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아들 때린 놈이 누구야?”
액션활극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나지막하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다.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는 종업원들에게 김 회장은 “내 아들이 눈을 다쳤으니 네놈들도 눈을 좀 맞아야겠다”며 가죽장갑을 낀 손으로 두 팔이 붙들린 종업원들의 눈을 집중 가격했다. 낮은 신음소리가 연신 터져나왔다. 한 종업원이 울기 시작했다.
“전 그냥 종업원인데, 우리 전무님이 가서 사과하고 대충 몇 대 맞고 오라고 해서 온 것뿐이에요. 살려주세요.”
자초지종을 캐물어 대강의 상황과 아들을 폭행한 가해자들이 누구인지 파악한 김 회장 일행은 곧바로 북창동 유흥주점으로 달려갔다.
밤 10시 북창동 유흥주점 앞, 다시 번쩍거리는 검은색 최고급 세단의 행렬이 들이닥쳤다. 김 회장과 눈에 붕대를 댄 아들,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는 10여명의 건장한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전자충격기와 쇠파이프 등 흉기를 들고 줄줄이 차에서 내려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검은 정장 청년들’은 술집 주변에 병풍처럼 늘어서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술집은 저항 없이 순식간에 장악됐다. 선두에 선 선글라스 차림의 김 회장이 소리질렀다.
“다 나와, 이 자식들. 북창동을 다 없애버릴 거야. 내가 누군지 알아? 다 여기서 무릎을 꿇을래, 아니면 가게 문 닫을래?”
멈칫하던 종업원들이 복도에 줄줄이 무릎을 꿇었다. 곧 김 회장 아들 폭행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조 전무’가 김 회장 앞으로 불려왔다. 김 회장은 조 전무를 룸 안으로 데려갔다. 곧이어 고성과 함께 뺨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세 차례 들려왔다.
김 회장은 곧이어 새벽에 폭행을 당했던 아들을 불러 “네가 맞은 만큼 때려라”고 일렀다. 곧 룸 밖에서도 분명히 들을 수 있는 ‘퍽, 퍽, 퍽’ 하는 폭행 소리가 새어나왔다.
2시간여 공포의 폭행이 계속되던 밤 12시, 경찰관 몇 명이 술집 안으로 들어와 “112로 폭행신고가 들어왔는데, 신고한 사람이 누구예요?”라고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곧이어 업소 사장이라는 남자가 나서 “우리 종업원끼리 잠깐 다퉜는데, 누가 오해하고 신고를 한 것 같다”고 둘러댔다. 경찰관들은 ‘조심하라’는 경고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곧이어 김 회장은 종업원들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시킨 뒤, 스스로 ‘폭탄주’를 만들어 조 전무와 폭행당한 종업원들, 그리고 자신의 아들과 함께 건배를 했다. 그러곤 ‘서로 때리고 맞았으니 이제 남자답게 화해하고 없던 일로 하자’고 제안한 뒤 ‘술값’이라며 100만원을 건네고 자리를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