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링에서는 blading이라는 게 있다.

칼날을 의미하는 blade에 동사처럼 ing를 붙인 건데.

시합 중에 관객들의 흥분을 끌어내기 위해 면도칼 같은 것으로 이마에 스스로 상처를 내는 일이다.






피를 자주 흘리는 프로레슬러들의 이마는 수시로 blading을 하기 때문에 상처투성이 이다.







이 blading이 선을 넘어버린 사건이 바로 오늘 설명하고자 하는 '매스 트랜짓 사건'이다.

1996년 보스턴에서 발생한 프로레슬링 시합에서 과다출혈의 새 장을 쓴 사건이다.




프로레슬링 좋아하는 게이들은 ECW에 대해 다들 알고 잇을 것이다.

WWE와 WCW가 미국 프로레슬링계를 양분하고 있을 때, 천재 프로듀서 폴 헤이먼의 마케팅 능력 덕분에 쑥쑥 성장한 인디 프로레슬링 단체이다.






폴 헤이먼은 각 레슬러들의 재능을 끌어내는 탁월한 재주가 있었는데,


타미 드리머, 랍밴댐, 샌드맨 등의 정통파 선수들을 중심으로




수퍼크레이지, 타지리, 리틀 구이도 등의 경량급 테크니션들을 활용한 매치업





그리고 blading을 비롯한 유혈 사태를 전문으로 하는 과격한 시합 등, 다양한 구성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런데 유혈 사태를 전문으로 하는 레슬러들 중에서도 최고참이 New Jack이라는 인물이다.

본명은 제롬 영(Jerome Young)

이 양반이 매스 트랜짓 사건의 가해자 되시겠다.








프로레슬링은 엄격한 서열 사회이다.

선배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의 방침이나 각본에 따라 후배를 띄워줘야 할 때도 있지만 백스테이지에서는 후배는 선배에게 존경을 표하는 것이 기본이다.

미키 루크 주연의 영화 The Wrestler에서 프로레슬링의 선후배 관계가 잘 묘사되어 있다.







프로레슬링의 시합 구성에 대해 알아보자

누가 이기는지, 승자가 정해져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시합 내용은 레슬러들이 합의해서 정하는데, 주로 경력이 긴 선배가 정한다.

어떤 시점에서 어떤 기술을 쓰는지, 어떤 시점에서 어떤 무기를 쓰는지도 전부 사전에 합의한다.

다시 말하면, 아버지를 걷어차는 셰인 맥맨의 불효막심킥도 사전에 빈스와 합의한 거다.





비록 사전에 셰인과 언더테이커가 합의한 것이긴 하지만 높은 데에서 떨어지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언더테이커는 이것에 반대했지만 셰인이 자기는 괜찮으니 하자고 강행했음)




아들이 목숨을 걸고 운지를 감행하는 걸 지켜봐야 했던 빈스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도 당연하다.

이렇듯 프로레슬링 시합은 레슬러들의 상호신뢰가 바탕이 되고, 거기에 흥행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희생정신이 있기에 가능하다.







다시 ECW로 돌아와서...

에릭 칼러스(Eric Kullus)라는 10대 파오후가 있었는데 (당시 17살)






그냥 파오후였지만 거대한 체격 덕분에 자기가 프로레슬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돈키호테였다.

ECW는 보스턴에 시합을 왔는데 당시 뉴잭과 시합을 하기로 되어 있던 디본 더들리가 집안의 급한 문제로 참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졋다.







그 사실을 알아낸 에릭 칼러스와 그의 애비가 폴 헤이먼을 찾아가서 디본 더들리 대신 시합을 뛰겠다고 말했다.

반신반의하는 폴 헤이먼에게 칼러스는 자신이 23세라고 구라를 쳤고

심지어 자기가 명 트레이너 킬러 코왈스키의 제자라고 주장했다.

(코왈스키는 트리플 에이치의 트레이너임)







헤이먼은 칼러스의 말을 믿었고 (애비가 같이 구라를 치는데 확인할 길이 없기도 했다) 칼러스를 락커룸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뉴잭과 칼러스는 시합의 구성을 합의할 예정이었다.

칼러스는 자신의 링네임을 '매스 트랜짓'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칼러스는 자신의 주제를 잊고 뉴잭에게 자기가 원하는대로 하자고 떠들어댔다.

후배 레슬러는 선배의 경험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업계의 금기를 어긴 것이다.







뉴잭은 존니 빡쳤지만 분노를 참고 "블레이딩을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칼러스는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합이 시작되었는데...

뉴잭은 칼러스를 문자 그대로 노짱이 양숙이 삼일한 하듯 팼다.

프로레슬링에 쓰이는 무기들은 약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들이긴 하지만 나무나 양철로 된 물체를 가지고 평소 이상으로 패니 관객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하지만 동료 레슬러들은 뉴잭이 뭔가 심하게 열받아 있음을 알아차렸다. 공격에 감정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뉴잭은 면도칼이 아니라 수술용 메스로 블레이딩을 했다.

그것도 피부만 베는 게 아니라 이마 피부 바로 밑의 혈관 두개를 잘랐다.







이마에서 피가 분수같이 쏟아져 나오자 칼러스는 자신의 피를 보고 링 위에서 기절했다.

이 시합은 중계되지 않는 하우스쇼였지만 그 참상을 휴대폰 사진기로 찍은 사람이 있었다.

 







뉴잭은 이렇게 말했다

"그 병신 백인새끼는 블레이딩을 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피의 양까지는 말하지 않더군. 보스턴 새끼들은 존경심이라는 걸 몰라. 나는 너희들이 엉기지 말아야 하는 니거새끼야 (I am a wrong nigga to mess with)."





결국 칼러스와 그의 애비는 뉴잭과 폴 헤이먼을 고소했다.

하지만 나이를 속인 점과 프로레슬러라고 구라를 친 점 등이 참작되어 뉴잭과 헤이먼은 무죄로 풀려났다. 








뉴잭은 지금도 프로레슬러로 활동 중이다.

반면 에릭 칼러스는 2002년, 20대의 나이에 사망했다.

노무 뚱뚱해서 위장 절개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의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자기를 늘 과대평가하던 중2병에 내장이 썰려 뒈지는 운명까지, 참으로 신해철과 비슷한 인물이었다.



Eric "Mass Transit" Kulas (1979 ~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