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수행 정진을 해 오던 어느 스님이 어느 날 길을 가던 중, 문득 담벼락 옆에 핀 복숭아꽃을 보고는 홀연히 깨우침을 얻었다. 너무도 기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는 오도송을 읊었다.
그 소식은 인근의 절간으로 퍼졌다. 한 스님이 "아하, 그렇구나" 하며, 복숭아꽃을 화두로 삼아 정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절간 도처에다 복숭아꽃을 온통 심었다. 얼마뒤 복숭아꽃은 온 사방에 흐드러지게 피었고, 스님은 하루종일 복숭아 꽃만 쳐다보며 오로지 밤이나 낮이나 복숭아꽃만 생각했다.
그러길 십수년, 그 스님은 깨우침은 커녕 복숭아꽃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질 못했다.
정성과 노력이 부족했거니 생각하며, 이전보다 더 광적으로 복숭아꽃에 매달렸다. 복숭아꽃으로 밥도 비벼먹었고 반찬까지 해 먹었고 떡도 해 먹었다. 복숭아꽃으로 베게도 만들어 반드시 그것을 베고서야 잠을 청했다. 복숭아꽃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보았다.
그러나 별무 소용이었다.
어느덧 그 스님은 임종을 맞을 나이가 되었고, 죽기 전 이런 말을 남겼다.
"복숭아꽃을 보고 깨우쳤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시장에서 큰 돈을 벌어 성공한 어느 투자자가 사람들의 간청에 못이겨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투자설명회에 나왔다.
그는 설명회에서 수줍은 목소리로 자신은 RSI 하나만으로 매매를 한다고 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직 RSI 하나만 보고 오직 그것 하나만으로 매매를 해서 돈을 번다고 했다.
그 순간부터 RSI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RSI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하기 시작했고 RSI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그 책들은 순식간에 주식관련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누구는 RSI 로고가 새겨진 옷만 입고 다니고 또 누구는 RSI 무늬가 새겨진 넥타이만 매고 매매를 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RSI로 돈 벌었다는 사람은 어디에도 나타나질 않았다.
주객선사는 부처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뜰 앞의 잣나무"라고 했다. 뜰 앞에 소나무가 있었으면 뜰 앞의 소나무라고 했을 것이고 뜰 앞에 아무 것도 없었으면 아마 뜰앞의 돌멩이라고 했을 것이다. 잣나무에만 집착하고 매달리면 한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조건과 상황이 결부되어졌을 때, 비로소 하나의 방편을 통해 결과가 이루어진다.
수십년간의 고행, 피를 말리고 살을 에이는 수행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날따라 오월의 따스한 햇살이 무척이나 정겹고 보드랍다. 그러다 문득 담벼락을 보니 아,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만약 그것이 복숭아꽃이 아니라 살구꽃이었다면 그는 분명 살구꽃을 보고 깨우침을 얻었을 것이고 만약 그것이 패랭이꽃이었다면 그는 패랭이꽃을 보고 분명 대오(大悟)를 해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을 것이다.
복숭아꽃은 단지 하나의 방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었을 뿐이다.
시장과 더불어 살아온 오랜 세월, 그 뼈와 살을 묻어온 치열한 순간 순간들, 밤을 밝혀가며 사유와 고민을 했던 순간 순간들, 그것들이 하나하나 침전되고 퇴적되어가던 어느 날, 그의 책상에는 마침 RSI에 관한 책자가 놓여져 있었고, 그는 문득 RSI라는 방편을 통해 시장의 본질, 가격의 원리에 대한 깨달음을 홀연히 얻었다.
만약 그날 책상에 MACD에 관한 책자가 놓여 있었다면 그는 MACD로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고, 이평이 죽죽 그어진 챠트가 놓여 있었다면 이평으로, 스토캐스틱이 춤추고 있었다면 그는 스토캐스틱으로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호가창을 무심코 바라보던 중이었다면 그는 호가창 속에서 섬광같은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고 이후 호가창 하나만으로도 시장을 능히 읽고 능히 매매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가 살아온 치열한 세월, 그것의 무게, 그날의 상황 그런 것들은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그날 그의 책상에 우연히 놓여 있었던 RSI라는 하나의 방편에만 집착하고 매달려서는, 달은 저기 휘영청 떠있는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눈터지게 바라봐서는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다.
설악산에 오르다 보면 절묘한 기암괴석들이 눈 앞에 시시각각 펼쳐진다. 계곡에는 절묘하게 패어진 바위 틈을 따라 옥류가 흐르고 숲은 마치 수채화처럼 주위에 펼쳐져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 앞의 풍광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 어떤 석공, 어떤 목수가 달려들어도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고 빚어낼 수 없는 자연의 저 신묘한 형상들, 그것을 지어낸 비결 혹은 비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시간, 바람과 물과 나무와 돌의 시간, 그것뿐이다.
어딘가에 자신이 찾고자 하는 비법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마 '시간의 두께와 깊이'일 것이다.
일체유심조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