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태산 님 ) 북한 내각의 경공업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여러 나라의 서로 다른 경제 발전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원유가 한 방울도 안 나오고 경공업의 주원료인 생고무와 목화가 전혀 생산되지 않는 한반도에서 다량의 생활필수품을 생산 공급하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최고의 관심사였다.
 
사실 한반도 백성이 선조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것은 배고픔과 헐벗음뿐이었다. 그런 데다 1945년 광복 후 북쪽은 사회주의 공동체로, 남쪽은 자본주의 국가로 각각의 길을 걷기 시작하여 어언 8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보라. 한반도 남쪽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이제는 국민이 너무 잘 먹어서 살을 빼려고 날마다 산에 오르는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반대로 북한 백성은 너무 배가 고파서 허기진 배를 안고 풀뿌리를 캐려고 산에 오르는 거지 신세의 나라다.
 
그러니 인민에게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여 준다”고 약속한 김일성의 유훈을 지키려고 뛰어다니던 이 경제 전문가의 눈이 뒤집히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남조선 놈들은 지하자원도 없고, 일제로부터 물려받은 경제 기초도 없고, 인구는 북한보다 2배 이상 많다. 게다가 독재자 박정희가 탱크로 판잣집을 다 밀어 버리고 백성을 한지로 내쫓았고, 경제는 남의 나라 원료에 의존하는 절름발이식 매국 경제를 건설했고, 미국과 일본이라는 갓끈에 매달려 겨우 살아가는 한심한 나라라고 했다. 그게 내가  귀가 터지도록 들어 온 노동당의 선전이었는데….”
 
외국에 나갈 때마다 비행장에서부터 길거리 상점들에 이르기까지 남조선 상품이 없는 곳이 없더라. 외화를 벌어 보려고 어린 아가씨들을 끌고 유럽과 동남아 나라들로  나가 보니 그 나라 사람들은 오히려 돈을 벌려고 남조선으로 가겠다며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나를 쫓아다니더라. 그러니 자존심 강한 북한 사람인 내가 팔짝 뛰고 죽을 일이 아니겠는가. 남조선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재주를 부려서 그렇게 빨리, 그렇게 잘살게 되었는지를 어디다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믿고 가족을 끌고 비자도 없이 한국으로 날아들었다. 나는 한국에 와서 삐뚤어진 인간들의 생각을 써 갈긴 책은 안 보았다. 포스코 강철공업 단지·원유가공 단지·반도체 단지·조선업 단지·자동차 생산기지 모두 내 눈으로 직접 보았고 “이것도, 그리고 저것도 다 박정희 시대에 건설했다”는 사실을 내 귀로 직접 들었다.
 
나는 수십 년간 국가 경제분야에 종사하면서 나름대로 세계 굴지의 공업단지들을 두루 다녀 보았다. 하지만 한국의 공업단지들처럼 현대적이고 아름답고 깨끗하고 미래지향적인 것은 못 보았다. 북한 사람인 내가 적국(대한민국)의 것을 보면서 민족의 긍지를 느끼며 뿌듯한 마음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프고 분노가 일었다. “한날한시에 광복되어서 똑같은 선에서 출발한 남과 북인데 어찌하여 내 조국 북한은 굶어 죽는 나라가 되고, 남쪽은 배부른 나라가 되었는가”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느꼈다. 박정희가 옳았고, 김일성은 틀렸다. 북한 백성은 거지가 됐고 남쪽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백성이 되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박정희가 옳았고 김일성이 틀렸다는 증거다.
 
물론 북한에도 80여 년 동안 큰돈을 들여서 만들어 놓은 것이 참 많다. 전국의 명산마다 바위에 김일성·김정일의 이름을 새기고, 백두산·왕재산 등 전국의 곳곳에 세계 최고의 우상화 창작물들을 세우고, 수만 개의 김일성 동상을 세우고, 김정일의 가짜 고향도 만들고, 전국에 사적관과 혁명사상연구실을 수십만 개 설립하고, 경치 좋은 곳마다 김일성·김정일 특각을 건립하고, 충성탑과 교시비도 수만 개다. 전국의 공장과 농장마다 수령을 위한 8·9호 직장을 만들고, 병원도 수령님의 병원, 화폐에도 김일성 초상화…. 더 말을 말자.
 
그런데 남한에 와 보니 한국인들 중에는 박정희가 아니라 국민이 잘해서 잘살게 된 거라고 억지를 쓰는 자들이 있다. 그런 식이라면 북한은 김일성은 잘했는데 북한 국민이 게을러서 굶어 죽게 되었다는 소린가. 이 탈북자가 한국 국민에게 말한다. “만약 북한 국민에게 박정희라는 지도자를 주었더라면 북한은 몇십 년 전에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G2(주요 2개국) 국가의 기적을 이루어 냈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강하고 재간 좋고 부지런한 북쪽 국민에게는 어찌하여 김일성 같은 못난 인간을 내려서 굶어 죽게 만들고, 자기들끼리 물고 뜯고 정치적 야심만 가득한 대한민국에는 왜 박정희라는 인물을 내려서 이리도 잘살게 만들었는가. 하늘이 참으로 무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