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10(1953~1966) : 1,439대 생산된 소련 최후의 중전차.
조향성을 제외한 나머지 기동성이나 화력면에서 비싼만큼 T-54/55에 비하면 확실히 우수했다.
그러나 대전차 화기 발달과 중형전차가 중전차의 임무를 동시에 수행이 가능한 주력전차 개념이 확립되어 점차 중전차의 몰락이 가속화되었다.
덤으로 당시 서기장 니키타 세르게예비치 흐루쇼프가 열렬한 미사일 지지자로 미사일 기술에 치중해서 미사일과 우주사업이 크게 발전된 면도 있었지만, 이와 반대로 재래식 전력에 회의적이어서 중전차보다는 MBT로 완성되어가던 중형전차에 몰두했고 여기에 키로프 공장 전차설계주임 조제프 야코블레비치 코틴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까지 덧붙여져서 정치적으로도 추가적인 양산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렇게 남은 T-10들은 소련군이 해체되고도 러시아군에 인수됐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국방장관 명령 593호에 따라 1993년 12월 26일 정식으로 군에서 퇴역했다.

T-34(1940~1958) : 8만 4,070대 생산된 소련의 걸작 전차.
성능도 준수하지만 트랙터/기관차 공장에서 찍어낼 정도로 생산하기 쉬운 구조 덕분에 많은 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어 독일의 최신 전차들도 할 수 없는 전략기동을 가능케 했고 숙련도에서 앞서는 독일 기갑 전력에 맞설수 있게 해주었다.
이후 한국 전쟁에서 북한군의 주력전차로 운용되기도 했다.
여담으로 Tiger II는 첫 실전 투입에서 이 T-34 1대에개 3대가 파괴되는 굴욕적인 데뷔전을 치뤘다.
당시 해당 전차병들 간의 숙련도 차이를 생각해도 전설로 남을 업적이다.
이때 해당 T-34 전차장은 알렉산드르 오스킨 중위였다.

T-44(1944~1947) : 1,823대 생산됐는데 실전 투입 사례는 없다.
T-34와 T-54를 연결하는 기술적 기교역할을 한 중요한 전차다.
포탑의 위치가 차체 중앙으로 이동하였다.
이는 엔진룸의 길이 축소에 따른 것으로, T-34의 고질적 문제였던 포탑이 전면으로 중심이 쏠리는 현상을 제거하였다.
따라서 전면 장갑을 크게 강화하더라도 자체중심이 앞으로 쏠리지 않는다.
덕분의 차체의 전면 장갑을 90mm로 늘릴 수 있었다.
변속기도 T-43의 물건을 더욱 개량한 물건을 채용하였다.
이에 따라 속도의 감소 없이 T-34보다 편하게 조종이 가능하며, 선회력이나 급가속이 더 편리해졌다.
엔진 방향을 측면으로 돌려 장착함으로서 차체 절반을 차지할 수준의 엔진룸의 길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차체 자체의 모양을 크게 뜯어고쳤다.
21세기의 T-90이 본질적으로 T-44의 엔진룸 설계의 원칙을 따르는 등 전차의 중요한 특징을 결정하였다.

