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팬픽은 상상에 기반한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사건, 지명, 단체는 실제의 그것과 전혀 무관하고, 만약 일치하더라도 단순한 우연에 불과합니다.






























모두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서둘러 향한 곳은 라디오 생방송이었다. 


오늘 아침에서야 알게 된 스케줄인데 급하게 잡힌 거라고 했다. 


다들 자리를 잡고 디제이와 적당한 대화를 나누며 활기차게 라디오를 진행했다. 


몇 십여 분 정도가 흐르니 모두들 확실하게 분위기를 파악한 것인지 나름대로의 말장난도 치기 시작한다.





"팬분들이 보내주신 질문들인데요. 하나하나 골라보기로 하죠. 

1부터 5까지 숫자가 있는데, 아무 숫자나 하나 골라주세요."




5번요, 5번! 디제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진이 마이크에 대고 크게 외쳤다. 




"제가 또 5위로 아이즈원에 데뷔했잖아요?"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모두 웃는 분위기에서도 차가운 웃음을 흘리는 히토미가 있었다.


모두들 상의해서 골라야 하는데 저렇게 막무가내로 해버리니...


마음에 들지 않는지 저렇게 어색한 웃음만 흘리고 있었다. 


히토미는 자신과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유진을 곁눈질로 본다. 


그 눈짓을 다른 멤버들은 다 눈치를 채고 웃음 짓는데,


유진만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들떠서 웃고 있었다.  





"멤버지만 이 사람은 같은 여자가 봐도 정말 멋있다!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디제이의 말에 다들 서로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려보낸다. 


또 유진은 나, 나! 하는 몸짓으로 손을 들어본다. 


그 옆에서 히토미는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유진을 쳐다본다. 


모두들 선뜻 답을 내어놓지 못하는데 그중에 은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정말 솔직하게 딱 한 사람만 정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정말 멋진 아이들이고, 

서로를 위해주고 배려하기 때문에 한 사람만 정하기는 힘드네요."



"아! 인간적으로가 아니라, 외형적으로 정해도 되는 거죠?"





기껏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더니 또 거기에 유진이 끼어들었다. 


모두는 생각했다.


쟤는 정말 생각이 나는 대로 말을 뱉어내는 것 같다고, 


유진의 끼어듬에 다들 조금 술렁거렸지만, 


디제이의 그래도 된다는 대답으로 인해 또다시 부스 안이 시끄러워졌다. 


유진은 정말 한 명을 고를 모양이었던지 목을 흠흠 가다듬으며 장난스러운 눈으로 멤버들을 쭉 훑는다.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유진은 나지막이 마이크에 대고 말한다.





"저는요. 히토미 언니가 정말 귀여운 거 같아요."


"아, 혼다 히토미양?"





히토미는 깜짝 놀라 유진을 바라봤다. 


유진도 장난스레 웃으며 히토미를 바라본다. 




"같은 여자가 봐도 지켜주고 싶게 작고 아담하잖아요? 

히토미 언니와 같이 데뷔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안유진! 언니한테 까불지 마!"




붉게 닳아 오른 히토미의 목소리에 부스에 와하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한참을 웃는 분위기 속에서 조유리가 다음 운을 뗐다.




"저는 예나언니를 택하겠습니다. 

언니가 팬들 사이에서 입술이 귀엽다고 불리거든요. 

정말, 자세히 보면 얼마나 귀여운지."


"우와! 유리야, 사랑한다! 저도 유리를 택하겠습니다!"


"...그냥 지목당하길 원하는 것 같아서 한 번 해준 거야."





모두들 부스가 떠나가라 웃기 시작했다. 


유리의 말에 예나는 뭐라고?! 하며 흥분해서 달려들었다. 


장난인 걸 알기에 더욱 언성을 높이며 싸움 아닌 말싸움을 한다. 





"자, 그럼 두 번째 숫자를 골라주세요."


"음, 1번 어때? 1번?"


"1번 좋은 것 같다, 1번이요!"


"자. 오, 재밌는 질문이네요. 

다음 생애는 이 사람과 한 번 사귀어보고 싶다! 하는 멤버는?"




 


몇몇은 골똘히 고민을 한다. 


이번 질문은 모두에게 다 대답을 요구했고, 


리더인 은비부터 차례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혜원의 차례에 왔을 때 혜원은 얼핏 입을 열려다 멈칫거렸다.


예나라고 해야 하나, 본래는 유리였던 몸이니 유리라고 말해야 할지,


한참을 끙끙 되다가 멤버들이 곁눈질을 보내자 작게 한숨지었다.




"같은 멤버가 아니어도... 괜찮을까요?"




디제이는 괜찮다 말했고,


혜원은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좋을 것 같다며 사토 미나미를 말했다. 


또 거기서 유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딸 챙긴다고 운운하다가 히토미의 눈총을 받는다. 





"거기 유진언니는 조용히 좀 해주시구요. 저는요..."





원영은 유진의 말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쿠라를 한 번 건너보고는 최대한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 사쿠라 언니와 사귀고 싶어요."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생긴 것도 예쁘고, 예쁜 것보다 더 마음이 이쁘거든요!

사귀게 되면 절 누구보다도 아껴줄 것 같아요.”


"꽤 진지한데? 원영이 정말인가 봐~"




채원이 놀리는 말투로 소리쳤다. 


