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고시원에서 산지 1년이 되었다. 공장 2교대를
1년하고 인센티브 먹튀후 그 돈으로 공무원 준비를
하였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처음에 공부한다고 이것저것 사고 인강, 책등을 구입
하며 수백만원을 순식간에 써버렸다.
일단 이렇게 지르면 힘들게 번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고등학교때마냥 전혀 공부하지
않은채 8개월후 2018년을 맞이했다.
이때쯤 위기감과 자괴감을 정말 심하게 느꼈다. 수
백만원을 써놓고 공부를 안했을뿐만 아니라 그 많은
시간을 롤에 투자해놓고 다이아도 찍지 못했기 때문
이다. 개소주, 캬하하, 로이조.. 수많은 교육영상을
보고 나름 인생에서 가장 노력했었는데 하...
그렇게 롤을 접고 한동안 웹툰, 라노벨, 유튜브 등을
보며 몇개월은 고시원 바깥에서 나가지 않고 살았
다. 찌린내가 나는 공용 샤워실에서 씻는데 뜨거운
물이 잘 안나와서 불편하다. 잔뜩 사놓은 즉석식품
들을 반찬 삼아 고시원의 쉰 밥과 같이 먹었다. 밥이
쉬어서 냄새나는 이유는 원장이 전기세를 아낀다고
퇴근할때 밥솥 코드를 뽑고 가기때문이라는걸 최근
에 알게되었다.
요즘에는 유튜브에서 연고티비를 보면서 나도 명문
대에 갔으면 저렇게 즐거웠을까하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그렇게 하루종일 핸드폰을 보고있자니 갑자기
소름끼칠정도로 미래가 불안해졌다. 이제 2018년
도 절반이 지나갔는데 이래서는 안되지않을까..
그래서 공무원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 했는데 고시원
방이 좁고 숨쉬기 불편해서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도
구입했다. 조금 나아진듯 하지만 여전히 답답한 느
낌은 그대로인거 같다. 아무래도 집중이 되지 않아
유튜브로 공신 공부법, 윤한길 쓴소리 등을 몇번이고
돌려보았다. 왠지 결국에는 공무원이 될거같은 기분
이 들었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났는데 공부를 하려면 사람이 많
은 곳에서 하는게 낫다고 일베에서 충고해줬다. 과
연 그 말이 옳다 생각하여 근처의 스터디룸 카페로
가서 하루 고민을하다가 월 23만원을 내고 24시간
정기권을 구입하였다. 생활이 불규칙하니 시간이 정
해진 주간권보다는 이게 나한테 적합하다고 판단했
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시원에서 오래 지내서 그런걸까 정기권은
구입했는데 카페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람이
많은 것도 부담스러웠고 대부분의 이용객이 여자였
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태한 습관이 뼛속
까지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해버렸다. 그러
다 밥먹고, 또 누워서 폰보고 밥먹고 씻고... 계속
혼자서 1평짜리 공간에서 무한반복.
오늘은 부모님한테 화상통화가 왔었다. 당황해서 고
민하다가 일부러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통화가 잘
안된다며 끊었다.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사
실이 너무 비참해서 잠깐 울었다. 방음이 되지 않는
고시원이기에 최대한 숨죽여서 우느라 힘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