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놀드 클래식에서 우승을 거둔 카이 그린에게 베큠(Vacuum) 포즈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아놀드.
그러나 카이 그린은 베큠 포즈를 할 수 없다. 그걸 알면서도 굳이 베큠을 보여달라고 한 것은 카이 그린에게
망신살이 뻗치는 일이지만, 현대 보디빌딩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다. 아놀드는 수 년 전부터
보디빌딩이 과거와 달리 대중들의 선망을 받지 못한다고 비판해왔는데 그 증거로
요즘 선수들이 자기 때에는 다 하던 베큠 포즈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프랭크 제인의 베큠
배를 쑥 밀어넣어 상체를 부각시키는 베큠 포징을 가장 훌륭하게
구사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 프랭크 제인이다. (그의 허리는 29인치였다.)
그렇다면 왜 현대의 보디빌더들은 이 베큠 포징을 선보이지 못할까?



배가 튀어나왔기 때문에 베큠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선수들이 많은 것이다.
복근이 뚜렷함에도 배가 임산부마냥 불룩 튀어나온 현상을 '팔룸보이즘'이라고 하는데
약물의 부작용, 엄밀하게 성장호르몬 때문에 내장근육까지 발달되는 것이 그 원인이다.
내친 김에 약물이 사람의 육체를 얼마나 바꿔놓았는지를 한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과거의 로니 콜먼
우리가 아는 로니 콜먼의 전성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로니 콜먼 본인의 말로는 자신은 1994년까지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미스터 올림피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자 친구인 플렉스 윌러가
약물을 사용하라고 권유하였고 이를 받아들여서 약을 꽂은 결과

벌크업에는 성공했지만 내장까지 같이 커져서 결국 배불뚝이가 되어버린 로니 콜먼.
아놀드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현대 보디빌딩이 타락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자기 때에는 조각상같은 육체를 만드는 것이 보디빌더들의 지향점이였는데
요즘 선수들은 누가 더 괴물같은지를 두고 경쟁하느라 육체미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를 몰고 온 장본인 도리안 예이츠
1년 사이에 대폭 벌크업을 하고 돌아온 도리안 예이츠는 보디빌딩계를 충격으로 빠뜨렸고
보디빌딩의 지향점을 "심미성"이 아닌 "거대함"으로 바꿔버린다. 일단 크기로 제압해야 된다는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자 너나 할 것 없이 더 큰 근육을 탑재하기 위해서 약에 의존하게 되고
아무 약이나 꽂다보니까 아무 근육이나 마구 자라서 선수들의 체형을 망치고 나아가 선수들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되고만 것이다.


과거의 보디빌더, 즉 아놀드를 위시한 클래식 보디빌더들은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역삼각형의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풍채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를 보는 듯 했다.
아놀드는 보디빌딩은 스포츠이지만 동시에 예술(Art)이라고 전제한 후 조각가들이 망치와 끌로
작품을 조각하고 주조하듯이 보디빌더들은 덤벨, 바벨 따위로 몸을 만드는 것으로 보디빌더는
살아있는 조각상이 되어야 하고 대중들이 보면 "정말 멋지다" 라고 감탄해야 되는데 요즘 선수들은
무식하게 사이즈만 키워서 "징그럽다." "더럽다"는 말이나 듣고, 자기 때에는 선수들의 체형이
V(역삼각형)자 였는데 요즘 선수들의 몸매는 멋대가리없는 통짜 몸매라고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그러자 로니 콜먼, 필 히스, 제이 커틀러 등의 현대 보디빌더들은 언짢았는지 자신의 성공에 심취해서
자신의 뿌리를 잊은 것은 아니냐, 혹은 현대 보디빌더들을 질투하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의문을 제기하였고
그 중에서도 필 히스는 "본인은 최고의 다리 근육까지 갖췄지만 아놀드는 하체가 부족했다." 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아놀드는 하체, 그 중에서도 종아리(Calf)가 약점이였다. 하체를 키우기 위해서 별도의 트레이닝까지 소화하며
심혈을 기울였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기에 역대 최강의 하체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톰 플라츠와 만나
"나의 상체와 당신의 하체를 합치면 완벽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놀드 본인도 아쉽게 여겼던 것이다.

톰 플라츠의 강철 다리
다리근육의 사이즈도 사이즈이지만 잔근육까지 아낌없이 발달해서 데피니션 또한 역대급이였다.
본론으로 돌아가 보디빌딩의 레전드로 손꼽히는 아놀드가 현대 보디빌딩을 비판하고
적지않은 수의 대중들이 이에 찬동하자 미스터 올림피아도 더는 외면하기 어려웠는지
근래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놀드의 비판에 너는 하체가 부실했다고
맞불을 놓은 필 히스는 이제 더 이상 챔피언이 아니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미스터 올림피아 7회 우승을 거둔 필 히스
머신 운동만 해줘도 근육이 쑥쑥 자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승승장구하였으나
사이즈에 집착한 것인지 약물로 인해 배가 튀어나오고 복근의 윤곽이 무너져
결국 숀 로든에게 챔피언의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이에 충격을 받았는지
2019년 미스터 올림피아에 불참하고 공백기를 가진 후 2020년에 되돌아왔으나

우승은 빅 라미의 것이였다!
빅 라미는 거대한 프레임이 강점인 선수로 과거 로니 콜먼을 연상케하는 공룡같은 몸집을 가지고 있으나
로니 콜먼과 달리 배가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평가기준에서 심미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 말인즉 필 히스가 더는 챔피언이 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 이유는 말 안 해도 알겠지?

클래식 보디빌더들의 단체 사진
그리스 조각상을 연상케 하는 역삼각형의 몸매를 가지고 있다.
과연 아놀드의 요구대로 미스터 올림피아가 누가 더 괴물인지를 두고 경쟁하는 대회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육체미를 평가하는 대회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자면 긍정적인 신호들이 읽히고 있어서 다행스럽다.
아놀드가 역설했듯이 보디빌딩은 예술이기 때문이다.
추신
"보디빌딩은 예술"이라는 말인즉 빻아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