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쿠라 씨.



네, 무엇이지요.


그녀는 나를 향해 있던 시선을 잠시 돌려 교실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서는 어떠한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이윽고 두 명의 여학생이 들어와 교실의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된 후, 그녀의 눈동자는 다시 나를 향했다.





…당신, 누구야?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긴장한 늑골이 한계까지 힘을 주었다.

하지만 초조해 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대답해봐요. 당신은… 사쿠라코우지 사이카라는 사람이야?


진정하자. 이러한 상황은 처음 여장을 결심했을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성별은 물론이고 본명까지 알려져 있다. 얼버무린다고 유야무야 넘겨버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는 침묵했다. 어설픈 변명을 시도해봤자, 허점을 잡힌다면 그때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가방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여장이 발각되었을 때를 대비해 위조해두었던 성 동일성 장애 진단서.

이걸 사용하게 될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왔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문서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대답해 봐요. 당신, 남자였어요!?

이름도, 성별도… 전부 우리를 속여 왔던 거예요?

왜 입을 다물고 있어요? 대답해 봐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아이의 이름은 코쿠라 아사히가 아니었어, 여자도 아니었어!



…하지만,



나도 처음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사쿠라코우지 사이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어.

내 어머님의 여동생, 사쿠라코우지 루나 씨는 이 아이와 같은 알비노 증상을 앓는 분이었어.

새하얀 머리카락, 붉은 빛의 눈동자…

사쿠라코우지 루나 씨가 당신의 어머니죠?

사쿠라코우지 가에 사이카라는 장남이 있는 거죠?

왜 입을 다물고만 있는 거죠? 대답해 보세요!


성별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든 돌파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된 이상 내 정체를 숨길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이 가방 속에 있는 성 동일성 장애의 진단서…

어차피 위조의 문서다. 또 다시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 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을 성별을 속인 것에 대한 면죄부로 삼아 그녀의 분노를 식혀야 한다.

그 뒤에는 뼈저리도록 사죄하여 용서를 구해야겠지.

지금은 나의 여장과 학원 잠입을 도와 줬던 가족들, 그리고 에스트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방법만을 강구하자.

이 진단서를 보여주면 어떻게든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용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 몰인정하게 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난 8개월을 이 교실에서 보내 왔다. 나는 어제까지만 해도 모두에게 인정 받고 있었지 않았는가.




죄송합니다. 여기서 자백하겠습니다. 모두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가방에 손을 넣었다. 위조된 진단서를 결사의 각오로 꺼내든다.




하지만 들어주세요. 저에게는 이러한 사정이…



비겁한 사람!


앗.

그녀에게 떠밀려진 나는 그대로 무기력하게 쓰러져 엉덩이를 바닥에 찧었다.

실로 보기 흉하다. 이 한 순간에 모두 정해졌다. 모두의 동경을 받아왔던… 코쿠라 아사히로서의 나는 더 이상 없다.

나를 밀친 그녀를 올려 보며 깨달았다. 그녀들에게 인정받고 있었던 것은 내가 아니다. 나의 가면일 뿐이다.

이곳에는 내가 있을 장소가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사쿠라코우지 사이카로서의 내 친구는 한 사람도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채 두 팔로 겨우 몸을 지탱하며 모두를 올려다봐야 하는 입장이 된 나는 차례로 클래스메이트의 얼굴을 둘러 봤다.

하지만 내가 늘 봐 왔던 표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윽고 얼굴의 각도가 창문을 향했을 때, 틈새로부터 보이는 태양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 구체는 나의 사정 따위는 헤아릴 필요도 없다는 듯이 평상시 그대로의 위치에 있었다.

찬란히 빛나는 휘황한 빛이, 준엄한 천벌과 같이 나를 향해… 




…괜찮아?


그 빛을 차단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양팔을 힘껏 벌려 나를 감싸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평상시 그대로의 눈동자로 나를 바라봐 주고 있었다.

나는 햇빛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고 있음에도 눈앞의 광채의 황홀함을 말로 이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으로부터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꿈과 같은 광경은 일순간 사라지고, 곧바로 현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신은 알고 있었어?


에스트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를 공범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녀의 결백을 호소하려 했지만, 내가 말하기도 전에 에스트는 머리카락이 나부낄 만큼 강하게 목을 흔들었다.



…몰라.



그런데 대체 왜 감싸는 거야!?



몰라.


태연하게 울리는 에스트의 목소리에 반 전체가 당황하는 기운이 역력했다.




…모르고 있었다면, 당신도 속고 있었던 거 아니야?

화내지 않는 거야?





몰라…

나도 몰라.

우리를 속여왔다는 거…

조금도 모르고 있었어.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겠어.

화가 나 있을지도 몰라.

아무것도 모르겠어… 너무 혼란스러워서.


하지만, 이 아이는 태양에 약해!

시력을 잃을지도 몰라. 생명이 위험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우선은 이 아이를 햇빛이 덮쳐 오는 것으로부터 보호해야 해.

사정을 듣는 것도, 규탄하는 것도… 매도하는 것도… 조금 늦춰도 상관없잖아.

하지만 이 사람은 아직은 나의 메이드야. 난 주인으로서… 나의 메이드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그녀는 나를 용서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동급생들 중 그 누구보다도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혹은 본인이 말한 대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채 격앙된 감정만이 흘러 넘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무엇보다도 내가 다치는 것을 걱정해주었다.

분노도, 미움도 초월해서…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위해 움직여 주었다.

생각을 하는 것보다도 빨리.

긍지 높은 에스트, 그녀가 고귀한 귀족이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더 이상 없다.

처음 만났을 때로부터 그녀는 훨씬 성장했다.

나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기쁘다고 생각했다.

이 학원 생활에 있어서의 목적이 달성되었다.

그 증거로,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라도 고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 내가, 사쿠라코우지 사이카가…

일말의 의문도 품지 않고 시중을 들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

성스러운 고요만이 흐르는 채, 모두가 나의 주인님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