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팬픽은 상상에 기반한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사건, 지명, 단체는 실제의 그것과 전혀 무관하고, 만약 일치하더라도 단순한 우연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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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가려던 전망대, 다시 가보고 싶어 -







포상휴가로 떠났던, 설악산 깊은 골짜기속 별장 안.


정연과 모모가 손을 잡고 걸어가던 산책로의 끝에 있는 전망대.


정연은 그 전망대로 가려다 하늘의 별과 함께 떨어져 죽었었다.


그런데, 그 곳으로 다시 가려하는 정연.


모모는 이해할 수 없다.





"아니...왜...대쩨 왜..."





모모는 펜을 들어, 정연이 남긴 글씨 옆에 대체 왜 가고싶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이제 남은 빈 칸이 얼마 없기에,


지체 없이 근처 정류장에서 설악산행 버스를 올라탔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설안산의 공기는 그대로였다.


맑은 공기도 그대로였고, 별장으로 올러서는 길도 그대로였다. 


단지 정연만 없었다. 


모든 것은 그대로지만, 정연만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별장으로 오르는 모모의 걸음은 그때처럼 가볍지 못했다. 


별장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간다. 


모모는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고, 


그리고 고개를 들어 눈앞에 펼쳐진 산책로를 바라보고 곧장 걸음을 옮겼다.


달 빛 아래 산책로에 발을 내려놓으니 아련한 향기가 모모를 감싸온다. 


그때처럼 이곳 산책로는 변한 것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있었지만 모모의 눈엔 오른편에 펼쳐진 큼지막한 바위도,


곳곳에 위치한 나무들도 모든것이 새롭다. 


그때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 


이제는 참 선명하게도 모모의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나무가 있었는지도 몰랐고, 


산책로의 야경이 이토록 아름다운지도 몰랐다


아마, 정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순간 모모에게 들어온 것은, 


별을 바라보며 반짝이던 정연의 그 눈동자만 보였었기에...


모든 풍경이 뿌옇게 바라듯 이 모든 것을 놓쳤을 것이다. 


그렇게 정연을 떠올리자 문득 바람을 타고 정연의 향기가 퍼져오는 것만 같았다. 


모모는 한참을 그 곳에 서서 숨 쉬는 시간이 길다고 느껴질 만큼 정연을 떠올렸다. 


처음 마주했던 날 연습실에서의 모습도, 


항상 엄마처럼 멤버들을 챙기던 그 모습도,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빙그레 웃던 그 모습도, 


삐질삐질 땀을 닦아내며 안무연습을 하던 모습도, 



모모야.



그렇게 말하던 목소리도, 


그 말의 끝에 닿아오던 따뜻했던 정연의 마음도...


그리고, 이내 정연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재차 발을 내딛어본다.


한참을 걷다보니, 눈을 맞은 채 주욱 쳐져있는 폴리스라인이 보였다.


그곳에는 추락사 위험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정연이 부수고 떨어졌던 울타리 잔해가 널부러져 있다.


모모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마지막. 


발걸음을 옮기기 전,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정요나..."




하고...


그 순간이었다. 




"야."





모모의 눈이 조금씩 떨려왔다.


모모 외엔 누구도 없었던 산책로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은 채, 오로지 음성만이 귓가를 가득 채워온다. 




"왜 찐따처럼 그러고 있어?"




모모는 번뜩 뜨인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잘 있었어?"



모모의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마구 두근대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정연이 눈앞에 있었다. 































모모의 러브레터.






















"아, 내가 미쪘나보다. 정신 차료야지...기도해야지..."





문득 몰아치는 오싹함에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두 손을 모은 채 모모는 눈을 감았다. 




사랑하는 주님, 


그런데... 뭐라고 해야하지?





"무슨 기도를 하고 그래. 나 귀신 아냐, 찐따야."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것이라 믿고 싶었는데, 


다시금 등 뒤에 울리는 목소리에 감았던 모모의 눈이 번쩍 뜨였다. 


뭐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아 입술이 떨린다. 


마른침을 꿀꺽 삼켜보고, 모모는 느리게 뒤를 돌았다.




"으아아아아악!"




믿을 수 없는 정연의 모습 때문에 모모가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자마자, 




"으갸갸갸갸갸갹!!"




짓궂게 따라하는 정연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연이 웃는다. 


한없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나 잠깐 내려왔어, 우리 모구리 걱정돼서...




그리고 말했다.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너무나 부드러웠기 때문인지, 아니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서인지,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상황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결국 모모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요니...너야?"