T-54/55(1946~1983, 사진은 T-54) : 생산 대수는 대략 10만 대이며,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전차이다.
T-54 : 제2차 세계 대전 기준으로 T-54는 나치의 중전차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방어력과 괜찮은 공격력, 기존 중형전차와 비슷한 수준의 높은 기동성을 가졌으며 간단히 말해서 그냥 사기적인 성능의 전차라 할 수 있었다.
T-54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그 카탈로그 스펙이 워낙 뛰어났고 한국 전쟁에서 노획한 M26 Pershing은 물론 M46 Patton을 두고 봐도 T-54가 꿀릴 것이 없었기 때문에 소련은 1947년부터 후계기종인 T-62가 양산되는 1961년까지 소폭 개량만 해가며 사용했다.
불행히도 T-54 등장 이후 만들어진 M46/48 Patton이 추가적으로 대폭 업그레이드 된 M60 Patton이 나오는 1961년까지 소련의 최신형 전차로 굴려져야했고, M48 Patton 대비 매우 약한 전차가 된다.
게다가 T-55가 미제 전차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몇 안되는 소프트 스펙이라 할 수 있는 양압식 NBC방호 장치 등은 T-54시절에는 없다.
T-55 : 시위 진압용으로 투입되었다가 화염병과 수류탄에 박살난 적도 있고 미군이나 이스라엘군을 상대로는 최신형 주포를 얹은 개량형 M4 Sherman에 박살되는 망신을 겪기도 한 전차다.
게다가 안 그래도 이런 저런 약골 전설이 있는 전차인데 때로는 T-54의 열화 카피판인 중국의 59식 전차까지 같이 T-55로 묶여서 집계되는 바람에 더더욱 약체라는 인식이 많다.
방어력 증가를 장갑의 증대보다는 체적의 감소로 충당해 실내 여유용적이 극단적으로 감소했다.
전투 효율 감소는 물론이고, 심할 경우 탄약 부족으로 전투지속능력마저 감소했다.
덕분에 승무원들은 비좁은 내부 공간에 억지로 몸을 구겨넣어 전투를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조차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간이 모자랐다.
T-34도 불편하고 타기 힘든 차량이었으나 그보다도 더 불편하고 좁은 차량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방어력도 기대했던 만큼 뛰어나지 않아서 당시 서방 전차의 표준형 주포인 90mm 전차포에 정면에서도 관통당하는 경우가 흔했다.
포탑 구동에 유압식 모터를 사용했기에 충진된 오일이 인화하면 보통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게다가 왼쪽으로 몰린 전투실 배치 탓에 장갑이 비교적 얇은 차체를 관통하여 사선상에 있는 조종수, 사수, 차장을 경단삼형제로 만들어 버려 유폭하지 않더라도 전투불능에 빠지곤 했다.

T-62(1961~1980) : 2만 2,000대 이상 생산된 세계 최초로 활강포와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적용한 전차.
현재까지 일부 국가에서 현역으로 운용되고 있을 정도로 명줄이 길다.
단순 운동 에너지만으로도 서방 105mm 강선포보다 강력했고, 포구초속이 빨라 1,500m 거리까지 탄도가 일정하고 탄낙차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복잡한 거리 측정과 탄도 보정을 하지 않고 방향만 맞춰 쏴도 명중률이 높았다.
한때 서방에서는 주포 자동장전장치가 있는 것으로 오해받았던 전력이 있는데, 실은 수동장전이며 자동으로 탄피가 바깥으로 배출되는 장치를 서방에서 자동장전장치로 오해한 탓이다.

T-64(1963~1987) : 1만 3,000대 생산된 소련 최초의 주력전차.
T-62와 함께 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차 개발사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사실상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군 기갑의 대부분을 차지해 우크라이나 전차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5개의 대형 보기륜에서 6개의 소형 보기륜으로 변경되었다.
기존의 소련 주력전차에는 존재하지 않던 지지륜도 추가 되었으며, 캐터필러도 더블핀 방식으로 바뀌어 현가장치가 미국식으로 바뀌게 된다.
엔진도 터보차저가 달린 신형 피스톤 엔진이 설계되어 장착된다.
그리고 소련 전차로는 처음으로 M47 Patton에도 장비되었던 영상합치식 광학 거리측정기가 탑재되어 기존 목측식 장비를 버리고 명중률의 향상을 도모했다.
또한 자동장전장비를 탑재한 신형포탑을 개발하여 탄약수를 빼고 소련 전차의 3인 운용 개념을 확립하였다.

T-72(1972~) : 25,000대 이상 생산됐으며, 소련 전차 중에서 T-54/55 다음으로 많이 생산됐다.
혁신적이었지만 높은 단가와 실망스러운 기술적 문제점으로 한계를 보인 T-64의 저가형이라고 볼 수 있다.
포탑은 매우 낮으며, 내부는 중앙부에 위치한 125mm 포 특유의 거대한 포미부로 인해 매우 비좁다.
적외선 투광기 후방의 광학식 거리측정기 등은 T-64와 같지만 이 외의 사격통제장치는 더욱 단순화된 모델이다.
최근에는 T-90만큼이나 개량이 이루어져 T-90과 성능차이도 거의 나지 않게 됐다.
다만 이것은 FCS와 전자 장비의 개량으로 증가한 전투 효율 이야기고 장갑 방어력은 T-72 차체의 근본적인 한계와 주조 장갑으로 되어 있는 기존의 포탑도 그대로 사용할 정도로 장갑 개량에 소극적인 러시아군의 태도 때문에 큰 개선이 없어서 비교에 한계가 있다.

