나 소리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이제 한 장만 더 빼면 된다.
아귀: (고니의 손을 확 붙잡으며) 가만!
고니: ......!!
아귀: (고니의 얼굴을 쳐다본다) 밑식?
해설: 밑식이란? 밑장을 빼서 돌리는 기술.
고니: (당황하면서) 왜 이러십니까? 갑자기? 이 손 놓으시오!
아귀: 내가 머저리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나 패허고 정마담 패 밑에서 뺐지? (허대철과 춘향이가 쳐다본다.)
고니: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인다) 그...그럴리가 있습니까! 난 그런 기술 모릅니다! 빼라고 해도 못 뺍니다!
아귀: 증거가 있는디도 오리발 내밀래? (정마담, 백삼봉, 곽춘재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아귀: 니가 들고 있는게 장짜지? 보여봐!
고니: 모릅니다! 내가 그걸 어찌 압니까?
아귀: (고니 손 안에 있는 패를 빼앗으려 하며) 몰르믄 내가 갤카주지! (패를 뺏는다.) 자, 모두들 잘 보시오! (모두들 긴장한 듯이 쳐다본다.) (패를 뒤집으며) 니는 나헌테 구땡을 줬어! (구땡이 나온다.) (정마담을 가리키며) 글고 정마담헌테 장땡을 줘서 판을 끝내려고 했던 거시여! (정마담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허대철: 세상에! 어쩌케[19] 장땡, 9땡 자기 불알 쭈물르디끼 그러코롬 맘대로 줄 수 있당가?(...)[20]
고니: 제멋대로 지껄이지 마시오! 난 모르는 일입니다!
아귀: (고니의 목을 잡으며)이 X팔놈이 증거가 나왔는디도 끝꺼정 우기네!
고니: (목을 잡히며) 우욱!
허대철: 정마담! 먼저 받은 패 봤소?
정마담: 아직 안 봤어요.
허대철: (패가 뭔지 확인하려 손을 뻗는다.)한 번 봐봐! 장인가!
아귀: 그 패 아무도 건드리지 마! (허대철이 손을 멈칫한다.) 건드리는 즉시 손모가지 날아가불 건께! (패가 클로즈업 된다.) 저것이 단풍이란 것에 나 돈 몽땅허고 나 손모가지를 걸겄다! 니는 뭘 걸래?
고니: !
정마담: !
춘향: !
고니: 내가 왜 그런 내기를 합니까! 우리 누님이 장땡 잡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소?
아귀: 어거지 쓰지 말어! 니가 밑장을 빼서 돌린 거이 아니라믄 저것이 장짜일 확률은 10%도 안된다! 9:1로 유리헌 내기를 왜 못허냐? 그것은 니가 저것이 장짜인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여! 해머 갖꼬 와!
고니: 잠깐! 그렇게도 피가 보고 싶소?
아귀: 이거이 보통 노름이여? 이런 판에서 구라치다 걸리믄 모가지가 짤리도 할 말이 없는 거여!
고니: (비장한 표정으로) 좋소! 그렇다면 판을 더 키웁시다! (아귀가 놀란다.) 삼손 씨![21] 거기 고뿌 좀! (컵을 패 안에 들어가게 놓으며) 누구든 내 허락없이 이 고뿌를 건드리면 창자가 밖으로 나오게 될 거요! (고니와 아귀를 제외한 모두가 컵을 바라본다.) 자! 해 봅시다! 뭐를 거시겠다고? (돈을 내놓으며) 난 이 패가 장이 아니라는 것에 우리 식구들 돈 몽땅하고 내 모가지를 걸겠소! (아귀가 놀란다.)
아귀: 허세부리지 말어! 그런 똥깡에 나가 넘어갈 것 같으냐?
고니: 자신 없으면 포기하시오! 포기한다고 뭐라 그럴 사람 아무도 없소!
아귀: (미소를 지으며) 잘못 생각한거여! 그런 똥배짱으로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어!
고니: 노름을 혓바닥으로 하실 건가? 어서 양자택일 하시오!
