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공과 관중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트럼프가 떠오른다.
춘추오패의 한 사람인 제나라 환공.
그는 위대한 재상 관중의 보좌를 받으며 나라를 잘 다스렸다.
그런데 (세종대왕의 영향이겠지만) 위대한 군주는 그 자신이 부지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환공은 매우 특이한 사람이다.
환공은 놀기 좋아하고 여색을 좋아했다. 취미가 사냥을 나가서 잡은 짐승들을 구워먹는 일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골프광에 구루메였다.
게다가 관중도 돈을 좋아했고 여자를 좋아했다.
대놓고 환공에게 "미천한 자가 귀한 자에게 명령할 수 없고, 가난뱅이가 부자를 다스릴 수 없는 법이니 우선 저에게 높은 지위와 많은 돈을 주십시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원조 씹선비 공자는 관중을 두고 탐욕스럽다는 이유로 비판했다.
트럼프가 여색 좋아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겠지? 물론 정정당당히 계약 맺고 돈 지불하고 논 것이지만.
트럼프는 환공이나 관중처럼 사생활과 업무를 정확하게 분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공자는 평생 아가리질만 하다가 생을 마쳤고 관중은 천하를 평안케 한 사람이다.
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관중은 인간의 본성은 욕망임을 알고 있었고 공자는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학자들은 관중이야말로 세계 최초의 자본주의자라고 부른다.
관중은 낮은 세금을 도입한 인류 최초의 정치가이다.
21세기도 그렇지만 성공하는 통지차들이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관점을 갖고 있다.
관중이 얼마나 자본주의에 대해 통달하고 있었는지 다음 일화를 보자.
환공은 노량이라는 작은 나라를 병합하고 싶었다.
군사를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관중에게 상의했더니 관중은 새로운 계책을 내놓았다.
환공에게 노량의 특산품인 두꺼운 비단을 입으라고 권한 것이다.
당시 제나라에서는 얇은 비단이 유행이었는데 왕이 두꺼운 비단을 입자 유행이 바뀌었다.
그리고 제나라에서의 두꺼운 비단의 수요가 급증하자 노량은 온 국력을 비단 생산에 쏟아부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나자 관중은 환공에게 다시 얇은 비단을 입으라고 했다.
제나라에서의 두꺼운 비단 수요가 줄어들자 노량에서는 재고가 남아돌기 시작했고 경제적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제나라로 넘어오는 노량 주민들이 급증했고 결국 3년만에 노량 국왕은 제나라에 알아서 항복했다.
관중은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경제력이 그 어떤 군사력보다도 더 강력함도 알고 있었다.
트럼프 또한 자신의 허풍 섞인 발언이나 트위터가 가진 영향력을 잘 알고 있다.
판단력은 후달리는 주제에 자기가 여론을 조성한다고 믿는 기레기들은 트럼프의 트윗 하나하나에 반응한다.
트럼프 손바닥 위에서 노는 셈이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통치 스타일이 환공처럼 실무자에게 전부 맡기는 스타일이니까.
자기는 큰 방향만 관리하고 실제 업무는 실무자 재량에 맡긴다.
그리고 한반도 정세에서의 관중 역할을 맡은 사람은 존 볼턴이다.
트럼프의 동북아 정책은 매티스 장관이 큰 틀을 짰고, 볼튼이 지금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가 많이 바뀐다고 하지만 정책의 방향성은 늘 일관되어 왔다.
트럼프는 앞으로도 계속 북한과 남한을 쥐었다 폈다 할 것이다.
정상회담은 그야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왜냐하면 볼튼이 내건 조건은 이미 명백하고 트럼프가 그 조건을 바꿀 리 없기 때문이다.
단지 회담에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돈을 주었던 햇볕정책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볼튼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트럼프와 볼튼에게 정상회담이란 그저 "패망을 피할 수 없는 독재정권에 베푸는 패자부활전 같은 은혜"일 뿐이니까.
김
트럼프는 앞으로도 계속 오버를 하겠지.
왜냐하면 자기가 야단법석을 피워야 볼튼이 일하기 쉬움을 알기 때문이다.
잊지 마라. 트럼프는 WWE 레슬매니아에도 나갔던 사람이다. 그의 쇼맨쉽은 우리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환공이나 관중과 닮은) 트럼프의 정책관을 통해 트럼프의 큰 그림만은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와 볼턴 둘다 성급히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바짝 말려죽이는 편이 더 효과적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지금 미국이 보기에 남한은 북한의 앞잡이에 지나지 않는다.
문재인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경제 제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인들을 제외하면 트럼프를 가장 사랑하는 우리 일게이들도 트럼프의 관점을 알아야 하지 않겠냐.
트럼프와 환공의 공통점 4가지
1. 사생활과 업무의 분리가 뛰어남
2. 인간은 기본적으로 욕망과 자유를 원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자본주의자 + 자유주의자.
3. 경제가 군사력보다 더 강력함을 알고 있음
4. 실무자에게 전권을 맡기는 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