중얼거리듯 아주 작은 소리로 뱉어낸, 그 글자에 정적이 내려앉는다. 


차마 바라보기가 겁이 나 모모의 고개가 내려진다. 


다시금 고개를 들었을 때, 


저 익숙한 모습이 바라고 바라던 정연이 아닐까봐 겁이 난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이, 


정연과 같지 않을 까봐... 지금 모모는 너무나 겁이 난다. 


모모의 감은 눈 사이로, 산책로를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나...맞아. 유정연."




코앞까지 다가온 목소리에 모모의 심장은 조금 더 두근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억지스레 감고 있던 눈은 반사적으로 뜨여졌다. 


숙여진 시선의 끝에 너무나 익숙한 두 다리가 들어온다. 


모모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앞에 서있는 사람의 얇은 허리가 보이고, 고왔던 하얀 손도 보인다. 


그리고 완전히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모모를 보며 맑게 웃고 있었다.


  


"어떠케 네가..."




그 눈빛이 한가득 눈 안에 들어오자마자 모모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간 간직해오던 그리움의 흔적들은 눈물이 되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연은 싱긋 웃으며 젖은 모모의 얼굴에 손을 올린다. 


얼음장처럼 차갑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이 얼어버릴 것 같지만... 


그만큼 얼굴에 닿는 손가락의 느낌이 선명하다.


정연은 모모의 두 줄기의 흘러내린 눈물을 쓱 걷어냈다.




"많이,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검은 눈은 조금 더 반달처럼 휘어졌다. 


믿을 수가 없어 모모의 눈은 자꾸만 깜박였다.


믿을 수가 없다. 


이제는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 얼굴이 바로 앞에 서있음을 믿을 수가 없다. 


이렇게 거짓말처럼 바로 곁에 있음을 어떻게 믿어야하는 것일까. 


꿈인 걸까. 


아니면 천국인 것일까?


자신 앞에 정연은... 


저가 만들어낸 환영일 뿐인 걸까...




"어떠케, 어또케 이런 일이..."


"그러게. 어떻게 이런 일이 싶지만 이런 일이 있네."


"그게 무슨... 분명, 너는..."


"응, 죽었지."


"나... 꿈꾸는 고야?"


"응, 꿈이야... 왜 있잖아. 

죽은 할아버지가 어제 꿈에 나왔네 어쨌네 하는...이게 현몽이란 건데,"


"지금 내 앞에, 정요니... 너 있는 거 맞아?"


"으, 꿈이라니까..."


"정요니...정말 정요니...맞아...?"


"...그래, 맞아."




조금씩 달싹이던 모모의 입술이 기어이 큰 소리를 내며 눈물을 토해낸다. 




"그렇게 가서, 미안해 모모야..."




정연의 부드러운 두 팔이 모모의 몸을 끌어안았다. 


따스한 느낌. 


그리고 시원한 향기. 


그것들이 선명하게 모든 신경을 타고 모모의 몸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정말 정연이였다. 


믿을 수가 없어 눈물만 뚝뚝 흘려내던 모모를... 


품안에 껴안은 것은 정말 정연이였다. 


돌아왔다.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았던 정연이, 다시 모모에게로 돌아와 주었다.


언제나 다정했던 그 검은 눈빛 그대로...




"정말...정요니 맞는고지...?"




눈만 끔벅대는 품안의 모모가 귀엽다는 듯이 정연이 키득거렸다. 


신기하지? 정연이 놀리듯 묻는다. 모모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 믿으면 사실이 되는 거고, 

아니면 환상이 되는 거고 뭐 그런 거니까... 

근데 이렇게 시간만 죽이고 있을 거야? 전망대 가야지?"




정연은 모모의 품을 풀어내고 손을 잡고 이끌었다.


믿으면 사실이 되고, 아니면 환상이 된다. 


모모는 정연의 말을 곱씹다가, 


정연의 마주잡은 손을 쳐다보다가, 결국 어느 날처럼 밝게 웃어버렸다. 




그래, 믿어야겠다. 


다른 건 다 몰라도 지금 정연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꼭 믿어야겠다. 


그렇게 해서, 지금 이 순간이 사실이 된다면... 


몇 번이라도...




기적처럼 찾아온 함께 걷는 길.


모모의 눈은 쉼 없이 정연을 관찰하기 바빴다. 


어둑해진 산책로 속에서,


마치 별처럼 하얗게 반짝이는 정연의 얼굴만이 모모에게 빛을 안겨주고 있었다. 


참 하얀 얼굴. 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렇게 상기시킬 때마다, 


정연의 현실에서의 부재가 와 닿아 모모는 자꾸만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망대로 향하며 정연은 말했다. 



