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진관 예조 판서 유지가 아뢰기를,
"성안에 요귀(妖鬼)가 많습니다. 영의정(領議政) 정창손(鄭昌孫)의 저택에는 귀신이 있어 능히 집안의 기물(器物)을 옮기고, 호조 좌랑(戶曹佐郞) 이두(李杜)의 저택에도 여귀(女鬼)가 있어 매우 요사스럽습니다. 대낮에 모양을 나타내고 말을 하며 음식까지 먹는다고 하니, 청컨대 기양(祈禳)하게 하소서.”
하자, 국왕이 좌우에 물었다. 홍응이 대답하기를,
“예전에 유문충(劉文忠)의 저택에 쥐가 나와 절을 하고 서서 있었는데, 집 사람이 괴이하게 여겨 유문충에게 고하니, 유문충이 말하기를, ‘이는 굶주려서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다. 쌀을 퍼뜨려 주라.’고 하였고, 부엉이가 집에 들어왔을 때도 역시 괴이하게 여기지 아니하였는데, 마침내 집에 재앙이 없었습니다. 귀신을 보아도 괴이하게 여기지 아니하면 저절로 재앙이 없을 것입니다. 정창손의 저택에 괴이함이 있으므로 집 사람이 옮겨 피하기를 청하였으나, 정창손이 말하기를, ‘나는 늙었으니, 비록 죽을지라도 어찌 요귀로 인하여 피하겠느냐?’고 하였는데, 그 저택에 마침내 재앙이 없었습니다.”
라면서 귀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귀신이 알아서 나갈 것이라고 염려말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지가 국왕에게 아뢰기를,
“청컨대 화포(火砲)로써 이를 물리치소서.”
하였다.
<성종실록 17년 11월 10일>
대포 박으면 꼼짝못하지 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