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불공정’ 과정 ‘불투명’ 결과 ‘차별’

과거 어느 정부 보다 공정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이지만 종교 분야에서 만큼은 공정과 균형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종교계 중론이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말했던 취임사가 무색하리만큼 취임 후부터 시작된 문 대통령의 지나친 가톨릭 사랑은 누구보다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특정 종교 선양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회의 평등은 가톨릭에 치우친 정부 공식 행사와 대내외적 민간 교류로 무너졌고 과정은 불투명했으며 결과는 차별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친 가톨릭 행보는 공공영역에서 종교편향, 불교왜곡 행위를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불교폄훼 발언, 문화체육관광부 캐럴 활성화 캠페인, 경기도 광주시 가톨릭 성지 순례길 추진, 국?공립합창단 특정종교 찬양공연 등 현 정부 들어 공공영역에서 종교편향, 불교왜곡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불교와 인연이 있었던 문재인 정부가 종교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으로 묵묵히 정부와의 소통을 시도해왔던 불교계는 지난 5년 간 이어진 불교 홀대에 이제 기대감을 내려놨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임을 드러낸 청와대 축복식
‘청와대 축복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의 종교 편향을 드러낸 시발점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청와대 관저에 입주하자마자 천주교회 전례에 따른 축복식을 진행했다. 축복식에는 서울 홍제동 성당 주임 신부와 수녀 4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 내외와 저녁 식사를 하며 약 2시간 동안 관저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축복식을 진행했던 유종만 신부는 “청와대 측 요청이 있었다”며 “같은 성당 식구라 축복식을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통령 개인의 신앙 생활로 비공개로 진행된 일정이었지만 특정 종교 행사가 청와대 관저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행해진 데다 SNS 등을 통해 언론에 사진이 공개되면서 남다른 관심을 받았다. 당시 언론들은 축복식 기사를 일제 보도하며 ‘문 대통령의 세례명은 티모테오, 김 여사의 세례명은 골룸바다. 티모테오는 '하느님을 공경하는 자', 골룸바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뜻한다’고 했다. 

역대 정부 최초 교황청에 특사 파견
로마 교황청에 대통령 취임 특사단을 파견한 것도 역대 정부에선 볼 수 없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한반도 평화 지지를 요청한다는 취지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를 최초의 대통령 취임 특사로 교황청에 파견, 친서를 전달했다.

당시 김희중 대주교 등 로마 교황청 특사단은 앞으로 국내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경우 로마 교황청이 특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축성한 묵주를 선물로 전했다. 전례 없는 특사 파견에 언론을 통해 교황이 선물한 묵주를 들고 활짝 웃는 대통령의 모습 등이 보도되면서 종교 편향에 대한 우려는 점점 현실화 됐다.  



잇따른 로마 교황청 방문 



문재인 대통령은 교황청에 취임 특사를 파견한 데 이어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 로마 교황청을 찾는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재임 기간 두 번이나 로마 교황청을 찾아 가톨릭 교황을 만난 것은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 과정에서 교황청 미사에 참석한 모습이 공중파 방송과 국가가 운영하는 ‘KTV 국민방송’, 가톨릭 언론 등을 통해 생중계로 방송됐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개인 신앙에 따라 미사를 보는 모습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과 특정 종교계 언론 등을 통해 전파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불교계 심정은 어땠을까. 

특히 첫 교황청 방문에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을 두고 ‘문 대통령이 교황을 알현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알현’은 군주 등 자신보다 지체가 높은 이를 찾아가 뵙는 일을 이르는 단어로 한 나라의 통치자가 쓸 만한 표현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지탄을 받았다. 아울러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교황청을 찾았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교황 방문’을 통해 실익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도 대내외적 비판을 샀다.

해외 순방 마지막은 성당
해외 순방 때마다 바쁜 일정에도 성당을 빠짐없이 방문하는 모습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가톨릭 신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가 됐다. 단적인 예가 2020년 미국 방문 당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과의 만남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아프리카계 최초로 추기경으로 임명된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난 자리에서 “주교님을 뵈니 꿈만 같다. 저는 가톨릭 신자다. 본명이 디모테오라고 한다”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이어 “한국으로서는 과거의 김대중 대통령님에 이어 두 번째 가톨릭 신자”라며 “한국 대통령으로서, 또 가톨릭 신자로서 주교님을 뵙게 돼서 정말 영광”이라고 인사했다. “한국 천주교가 사회 정의 등을 위해 싸워 왔다는 말이 저에게는 큰 자부심”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해외 순방마다 성당을 찾아 추기경 등 가톨릭 인사를 빠짐없이 만나며 언론 또한 ‘순방 마지막은 성당’ ‘문 대통령 부부의 성당 사랑’ 등 문 대통령의 각별한 가톨릭 사랑을 보도했다.

역대 정부 최초 교황청 특사 파견
남북회담·인권위 등 국가적 행사에
가톨릭, 성당 측에만 남다른 배려

정청래 국회의원의 불교 폄훼 발언
캐럴 캠페인, 가톨릭 성지순례길 등
공공영역에서 종교편향 행위 잇따라

가톨릭에 대한 남다른 배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정’에 불교계는 예외였다. 문 대통령은 2018년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남한 측 가톨릭 대표에게만 별도로 북한 조선가톨릭교협회 회장과 만나 성당 복원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알려져 의심을 샀다. 문제가 불거지자 가톨릭 측은 ‘우연히 만들어진 자리였다’고 해명했으나 남북 당국자 동의 없이 추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정부 공식 행사에 성당이 공공연하게 등장한 점도 가톨릭에 대한 남다른 배려를 읽을 수 있는 부문이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 설립 20주년 행사를 서울 명동성당에서 개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차별과 혐오 등 인권에 대해 기념 축사하는 대통령 뒤로 펼쳐진 성당 배경을 두고 ‘개연성이 없다’는 여론이 일었다. 