이건 찰나의 꿈이라고, 


그러니 우리의 지금 이 순간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아마도 그 말을 듣게 된 순간부터 모모는 가슴을 쓸어내렸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여행엔 늘 끝이 있다는 것을, 모모는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리움이 깊어 떠올리는 것조차 벅차던 정연이... 


옆에 있다는 것이 모모는 무엇보다 중요했고, 또 좋았다. 


그래서 우선 끝보다는, 


정연의 모든 것을 세심하게 느끼고 싶어졌다. 


정연의 손 마저도 모모는 도무지 놓치기가 싫어 더욱 꽉 부여잡을 뿐이었다. 


정연은 그런 마음을 알겠다는 듯이 간간히 웃었다. 


그리고 모모처럼 제 손에 힘을 주었다.




"지효랑 나연온니한테... 안 가도 괜차너? 엄청 괴로워 하고 있는데..."




일순간 정연의 얼굴에 덤덤한 슬픔이 스쳐지나갔다. 


마구 가슴이 아픈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때의 허탈함과 씁쓸함 같은 것이. 


잠시 그렇게 말을 아끼던 정연이 이내 모모를 향해 웃어보였다.




"원래 둘이, 예전부터 좀 소녀 감성이었어...

안부나 좀 전해줘. 나 잘 있다고..."




그리움을 가볍게 넘겨보려는 정연의 수고, 


그 마음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아 모모는 웃어주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저 뿐만은 아니었을 텐데, 


지효도, 나연도, 다른 멤버들도, 부모님도, 


모두가 보고 싶었을 텐데 선택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고, 


모두를 가슴에 묻고 저를 선택해준 정연에게... 


자신마저 슬픈 기색을 내비춘다면, 얼마나 할당 받았을지 모를 이 여행의 시간. 


웃음으로 채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전망대에 다가설수록 모모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일분일초가 아까워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라 쉽게 입을 열기조차 힘든 상태였다.


그저 어떻게든 정연을 최대한 많이 담아두고, 


느끼고, 바라보기 위해 쉬지 않고 정연의 팔을 어루만지고, 


얼굴을 바라보고, 눈 안에 꼭꼭 눌러 담았다. 


정연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모모의 행동을 보며 가만가만 웃어줄 뿐이었다.




"다 왔다."




그녀들은, 곧 전망대에 도착했다.




"요기가... 오고 싶었어?"


"그래, 있잖아 모모야..."




전망대 안에 들어서


정연은 은은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모모에게 말했다. 




"오늘 이 추억은, 내가 가져갈 수가 없어... 

그러니까 네가 잘 기억해줄래? 이 전망대도, 우리가 걷던 산책로,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 하나까지도, 네가 기억해줘..."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여행을 이쯤에서 끝마쳐야겠다고, 


정연은 이렇게 밖에 여행의 끝을 알리지 못한다. 


모모는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 


지금 정연의 눈을 바라본다면 웃어줄 수는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어 그저 고개만 주억댄다. 




가야하는 거니까,


하늘이 정한 일이니까...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다 알면서도 벅차게 차오르는 미련한 욕심이 모모를 괴롭힌다. 




알지만... 


정해진 일이라는 것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다 알지만, 


그렇다고 해도, 단 한 번만 더...




"이제 잠이 들 거야. 깨어나면 넌 숙소에 있을거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모모는 조금씩 휘청대기 시작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 얼마나 많았던 걸까... 


정연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모모야. 좋은 곳, 좋은 음식, 네 눈으로 볼 수 있는... 

이 세상의 멋진 풍경들, 많이 보고, 많이 담았으면 좋겠어. 

그 모든 것들, 내가 할 수 없었던 것들까지 네가 다 겪어보고 와.”





외로이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자신 때문에 건조하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혹시라도 죄책감에 사로잡힐지 모를 모모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저, 흘러가고만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


모모는 너무나 잘 안다.




"싫어...가지마. 정요나..."


"모모야. 나 봐."




정연의 차가운 손이 모모의 턱을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짧은 시간 밖에 너와 함께하지 못했지만, 나는 행복했어...

그러니 나도, 그런 고마운 너에게 부탁 한가지 하고 갈게."




모모의 가슴이 무너지고, 눈가가 붉어진다. 


그런 모모를 위해, 정연은 최대한 밝게 웃어보였다.





"그냥...내 죽음을 받아들여줬으면 해.

