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선수들은 모두 우고 차베스 시절에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기는 차베스가 집권하기 직전에 플로리다로 갔음.)
마두로 집권(2013년) 후에 미국으로 건너간 유망주들이 없다. 이것이 야구왕국 베네수엘라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고민이다.
니콜라스 마두로가 어떤 인물인지 간단히 복습해보자.
마두로는 유태인 혈통을 이어받은 유태계 베네수엘라인이다. 유태인의 피를 갖고 있으면서도 반유태주의를 제창하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80년대에 버스 운전사로 일하다가 노조위원장이 되었고, 나중에 우고 차베스에 심취하여 그의 충복으로 뛰었다.
한국으로 치면 한상균과 같은 인물이다.
마두로의 성향은 차베스의 부하들 중에서도 유독 반미성향이 강하며 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격파로 알려져 있다.
그는 차베스 정권에서 외교부장관을 지냈는데 노골적인 친 카다피(리비아) 정책을 추진했었다.
차베스가 마두로를 신임한 이유는 마두로가 워낙 강경한 반미주의자라서 자신의 통수를 칠 리 없다는 계산에서였을 것이다.
모든 지도자가 두려워하는 일은 (흐루시초프가 스탈린이 죽은 다음에 통수를 친 것처럼) 2인자가 자신의 업적을 지우려 드는 일이니까.
결국 차베스는 항암치료를 받게 되자 마두로를 부통령에 임명하며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임명한다.
모택동이 소신 있는 팽덕회나 유능한 유소기 대신 기회주의자 임표를 발탁한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차베스는 포퓰리즘을 구사할 줄 알았다.
그는 한번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고 또 쿠데타를 한번 겪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포퓰리즘은 기본이고 동시에 자신을 반대파들에게 어느 정도 온건하게 보여야 할 필요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두로는 차베스보다 훨씬 과격했다.
그는 자기네 이익만 챙기면 그만인 노조 출신답게 반대파들에게 냉담했고 국가 경제도 어디까지나 같은 편을 챙기는 수단에 불과했다.
이 점이 차베스와 마두로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차이도 차베스와 마두로의 차이와 비슷한데,
노무현은 기반이 없었고 (탄핵 시도도 한번 당했고) 반대파의 반격에 민감했다.
친북노선을 밀고 나가다가는 우파로부터 반격을 당하리라는 것을 알았던 노무현은 노골적인 친북노선을 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문재인은 주사파와 결탁하여 권력을 잡았고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대통령까지 되었다.
그러니 주사파만 챙기면 자신의 권력은 무사하다고 믿는다.
친북노선을 밀어붙이는데 망설이지 않는다.
스포츠가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상은 드물지 않다.
실제로 차베스는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야구를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야구는 '미국화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차베스는 자신의 반미노선을 온건하게 보이기 위해 야구를 적극 활용했다.
마침 부시 정권과 오바마 정권은 베네수엘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마두로는 다르다.
완강한 반미주의자인 마두로는 메이저리거들이 반정부 운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마두로가 메이저리거들에게 적대적인 이유는 메이저리거들이 역시 반좌파, 반 마두로 성향이 강하기 때문인데
마두로 정권은 이 메이저리거들이 미국에 매수된 앞잡이들이라고 선동하고 있다.
문재앙이 대기업들을 규제하려 드는 것처럼 마두로 정권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야구 선수들에게 각종 제약을 걸었다.
특히 제일 대표적인 만행이 해외에 가족을 데리고 나가지 못하게 막은 짓이다.
또한 메이저리그의 에이전트들에게 각종 규제와 돈을 뜯어가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어린 야구 유망주들이 미국에 가지 못하도록 막기 시작했다.
현재 미기, 알투베, 킹 펠릭스의 뒤를 이을 베네수엘라 유망주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정치세력의 탄압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와 더불어 중남미의 야구강국으로 꼽히는 나라였지만
그 막강한 위상은 서서히 바래지고 있으며 2017년 WBC에서는 4강에도 들지 못했다. (4강은 미국, 도미니카, 일본, 네덜란드)
그것도 미국에게는 4-2로 지고, 도미니카에게는 3-0,
그리고 푸에르토리코에게는 무려 13-2로 지면서 경쟁국들에 비해 많이 노쇠해졌다고 할 수 있다.
1명의 메이저리거는 그 가치가 하나의 기업과 같다고 보면 된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은 메이저리거들이 보내는 송금으로 경제가 유지된다.
도미니카의 수도 산토도밍고 등의 대도시를 제외한 농촌지역의 인프라는 사실상 메이저리거들의 '선행'으로 건설된다.
엄청난 부를 손에 넣은 메이저리거들이 고향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인프라를 건설한다.
산유국으로 널리 알려진 베네수엘라이지만 그 의료 시스템은 사실상 메이저리거들이 멱살잡고 하드캐리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메이저리거들이 사재를 털어서 고국에 의약품을 보내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의료품 공급은 이제 베네수엘라 메이저리거들이 사실상 유일한 희망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마두로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메이저리거들을 육성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유망주들의 앞날까지 막아버리는 것이다.
정부의 의료정책을 비판하며 가두 시위를 벌이는 베네수엘라 의사들

고국의 참담한 현실을 설명하는 미기와 알시데스 에스코바르.
미기가 이 동영상에서 "힘있는 누군가가 개입해서 이 사태를 끝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베네수엘라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고 말한 대목 때문에 (이 동영상은 2017년에 올라옴) 미기는 트럼프의 개입을 요청하는 반역자로 몰려 큰 곤경을 치뤘다. 하지만 미기는 사재를 털어 고향에 의약품을 보내고 있다.
지금 베네수엘라는 인프라의 낙후, 장비의 부족, 식량난 등이 겹쳐서 우수한 유망주들이 고갈되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은 마두로가 집권하기 전에 미국에서 육성하던 인재들이고 앞으로는 도미니카인들이나 푸에르토리코인들과의 경쟁 속에서 과연 베네수엘라인 메이저리거들이 제대로 나올지조차 불투명할 정도이다.
석유를 파는 수익은 사실상 정부가 틀어쥐고 있고, 수도 카라카스 이외의 지역들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이 탄생하듯이) 메이저리거들이 배출되어야 하는데 그 싹이 말라가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미래가 지극히 어두운 까닭이다.
2018년 대선에서 마두로는 끝내 재선에 성공했다.
물론 부정선거로 규탄받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국제사회에서 부정선거라고 비판해도 이미 마두로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
이미 베네수엘라는 국민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게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경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지.
정부가 주는 포퓰리즘 혜택만을 구걸하는 병신같은 국민성 때문에 가난하면 가난해질수록 오히려 가난을 초래한 정부의 권력이 더 강해진다는 역설이 생기는 것이다.
그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리려던 메이저리거들은 정부의 표적이 되는 거고.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공통점은,
정부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주입시킨다는 점이야.
세금을 더 걷고 그 세금으로 포퓰리즘을 하고, 포퓰리즘으로 난 적자는 다시 세금으로 메꾸려고 하지
그 와중에 정부만능론에 역행하는 자유주의의 대표들(한국은 대기업, 베네수엘라는 메이저리거들)은 탄압을 받게 되는 것이고.
일베에서도 가끔씩 홍어새끼들이 "최저임금 올리면 너희들 돈 많아지는 건데 왜 반대하냐 명예대기업 직원들아" 등등 지랄하는데
그렇게 정부가 시장을 능가할 수 있다고 믿는 시점에서부터 너희는 가난해져야 하는 거다. 가난해져야 더 정부에 의존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한국 정치도 트럼프 스타일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무작정 막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낮은 규제, 낮은 세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