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경제 '고공비행'…바트화·주가 초강세!
태국 경제가 2011년 대홍수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의 아픔을 딛고 고공 행진하고 있다. 태국 바트화가치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달러당 29.11바트까지
올라 5년래 최고 수준에 달했다. 태국 주가지수도 같은 날 19년 만에 최고치인 1543.67을 기록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44주 만에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태국 경제성장률(GDP)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9% 증가, 연간 6.4%를 기록했다. 유럽 위기의 영향을 덜 받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태국 바트화가 아시아 환율 시장의 스타로 등극했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5.3%, 내년에 5%로 예상했다.
필리핀도 경제성장 고속도로를 탔다. 성장 전망이 연이어 상향 조정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풍부한 외환보유액 덕이다. 12일 필리핀 현지매체인 인콰이어러는 씨티그룹이 필리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에서 6.3%로 올려 잡았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5.3%로 예상했던 내년 성장률도 6.1%로 올렸다. HSBC 역시
필리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7%에서 6.2%로 높였다. 최근 공개된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5.4%)보다
크게 높은 7.1%로 집계되자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올라갔다. 필리핀 정부가 공공 인프라 지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내년 도로와 항만 등 각종 인프라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4000억 페소.
필리핀 사상 최대 규모다. 풍부한 외환보유액이 필리핀의 강점이다.
지난해 은행권 부실 문제가 터지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던 베트남경제도 새해 들어 청신호가 켜졌다.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경제개혁 의지에
기대감을 품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속속 U턴하면서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외환보유액이 늘며 베트남 통화의 경쟁력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과 태국증시가 각각 연초 대비 3.5%, 1% 상승에 그친 반면 베트남증시는 11% 이상 올랐다. 베트남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의 규제장벽 완화와
증시활성화 계획도 내놓았다. 베트남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보유 한도를 49% 이상으로 높이고 증시 일일가격 변동 상한선을 현행 5%에서 7%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식거래세 인하를 추진하고 증시 거래량 확대를 위해 정부에 국영기업 민영화에 박차를 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 베트남 재무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인하하고 국영토지 임대료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이후 미국의 금융 위기, 유로존의 재정 위기 등 선진국 부채 위기가 불거지면서 세계경제는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 가운데 금융 위기 전후로
성장세의 큰 차이가 없는 곳으로는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지역 협력 기구인 아세안(ASEAN) 을 들 수 있다. 이들 지역은 풍부한 천연자원, 6억 명을
넘어서는 인구 등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및 시장으로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아세안 주요 5개국(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필리핀)은 매년 평균적으로 5%의 성장세를 보였다.
성장세뿐만 아니라 성장의 진폭 자체도 좁혀지며 안정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양호한 흐름이다. 금융 위기 당시에는 세계 주식시장 폭락 속에 아세안 시장도 반 토막이 났다. 그러나 2010년부터 아세안 시장은 양호한 흐름이
이어져 2008년 1월에 비해 75%나 올랐다. 선진국이나 신흥국 주식시장은 이제 겨우 2008년 1월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다.
다만 아세안 지역에서는 몇 가지 위험 요인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먼저 정치적·법적·제도적인 인프라 부족을 들 수 있다.
이는 초기 발전 단계에 있는 국가들의 공통점이다. 아세안의 낙후 지역 국가는 일당 군부독재의 잔재가 남아 있으며 완전한 시장경제 체제가 자리 잡지 못했다.
1997~1998년과 같은 외환위기의 경험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1990년대를 전후로 일본에서는 부동산 시장 버블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지자 동남아시아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일본으로부터 직접 투자가 대거 유입되며 생산 기지 건설, 일자리 확대를 바탕으로
태국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은 고속 성장을 경험했다.
소비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 국가들은 소득수준이 높아지자 과잉 소비 및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지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됐고 이는
결국 국내 총저축의 부족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문제(대외 부채 증가)로 귀결됐다. 1997~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아세안 4개 국가들은 외환위기 이전 10년 동안
경상수지 적자가 매년 평균적으로 GDP의 2~6%에 달했다. 누적된 부채는 투기 세력으로 하여금 환투기의 빌미를 제공하며 아시아 외환위기로 번졌다.
그들도 지나간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지적 역량은 있는 사람들일테니 알아서들 잘 대처하리라 믿는다. 이번에는 한국을 보자.
세계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3%대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70~80년대 10%대에서 2000년대 4.3%로 하락했다.
작년 한국의 성장률도 1970년 이후 네 번째로 낮은 2.0%였고 올해 성장률 역시 2.8%로 저성장이 예상된다. 이처럼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구조적으로 밑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KDI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11~2020년 3.8%인데 반해 벌써 2011년은 3.6%, 2012년은 2.0%였다. 잠재성장률도 2021~2030년 2.9%, 2031~2040년 1.9%로 계속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도 MB정부에서조차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서비스분야 산업화 같은 먹고사는 문제는 별로 개혁된 것이 없었다.
일본을 닮아간다고 걱정하지만, 그래도 일본은 1인당 소득이 4만5920달러(2011년 기준)로 우리(2만2489달러)보다 2배 이상 많다. IMF가 추정한 2012년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3021달러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3만2522달러) 스페인(2만8976달러)보다 뒤진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가 환율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이 돈을 무제한 풀어대는 속에서 일본까지 먼저 살고 보겠다며 엔저로 맞불을 놓고 있다. 위기다!
수출장려국인 한국이 5% 이상의 안정성장을 구가할 수 있는 정공법은 역시나 수출인 것이다. 세계화야말로 수출한국의 경제발전 정공법이다.
《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진국 경제가 주춤하는 사이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한중일 3국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
브릭스나 아세안과 같은 신흥국들이 부상할 때 한국이 그들의 등 위에 확실하게 올라타야 그들이 성장할 때 한국도 함께 성장스퍼트를 올릴 수 있다.
한국은 저성장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아니다. 우리는 미국, 일본, 유럽과 같은 위치에 서있는 국가가 아니다. 그런 나라들은 국민소득이 4만 불에 달하는
선진국이지만 한국은 아직 2만 불이고, 중진국 함정에 빠져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있다. L자 형 저성장을 마치 숙명이라는 듯이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한국은 5%에서 7%까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려야만 하는 입장인 것이다. 기껏해야 2%대에 그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는 한국경제 현주소를
체감케 한다. 시장 동향도 심상치 않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는 ‘3월 자동차 판매 동향’에서 현대자동차 판매 감소율이 10.3%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차량
생산량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저성장과 수출 감소의 사이렌이 울려퍼지는데도 옛 성공 신화에 취해 ‘국민행복’ 공염불이나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