나는 정말 괜찮으니까, 내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고,

나한테 미안해하지도 않아도 돼..."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모를 안쓰러운 눈으로 지켜보던 정연이, 


어쩔 수 없는 깊은 한숨과 함께 한 손으로 모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어느날 그랬던 것처럼.


따스하고 다정하게...




"너는...너는 나한테 할 말 없어?"




옅게 떨리는 정연의 작은 손. 


모모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그 손을 붙잡아버렸다.





할 말이 참 많아. 


감당하기 힘들만큼 너에게 하고픈 말이 많아. 


네 생각이 차오를 땐, 그땐 어떻게 견뎌내야하는지... 


나는 그렇다고, 네가 떠난 이후엔 많이 추워졌다고, 


사실 떠나보내는 길이 많이 힘겨웠다고, 


보고 싶어지면 하늘을 바라봤었다고...



다 말해주고 싶은데... 



막상 네 앞에 있는 지금 나는, 차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너를 만나서 너무 기쁜데... 


그만큼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차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어...




"정요나, 잠깐만..."


"모모야..."




와르르 쏟아져버리는 눈물. 




"전망대 오고시퍼따며...흐읏... 그러니까 딱 한 시간만 더. 아니 십 분만... 

그것도 안 되면 일 분만...으아으... 제발, 제발 정요나..."




모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서럽게 울어버리고 만다. 


울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정연의 앞에만 서면 이렇게 작아지기만 하는 자신이 밉다. 


이렇게 떠나보내면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 


그 슬픔을 참아내기란 너무나 버겁기만 하다. 


정연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조금만.


제발 조금만 더...




자꾸만 그 한마디가 맴돈다.




"슬퍼하지 마. 모모야...네가 기억하는 한, 우리는 헤어지지 않은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이렇게 가도, 난 늘 네 옆에 있어..."




정연은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모의 손을 거두어내고, 


잠시 뒤를 돌아보다 다시 모모를 바라보았다. 


이제 가야할 시간. 작별을 고하고 있는 눈이, 그 시선이, 모모를 어루만지고 있다.


정연은 모모를 끌어안았다.


뜨겁고, 차갑게. 묘한 조화를 이루는 정연과 모모의 포옹이 길게 이어진다. 


조금 더 선명하게 느끼고 싶은 모모는 정연에게 바짝 매달린다. 


이 차가운 온도마저 빠짐없이 기억하고 싶은 모모의 마음...


어쩌면 오늘의 시간은, 


간절히 바라고 바라던 마음으로 모모가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정연의 말처럼 한낱 꿈 속일지도... 


하지만 모모는, 감히 괜찮다 말하고 싶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생각이니까.




"사랑해에에...정요나 사랑해!!"




잠시 눈을 감은 잠깐의 틈 사이, 


미처 눈을 뜨지 못하고, 모모는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










팟. 하고 정신이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아까의 그 아득했던 공간이 아닌 현실 속의 명확한 빛이었다. 


모모는 시야가 정확하지 않아 눈을 몇 번이나 감았다 떴다. 


그제야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차기 시작한다. 


멤버들이다. 


모모를 제외한 일곱 명의 멤버들. 


모두를 한 명씩 바라보며 눈을 마주치는데 다들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쯔위는 울기까지 한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모모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다 결국엔 잠긴 목을 열었다.




"요...요기 오디야?"




팔짱을 끼며 서 있던 지효는 불쑥 다가와 모모를 오목조목 뜯어본다. 




"숙소야, 바보야...너 지금 12시간 동안 잠만 잔 거 알아? 

몸이 안 좋으면 바로 말하고 쉬었어야지..."




지효의 말을 흘리며 모모는 재빨리 주위를 둘렀다. 


역시 정연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꿈이었던 것일까...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지효의 걱정에 모모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고개를 푹 숙이더니, 입술을 깨무는지 얕은 신음소리를 내더니, 


이내 아이처럼 흐느끼기 시작한다. 




"정요나... 정요나!!" 




애타는 목소리로 불러봐도, 답이 없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며 얼굴 전체를 적신다. 


왜 일까. 왜 이런 일이 눈앞에 펼쳐지는 걸까. 


현실이 아닐 텐데, 고작 꿈이었을 텐데...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며, 심장은 또 왜 이렇게 통곡을 할까...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잔인했다.


 


내 심장을 이렇게 멋대로.


망가트려도 되는 건가...




멤버들은 그런 모모를 끌어안더니 너 나 할 것 없이 꺼이꺼이 울음을 터트린다.




"왜 다들 울고 그래..." 




일부러 힘 있게 말하는 지효는 멤버들을 챙긴다. 




