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수년 동안 공기업을 대상으로 특정 민간재단에 기부금을 낼 것을 강요한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모금액은 20억 원, 모금에 응한 공기업은 16곳으로 파악됐다.
전체 350개 공공기관·공기업의 기부·후원 예산을 전수 조사하고, 모 의원실과 함께 6년 치(2015~2020년) 공공기관의 기부금 집행 내역을 공동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비리를 확인했다. 현행 법률상 국가기관은 기부금을 모집할 수 없다.
그러나 보훈처는 거짓말로 축소·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보훈처는 지난 8월 "사실무근"이라고 거짓 해명을 했다가 뉴스타파가 협조 공문 등 관련 물증을 제시하자, "차후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지금껏 묵묵부답이다. 보훈처가 공기업을 강요해 받아 낸 기부금을 몰아준 민간재단은 함께하는나라사랑(이하 나라사랑재단)이다. 나라사랑재단은 2008년 보훈처 출신의 전직 공무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취재가 시작된 초기, 보훈처는 강제 모금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 7월 뉴스타파는 나라사랑재단을 통해 기부금을 모집한 사실이 있는지 보훈처에 공식 질의서를 보냈다. 보훈처는 8월 10일 서면 답변을 보내왔는데, "나라사랑재단과 공동으로 기부 업무를 추진한 사항이 없고, 보훈처가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하지 않아 법적 위반 사항이 없으며, 보훈처가 해당 재단의 업무를 대행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보훈처가 매년 각 지방보훈청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공공기관·공기업을 상대로 기부를 강제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두 달 동안 공공기관·공기업이 받은 보훈처 공문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입수한 공문에는 각 지방보훈청장의 날인이 찍혀 있다. 보훈처 사업을 소개하고 돈을 낼 기부처로 '나라사랑재단'을 지정해 명시하는 등 노골적으로 기부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부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적어놓은 공문도 여럿 나왔다.
기관 협조 형식이지만, 기부 강압 또는 강요와 다름없었다. 상당수 공기업은 국가기관인 보훈처를 고려해 나라사랑재단에 기부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공기업은 공문 접수 이후, 보훈처가 요구한 대로 재단에 기부금을 냈다.
나라사랑재단에 대한 공기업의 기부는 보훈처 주도로 이뤄졌다. 민간재단을 내세웠지만, 이들 기부가 과연 자발적이었는지 의심이 드는 공문도 여럿 확인됐다. 한국도로공사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도로공사는 2016~2017년까지 2년 동안 나라사랑재단에 모두 500만 원을 기부했다. 온누리상품권과 기부 물품을 후원했다. 그런데 도로공사가 2017년 9월 작성한 내부 문서를 확인한 결과, 후원 결정에 보훈처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문에는 ‘광주지방보훈청의 협조 요청에 의거, 지원한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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