T-80(1975~) : 5,400대 이상 생산된 소련 최초로 가스 터빈 엔진을 장착한 전차.
125mm Rapira 활강포는 최대 유효 사정거리가 4km 가량으로 큰 구경으로 포구초속 1700m/s를 달성할 수 있어 기존의 115mm 활강포에 비해 더 큰 파괴력과 더 나은 명중율을 자랑했다.
자동장전장치를 사용하여 험지나 장시간 사격에서도 변함없는 발사 속도로 포를 발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특유의 자동장전장치 때문에 적지 않은 단점을 지니고 있다.
발사 속도가 분당 8.45발로 기존 수동장전은 물론이고 서방제 자동장전장치를 사용한 전차보다 발사 속도가 떨어진다.
포탑과 자동장전장치, 탄약이 일체형으로 소련 전차병들은 이 타입의 자동장전장치를 '바구니(Korziny)'라고 불렀다.
일본의 90식, 대한민국의 K-2 흑표의 자동장전장치과 다를 게 없어 벨트매거진 방식으로 분류하기도 하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서방식과는 다르게 탄두와 장약이 분리되어있고 결정적으로 탄약고 위치가 다르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분리식 장약을 사용하는 덕분에 철갑탄의 탄심 길이가 서방에 비해 비교적 짧아 관통력이 경감한다.
보통 구경이 클수록 관통력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 125mm 포가 120mm 포에 비해 관통력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관통력은 단순히 구경이 크다고 높은 것이 아니다.
단면적당 충격량이 높을수록 관통력이 좋기 때문에 포탄의 관통력은 일반적으로 탄심의 길이가 길고 지름이 작고 탄심 무게가 무겁고 속도가 빠를수록 관통력이 좋다.
125mm포는 속도와 지름면에서는 서방제와 동등했으나 탄심이 거의 40% 가량 짧았다.
M1 Abrams처럼 디젤 엔진이라 아무 기름을 주유해도 정상운행이 가능하다.

T-90(1992~) : 3,200대 생산된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최초의 주력 전차.
간단히 보자면 T-72에 개량을 가해 T-80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전차라고 볼 수 있다.
포탑도 재설계 되어서 기존의 주조 장갑식 포탑을 버리고 용접 장갑식 포탑으로 교체된다.
주조 장갑이 아니라 용접 장갑을 사용했기 때문에 러시아제 전차 특유의 반구형 포탑이 아니라 서방제 전차들처럼 각진 형태의 포탑이다.
단점으로는 전면 장갑이 아닌 측면 장갑의 방어력이 동세대 서방 전차에 비해 낮다.
측면 장갑은 T-72 시절부터 약했다.
게다가 T-72부터 있던 특유의 자동장전장치는 측면 사격에 취약하다.
본질적으로는 서방제 전차보다 한 체급 아래 전차다(3세대 전차 중 작은 축에 속하는 K1A1도 기본 중량이 54.5t).
따라서 적은 중량 때문에 장갑 자체가 서방제 전차들에 비해 부실할 수 밖에 없다.

T-14 Armata(2015~) : 20대 생산된 러시아의 5세대 주력전차.
이전에 러시아는 최초의 4세대 전차를 목표로 한 T-95를 개발하고 있었다가 도중에 개발을 취소하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그 연구비는 T-90에 돌려졌다.
그 이후 2011년, 러시아 국방부의 관계자가 다시 차세대 주력전차의 개발을 시작한 뒤, 개발이 중단된 T-95의 기술을 T-14 Armata에 접목시킬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식 구분법으로 5세대 전차라고 못을 박았지만, 기존 세계 각국의 전차들을 분류할 때 관습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서방식과는 차이가 있는 구분법인지라, 서방식 구분법으로 4세대 전차인가에 대해 이야기가 많다.
러시아 전차로서는 최초로 제자리 선회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