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이 비면 농땡이를 부리지 말고 도우란 말야. 난 계속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밥통 정도야 빠르게 닦을 수 있잖아. 그만 농땡이 치고 식판이나 넣어. 너희도 빨리 끝내고 가고 싶잖아. 나도 마찬가지란 말이다. 시간도 별로 없어. 나 참... 식판을 가져오기라도 하란 말이야. 나 혼자 모두 넣고 있잖아. 수저라도 닦으란 말야. 허접스런 내기 놀이는 그만 하고 빨리 마무리나 해. 가위바위보 따윈 집어치우란 말야. 나는 할 일을 하고 있어. 가장 힘든 식판 닦기를 하고 그걸 세척 기계에 집어넣고 그걸 다시 살균기에 집어넣고도 시간이 남아서 의자 정리를 하고 싱크대 정리를 하고 수저를 끼웠단 말이다. 드라마 따윈 나중에 봐도 되잖아. 대체 왜 웃고 떠드는 거야. 웃고 떠들 기운이 있는 게 신기하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진심으로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는 거지. 아니, 진심이 아닐 수도 있지... 그래도 말야, 웃고 떠드는 건 이해가 안 가는 걸. 알아, 내가 비정상이라는 거. 그래도 역시 정상 범주란 정말, 나 참,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역시... 아니다. 마무리가 되었군. 살균기도 잘 돌아가고 있어. 너흰 옷가지를 챙기고 있군. 부식 쓰레기 박스 정도는 들 수 있잖아. 전부 비닐이어서 가볍다고. 가위바위보를 굳이 해야겠어? 그냥 내가 들고 가야지. 그래, 차라리 이게 낫지. 비록 낫지 않지만 이게 낫겠지... 그렇고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