정청래 의원, 사찰을 ‘봉이김선달’로 비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21년 10월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구역 입장료(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며 사찰을 ‘봉이김선달’이라며 사기꾼으로 비하했다. 정청래 의원은 “해인사 3.5km 밖에서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통행세 내고 들어가야 한다”며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라고 발언하며 사찰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했다.

문화재 구역 입장료는 문화재 보호법에 따른 합법 징수임에도 이를 사찰에서 마치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매도한 것은 전통문화유산을 보존해 온 불교 비하이자 문화재 구역 입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처사다. 정청래 의원 불교 비하 발언을 두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 대선후보까지 사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청래 의원은 50여 일 가까이 침묵으로 일관하다 돌연 조계사를 찾아 참회했지만 불교계 여론은 냉랭한 채 더욱 악화됐다. 불교계는 정 의원의 사퇴 및 탈당을 강력 촉구하고 있다.

문체부, 캐럴이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캐럴 활성화’ 캠페인 역시 문 대통령의 친 가톨릭 행보 하에 공공기관이 특정종교 음악을 홍보에 나선 행위로 볼 수 있다. 불교계는 문체부 캐럴캠페인을 대통령의 종교적 신념을 추종하는 인사들이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문제의식 없이 종교편향 정책을 추진하면서 벌어진 일로 분석하고 있다.

문체부가 캐럴 캠페인을 추진하면서 불교계 안팎에서는 종교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 부처가 앞장서 특정종교 음악을 홍보하는 일이 과연 옳으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뒤늦게 “불교계의 입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을 사과드리며, 문체부는 앞으로 이와 같은 캠페인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장관과 종무실장 등도 직접 종단을 찾아 사과했지만 캐럴 캠페인 관련 프로그램이 취소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

국공립합창단, 특정종교 찬양공연으로 공분
국공립합창단의 특정 종교 찬양공연도 불교계의 공분을 샀다. 대구시립합창단은 부처님오신날 하루 전날인 5월18일 특정종교 찬양 공연으로 구성된 ‘오페라 합창의 향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지역 불교계의 거센 문제 제기로 공연을 취소했다. 대구시 역시 불교계에 사과하며 종교화합 자문위원회 구성,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및 운영규칙에 자문위원회 관련 내용을 명문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시립합창단도 6월24일 애국선열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개최한 제182회 정기연주회에서 특정종교 찬양공연으로 물의를 빚었다. 범어사 등의 문제제기에 부산시는 종교편향 실태를 확인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잇따른 국·공립합창단의 종교편향 공연에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실태 조사에 나섰다.

‘국·공립합창단 인적 구성과 공연 내용을 분석하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립합창단의 정기공연에서 기독교 노래가 80% 이상을, 전국 대부분의 시립합창단에서 70% 이상의 기독교 곡으로 공연이 채워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공공영역에서 종교적 색채가 짙은 공연이 빈번하게 발생해 왔음에도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지자체는 미온적인 자세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가톨릭과 성지순례길 추진
경기도 광주시가 앞장서 특정종교 성지화 사업에 나선 ‘천진암성지 순례길’ 조성 역시 지탄을 받았다. 경기도 광주시는 지난 8월 지역 관광 활성화를 이유로 천주교수원교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가톨릭 성지를 연결하는 순례길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성지 순례길은 전체 7코스로 구성된 121.15㎞ 가운데 남한산성에서 천진암에 이르는 32.5㎞ 구간이었다. 특히 전란에 맞서 스님들이 축성한 호국불교 상징인 남한산성과 조선 후기 당시 천주학을 공부하던 이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폐사된 아픈 역사를 간직한 천진암까지 순례길 코스에 포함시키며 물의를 빚었다.

지자체 주도의 특정종교 성지화와 불교사적 의미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는 사업 추진에 불교계는 분노했다. 종단은 △광주시장의 공식 사과 △성지순례길 사업 중단 촉구 △사업 명칭을 포함해 원점 재논의 등 3개항을 촉구하는 공식 입장을 전달하며 문제를 제기했으며, 중앙종회와 종교평화위원회, 교계 단체들도 순례길 조성 사업을 거세게 비판했다. 문제가 커지자 경기도 광주시는 순례길 조성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신동헌 경기도 광주시장도 종단을 찾아 “생각이 짧았고, 불교계에 많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업 홍보한다며 스님 희화화

지적재조사 책임수행기관인 LX한국국토정보공사도 스님 희화화 및 비하 콘텐츠를 제작해 논란이 됐다. LX공사는 지적재조사 사업 홍보를 위해 제작한 유튜브 영상에서 “스님은 지적질이나 받아라”, “멍청한 스님, 산에만 처박혀 있으니깐 아무것도 모르지” 등 저속한 표현으로 스님을 비하하고 희화화하면서 불자들의 공분을 샀다. 사업을 홍보하겠다던 취지와 달리 영상은 스님을 비하하며 재미와 웃음에만 치중해 심각성을 더했다.

논란이 커지자 LX공사 측은 종단을 찾아 공식 사과했다. 김정렬 LX공사 사장은 종단을 찾아 “심려를 끼쳐 드려 불교계에 진심으로 사과 한다. 지적재조사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스님을 폄훼하는 내용의 홍보영상으로 심려를 끼쳤고 왜곡된 스님 이미지로 홍보한 방식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 불자들에게 실망을 안겨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엄태규 기자 [email protected]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com

[불교신문3700호/2022년1월18일자]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