그 말에 사쿠라는 작게 웃으며 나도 사랑해. 라고 하트를 그렸다.











라디오가 끝나자 다음 스케줄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자, 


멤버들은 방송국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 웃느라 입이 아직도 아파."


"히토미 언니는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


"안유진!"




커피숍에서 나란히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틈에 라디오가 퍽이나 재미있었는지 서로를 마주 보며 얘기가 한참 일 때.




"좋아?"




말없이 멤버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쿠라에게 혜원이 물었다.


사쿠라는 뭐가? 하고 되물었다. 


살풋 웃는 혜원의 표정이 또 의미심장해 보였다.




"언니 옆에 그 아이."




이번엔 예나가 껴들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었다. 


예나의 말에 사쿠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급하게 다른 멤버들의 얼굴을 살폈다. 


다행히 자신의 테이블에는 예나와 혜원뿐.


태연한 척 무슨 소리냐고 되물어야 하는데, 


큰 비밀이 들통난 것처럼 허둥대는 통에 점점 예나와 혜원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진다.


당황한 티가 역력히 나는 핑계 때문에 더욱.





"아니, 그게... 설마 원영이 얘기 하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닌데..." 




예나와 혜원이 마주 보며 킬킬 웃었다. 


그리곤 정말 모를 줄 알았나 봐. 장난스럽게 말했다. 


사쿠라는 하아, 하며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인정하고야 말았다.




"니들...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건데?"




혜원은 웃음은 거두지 않은 채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언니.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모르는 척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더라."




예나는 같은 마음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추억... 


사쿠라는 잠시 동안 이 시간이 정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함께 있을 수 있는 이 짧은 시간이, 정말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을지. 


하지만 이내 사쿠라는 싱긋 웃었다. 


이후의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사쿠라는 알고 있으니까, 


인생에서 자신을 용기 있게 만드는 사람은 장원영, 한 사람뿐이기에.




"... 고마워."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알기에, 


사쿠라의 짧은 말에 혜원과 예나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퍼졌다.









커피숍을 나와 다음 스케줄을 위해 벤으로 향하는 도중 예나는 가만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슴속으로 짠, 하게 스며드는 겨울의 햇살이 예나의 얼굴에 내리쬔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앞서가는 혜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여자, 자신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혜원으로 인해 예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어렴풋이 비치는 희망의 빛을 보았다. 


온전하진 않지만, 약하고 약해 그것이 빛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지만, 


그래도 믿고 싶은 그런 태양같은 빛을.


그 따스한 햇살은...


가면을 쓰고 어둠 속에서 살아가던 자신에게,


한 사람을 위해 살아가라고, 의미를 부여해줬고.


운명을 원망하던 자신에게 어둠을 끊어낼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뭐 해. 멈춰서?"






앞에서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혜원이 느껴진다.


그제야 고여 오는 눈물, 예나는 눈가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약하게 흔들며 고이는 눈물을 털어냈다.





소중한 사람. 


꼭 기억하기를... 


어둠뿐인 나에게 유일한 빛은...


오로지 너뿐이었다는 것을. 





"혜원아..."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예나의 목소리에 혜원은 응? 귀를 기울였다.




"... 고마워."


"뭐가?"


"... 그냥. 그냥 고마워."




싱겁긴, 이라 말한 혜원이 피식 웃으며 다시 등을 돌렸다. 


예나도 걸음을 옮기며 혜원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낸다. 


그리고 혜원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마워 혜원아. 


잠시지만... 이렇게 행복한 꿈을 꿀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혜원아.







예나는 가만 눈을 감는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하느님, 


저 믿어도 될는지요. 


지금 이 꿈이 당신이 제게 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유리와 혜원. 그녀들 곁에서, 


평생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다고 약속해줄 수 있을는지요. 


그렇다면 저 목숨을 걸고... 


꿈을 꾸는 동안 그녀들의 곁을 지키며 참회하고 살겠습니다. 


그리 약속만 해주신다면...







"있잖아... 언니..."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에 예나는 느리게 눈을 뜨고 뒤를 돌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의 나코가 걸음을 멈추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나코야, 무슨 일 있니? 안색이 창백해."




예나는 나코에게 다가서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나코는 예나를 건너 초조한 눈으로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나코와 예나를 제외한 모두가 차량에 탑승했다. 




"얘들아. 스케줄 늦겠어."




은비의 말에 나코의 초조함은 이제 극에 달해있었다.


나코는 저도 모르는 눈물을 뚝뚝 흘려내며 입을 열었다. 




"가면 안 될 것 같아..."




순간 예나는 낭떠러지에 서있는 듯한 아찔함을 느꼈다. 


방금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했던 신묘한 기운이 나코의 주변으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귓가에 다가오는 나코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예지와도 같은 목소리에 숨조차 막히는 것 같았다. 


운명의 경고음이 다시 예나의 마음속을 울린다.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그렇게 경고를 해댄다. 



  

"엠넷에 가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거야..."




















-끝-





본 이야기는 연옥, 내꺼야와 세계관을 같이 합니다.

옌율, 강짱 세 사람의 이야기는 리턴으로 이어집니다.

성격 냉정-병예, 열정-염제, 자유-풍신, 언어-언령사 

과거 운명을 속이는-광대, 운명을 개척하는-조율자, 운명을 비추는-여제

매칭이 되나... ㅋ;;;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