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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에 대파커가 취하여 독서실에 가 가방을 풀지 아니 하고 책상에 의지하여 잠이 들었더니 홀연 정신이 황홀하고 몸이 정처 없이 떠돌아 일처에 이르매 한 대학이라. 캠퍼스가 높고 험준하거늘 대파커가 가운데 캠퍼스에 이르니 한 보살이 눈썹이 푸르며 얼굴이 백옥 같은데 비단 과잠을 걸치고 기출(旣出)을 짚고 있다가 웃으며 대파커를 맞아 왈,

“대파커는 재수지락(再修之樂)이 어떠한가?”

대파커가 망연히 깨닫지 못하여 왈,

“도사는 누구시며 재수지락은 무엇을 이르시는 것입니까?”

보살이 웃고 기출을 공중에 던지니 한 줄기 대학로 되어 하늘에 닿았거늘 보살이 대파커를 인도하여 대학로를 밟아 공중에 올라가더니 앞에 큰 문이 있고 오색 구름이 어리었는지라. 대파커가 문 왈,

“이는 무슨 문입니까?”

보살 왈,

“서울대 정문이니 그대는 문 위에 올라가 보라.”

대파커가 보살을 따라 올라 한 곳을 바라보니 일월(日月) 광채 휘황한데 건물 하나가 허공에 솟았거늘 백옥 난간이며 유리 기둥이 영롱하여 눈이 부시고 건물 아래 푸른 볼펜과 붉은 전공책이 쌍쌍이 배회하며 몇몇 과대(科代)와 서너 명의 학생이 가운 차림으로 병원 머리에 섰으며 건물 위를 바라보니 한 교수와 다섯 조교가 커피에 의지하여 취하여 자는지라.

보살께 문 왈,

“이곳은 어느 곳이며 저 교수, 조교는 어떠한 사람입니까?”

보살이 미소 지으며 왈,

“이곳은 의예과요 제일 위에 누운 교수는 김대중(金大中)이요, 차례로 누운 조교는 조기졸업(早期卒業)과 과학고(科學高)와 노무현(盧武鉉)과 수능만점(修能滿點)와 내신황(內申皇)이니, 노무현은 즉 그대의 전신(前身)이니라.”

대파커가 속으로 놀라 왈,

“저 다섯 조교는 다 입시에서 성공(成功)한 기만자라. 어찌 저다지 취하여 잠을 잡니까?”

맘이 있으면 엔수가 생기고
엔수가 있으면 맘이 생기도다.
맘이 다하고 엔수가 끊어지면
만 가지 생각이 함께 텅 비는구나.

대파커가 듣고 정신이 상쾌하여 문득 깨달아 왈,

“나는 본디 관악의 별인데 인연을 맺어 잠깐 강대(江大)에 내려온 것이로다.”

(중략)

대파커 왈,

“그러하면 저도 또한 관악의 별이라, 이미 여기 왔으니 다시 강남 대성에 돌아갈 마음이 없나이다.”

보살이 웃으며 왈,

“관악이 정한 인연을 인력으로 할 바 아니다. 그대 재수 인연을 마치지 못하였으니 빨리 돌아가라. 사십 년 후에 다시 와 대학총장께 조회하고 관악지락(冠岳之樂)을 누릴지어다.”

대파커가 문 왈,

“보살은 뉘십니까?”

보살이 웃으며 왈,

“빈도(貧道)는 일간 베스트 운영매니저라. 새부의 명을 받아 그대를 지도하러 왔노라.”

보살이 말을 마치고 기출을 공중에 던지니 오색 대학로 일어나며 홀연 우렛소리 울리거늘 대파커가 놀라 깨어 보니 몸이 독서실 책상 앞에 누웠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