아귀: (돈을 내놓으며) 오냐! 우리 식구들 돈 몽땅이다! 하지만 목숨만은 살리 주께! 나는 손 하나면 돼!
고니: 그렇게는 안 돼! 이 패를 보고 싶으면 모가지를 걸어!
춘향: 발악하지 마! (고니의 목을 조르며 제압.)
고니: 켁!!
아귀: 암만 발악해 봤자 니는 온전한 몸으로 못 돌아가! (바둑판을 엎고 손을 올려놓으며.) 손 대!
고니: (춘향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손이 바둑판에 내려진다.) 안 돼!! 내가 잘못했소! 없었던 일로 합시다!!
아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낙장불입! (고니가 발악을 하며 춘향의 옆구리에 주먹을 넣는다. 그러나 춘향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니의 뺨을 때리며 제압한다.)
고니: 으헉!!
정마담: 그만 하세요! 돈만 따도 충분하잖아요! 자그마치 백만 환예요!
아귀: 말리지 마시오잉! 봐서 알겄지만 이거는 공정헌 게임이요![22]
춘향: (고니의 손을 묶으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놈은 조선 땅서 사라져 뿌려야 해요!(아귀와 고니의 손이 바둑판에 묶였다. 이제 확인해야 할 시간이고 아귀는 여유롭게 미소를 짓고 고니를 바라보는 한편, 고니는 절망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숙인다.)
해설: 고뿌 속의 패는 춘재가 확인하기로 했다. 이긴 사람의 손을 풀어주는 일은 정마담에게 맡겨졌다. 그리고 망나니의 역할은 춘향이의 몫이었다.
춘재: (컵을 들며) 그럼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귀는 승리의 표정을 짓고 고니는 절망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모두가 지켜본다. 그리고 패를 뒤집는 순간, 그 패는 사쿠라였다.)
허대철: (놀라면서) 사쿠라네??!!
아귀: (당황하며) 사쿠라라고라? 그, 그럴리가...! (춘재에게 받은 패를 확인하며) 그럴리가 없어! 나가 봤어! 이놈이 밑장 빼는 걸 똑똑히 봤어!
고니: 장삼, 세 끗 만들어주려고 그런 미친 짓을 하나? (돌변하며 싸늘한 미소를 짓는다.) 당신 말이 맞아! 당신은 머저리 빙다리에 핫바지야!10%의 확률에 승부를 거는 멍텅구리가 당신 말고 또 있을까?
아귀: (방백) 이 자식이!! 뭐 허고 있냐! 후딱 이 자식 손을 찍어부러!
원작이 있는 시나리오의 각색이란 바로 축약의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음
특히 이미 관객에게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과거를 빌드업을 해와서 현재의 상황에 이른 것이기에)
원작의 분량을 영상에 어울리도록 얼마나 잘 함축하느냐가 최고의 관건임
이후 하나의 밈이 될 펀치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사를 어케 만들어내느냐는 것도 관건
최동훈 감독은 나름 대사 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의 전작이었던 '범죄의 재구성'에 관한 인터뷰를 할 때마다
'접시를 돌린다' = '사기 친다'
라는 대사에 대해서 언급했던 걸로 기억함
명대사가 애드립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예전에 다른 매체의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도중 담당자 왈
"영화 시나리오는 뭐 그냥 대사 칸 비워놓고 '애드립' 적어 놓은 것도 많드라구요"
하면서 깔깔대던 게 생각남
이건 솔까말 감독의 역량이자 배우의 역량인게
감독은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섭외한 점
배우는 그 캐릭터를 제대로 해석하고 적절한 애드립을 실어둔 점
이 두 가지의 시너지인 거라고 보면 될 거
결국 우리는 관객의 입장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면 된다는 거
그것이 바로 영화가 너무 재밌었기에 지불한 관람료를 아까워하지 않는 거
영화 이야기
외계+인
전우치의 도전은 나름 만족했는데 이번 건...
최동훈 감독님 걍 케이퍼 무비로 돌아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