"모모야, 울지 마. 응? 쯔위도 울지 말고, 

야, 임나봉! 언니는 왜 울어! 애들 챙겨야지!

사나 너도 참... 자, 자. 일어나, 저녁 먹으러 가자..." 




저도 눈에 눈물이 맺힌 게 다 보이는데 지효는 안 우는 척 멤버들을 일으켜 세운다. 


지효의 손길에 눈물을 쏟아내던 멤버들이 정신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빠져나간다. 


하아.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들을 이불 끝으로 닦아내는데 문득, 모모의 눈길이 방 안 한켠에 머문다.




"어, 어...?"




모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분홍색 종이...


침대 옆으로 쌓여져있는, 

정리하다만 정연의 유품들 속에서 반짝이는 저것은 분명...

떨리는 모모의 손이 조금씩 분홍색 종이로 옮겨졌다. 

분홍색 편지지 한 장이 눈앞에 넓게 펼쳐졌다. 

모모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작은 글씨를 들여다보았다. 



-모모야, 아프지 말기를, 울지 않기를, 더 이상 힘든 일이 너를 찾아오지 않기를 바랄게.

그리고... 가끔 그리워진다면, 언젠가 네 꿈에 다시 찾아갈게.-





모모는 분홍색 종이를 가슴에 꼭 움켜쥐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종이에 스며들었다.


꿈이 아니었다. 


정연은 있었고, 정연은 모모에게 말했고, 


모모와 걸었고, 소중한 시간을 남겨주고 먼 길을 떠났다. 


됐다. 모모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꿈이 아니었으니 됐다. 


모모는 번진 눈물을 닦아내고, 시큰해진 코를 매만지며 웃어버렸다. 


가끔 모모는, 정연이 참 많이 보고 싶어 쓸쓸해질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쓸쓸함은 찰나일 뿐이다. 괜찮다하며 웃을 수 있다. 


그리움이 남겨져 있는 사람은 그리움을 모르는 사람보다는 행복하다는 것. 


이제 모모는 안다. 


정연이 그리울 때마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을 정연이 선물해줬으니


괜찮다, 그 정도면...


기억하는 한 오늘은 추억이 되고, 언젠가 괜찮다 웃을 수 있을테니...


그러니 모모는, 오늘을 잊지 않으려한다. 


그녀들을 감싸던 풍경도, 


꼭 잡고 있던 손도, 맑은 웃음소리도...


마지막 인사는, 그제야 흘러나왔다.




"잘 가, 정요나... 나도 네가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어, 정연아? 


네가 떠난 지도 벌써 한참인데, 여기 설악산은 그대로야.


그리고 나는... 늘 그렇게 지내왔듯이 잘 지내고 있어.


시간이 참 빨라, 


작년에 너 찾아서 설악산 왔을 때까지만 해도, 


네 앞에 서기조차 너무 힘이 들었는데, 이제는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 


너랑 약속한 것도 있으니까, 괜찮아져야지. 


좋은 곳, 맛있는 거 많이 먹기. 


해야 될 게 너무 많으니까 앞으로도 더욱 힘내보도록 할게... 


네가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 


꿈에 찾아온다더니, 어쩜 한 번도 나오지를 않아? 하여튼 넌 그게 문제야... 


지나치게 내 걱정을 하는 게 문제라고. 


꿈에 나타나면, 또 우리 모구리가 한동안 얼마나 슬퍼할까, 


그 걱정하느라 안 나오는 거지? 바보 같기는... 


네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걱정하고 있는 내 생각은 조금도 하지를 않는다니까. 


가끔 찾아와줘. 네가 찾아와도 씩씩하게 웃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가끔은 꼭 와줘야 해. 알았지?


우리가 언제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날이 기다려지긴 하지만, 조급해하진 않을게. 


우리는 꼭 다시 만날 거고, 


그 후엔 지금 떨어져 있는 시간은 우스워질 만큼 오래도록 함께하게 될 테니까. 


그 믿음만 있으면,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그러니 정연아. 그때까지 나, 너 없이 잘 지내고 있을게... 


네가 내 걱정하지 않게, 걱정 돼서 꿈에도 찾아오지 못한 채로 앓고 있지 않게, 밝게 지낼게. 


그리고 다시 만나면... 그때는 한 순간도 네 곁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지금 이 그리움, 남김없이 털어내 버릴 수 있도록. 


너도 밝은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어야 해. 나 모른 척만 해봐. 


끝까지 쫓아가서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정연아... 나 하나도 잊지 않을게. 


나에게 있어 최고의 벗이었고, 가족이었던...


함께했던 너와의 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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