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핫!"

 하마터면 입에 든 콜라를 뱉을 뻔 했다.

 "뭐? 어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여기서 왜 튀어나와!"

 "그야 이상이 나를 여기로 끌고 온 장본인이니까."

 "무슨... 커헉, 커흑! 아니, 나는... 그저 부탁을 받고 널 데려온 것뿐이야! 장본인이라니!"

 아오, 콜라에 사레가 걸리니까 엄청 따갑다. 

 푸른 섬도 곤란한 듯 했다.

 "미래야... 이상은 일반인이라서 말이야. 이런 일에 끌어들이기는 곤란한데..."

 "아무튼, 내가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들을 전부 믿기는 힘들어요. 솔직히 말해서요. 그건 푸른 섬 씨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믿을만한 증언이라고는 여기 있는 이상의 증언뿐인데, 그렇다면 그 말의 책임은 어떻게 지는 거죠? 증언을 한 것도 이상이니까. 책임지는 것도 이상이 해야지. 그러니까 이상도 따라와!"

 "그런 말도 안 되는 개소리가 어디 있어! 지금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아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몰라! 아무튼 이상도 따라와. 안 그러면 나도 안 갈 테니까! 푸른 섬 씨. 죄송하지만 말이에요. 제가 말한 조건이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푸른 섬은 고심하는 듯 했다.

 "..."

 짧지만 긴 침묵이 흐른 후, 푸른 섬은 나의 얼굴을 뻔히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바라봐요?"

 "일당 10."

 "...네?"

 "일당 20."

 아니, 어른이 그렇게 간절히 바라보면 부담스럽다고!

 "싫습..."

 "일당 30 줄게. 응?"

 제 교복 옷자락은 일단 놓으시고요... 하아.

 "알겠습니다..."

 "만세!"

 푸른 섬은 두 팔을 위로 올렸다.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미래야, 이제 그럼 같이 가주는 거지?"

 "좋아요."

 "잠시만, 정말로 이상도 데려갈 셈이야? 일반인을 끌어들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유성이 내 편을 들어주었다.

 "아니, 전혀!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내가 다 안전하게 지켜 줄 테니까! 사실 여기 있는 미래도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잖아? 내가 그런 각오 없이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해?"

 "아니, 그렇다면 상관없지만."

 이럴 수가, 결국 같이 가게 되는 건가? 미래가 날 보고 쌤통이라는 듯이 히죽거렸다. 

 으아아아! 콜라병으로 저 년 머리를 내리치고 싶다!

 "좋아, 그럼 일이 잘 해결되었으니 기뻐.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까! 바로 오늘 가는 거야!"

 '에에에에에에엑?'

 푸른 섬은 두 번 박수를 쳤다.

 "그럼 오늘 모임은 여기서 마치고. 오늘 밤 바로 간다! 자아, 그럼 오늘 밤 여기 모인 사람 전부 11시까지 산 입구로 와주었으면 좋겠어. 알았지?"

 푸른 섬은 우리를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그 날 횟집에서의, 회담을 빙자한 설명회는 종료되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밤 9시이다. 
 산 입구까지 갈려면 한 시간은 걸릴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하도록 할까. 휴우, 방학식 첫날부터 이게 뭔 짓인지.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거기 이상이야?"
 미래였다.
 "뭐야, 왜 전화한거야?"
 "뭐야, 삐진 거야? 겨우 그런 일로 삐지긴, 하하하!"
 "끊는다."
 "잠시만, 잠시만! 아직 아무 말도 안했다고!"
 "뭔데, 빨리 말 해."
 "오늘 갈 거야?"
 이상한 질문이었다.
 "그럼 넌 안 갈 거야?"
 "아니, 가야지. 약속 했으니까."
 "그럼?"
 "아니... 그게 말이야, 조금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보려고 했어."
 "뭣?"
 "이상은 무섭지 않아?"
 무섭고 자시고 짜증나 죽겠다. 왜 야밤에 끌려 다녀야 되는지...
 "아니."
 "나는 조금 무섭다고나 할까? 그게 말이야.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거든."
 그건 좀 공감 가네. 나는 어젯밤까지만 해도 몰랐거든.
 "그런데?"
 "그런데 막상 이런 일이 닥치니까. 뭐랄까, 아. 설명하기 어렵다."
 "할 말 없으면 끊지?"
 왜 이런 쓸데없는 전화를 하는지 모르겠다.
 "아아, 그리고 말이야. 오늘 복도에서 유성하고 이야기했지?"
 "그런데?"
 "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해서 어쩔 줄 몰랐지 말이야? 그런데 다행이야. 난 또. 나를 데리고 와라, 이런 이야기였다니. 정말 별거 아닌 이야기였잖아."
 "그건 또 어떻게 알았는데."
 "유성에게 직접 전화했지."
 "유성에게 직접 전화했다고?"
 "응. 혹시나 해서 푸른 섬 씨에게 유성의 전화번호도 물어보았거든. 아까 유성에게 전화했어. 많이 놀라더라, 유성."
 "그런데?"
 "아마 친구한테 한 번도 전화가 걸려온 적 없는 거 아닐까."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아무튼 대화해보니까 평소 내가 가졌던 이미지하고는 다른 애더라고. 거만하고 도도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착한 애 같아. 나하고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앞으로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
 "너보다는 확실히 착할 거야."
 "...그거 무슨 말이야."
 그나저나 목소리가 평소의 미래답지 않았다. 
 평소보다 톤이 조금 약하다고 해야 하나, 학교에서 보던 그 높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하긴 자기도 조금 무섭긴 했나 보다. 나한테 이런 쓸데없는 전화를 다하고.
 "그럼 더 이상 할 말 없지? 끊어."
 "정말이지, 이상은..."
 "내가 뭐?"
 "아니다, 끊어. 그럼 오늘 밤에 보..."
 딸깍
 전화를 끊으라고 해서 끊었다. 시계를 본다.
 '...'
 가기 싫어도 할 수 없지. 
 젠장! 딱 눈감고 오늘 밤만 새는 거다! 
 일당 30이라고 했지? 
 그거 안주면 정말 노동청에 고발할 겁니다!

 밤 10가 되었다. 맨몸으로 나오라고 했으니까 별 다른 준비물 없이 나가도 되겠지. 
 지갑과 교통카드만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시원하다. 하지만 불어오는 바람에는 물기가 스며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분다. 하늘이 묘하게 흐리다. 
 '혹시 비가 오는 건 아니겠지? 낮에는 그렇게 맑더니!'
 그러고 보니...
 '이상? 그거 알아? 오늘 밤에 비가 온다고 하더라고.'
 오늘 낮에 미래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기도...
 푸른 섬은 이걸 알고 있는 걸까? 오늘 비가 오는 걸 알긴 알았던 걸까? 
 은근히 대책 없는 사람일지도... 우산을 가지고 나올까 했지만 저 앞에 바로 버스가 왔기에 그냥 탔다. 
 그래, 푸른 섬을 믿자. 다 대책을 세워놓았겠지. 
 버스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다행이다. 내가 교복을 입었기 때문에 혹시 같은 학교를 다니는 녀석이라도 만나면 골치가 아파진다. 
 오늘 방학했는데 교복을 입고 다니면 이상한 녀석으로 보일 수도 있잖아.

 내가 교복을 입고 나온 것은 푸른 섬의 지시 때문이었다.
 '아무리 망나니 같은 녀석이라도 신은 신이니까. 신을 접하려 갈 때는 경건한 옷차림을 해야 되는 법이야. 자아, 너희는 학생이야. 그리고 학생에게 가장 맞는, 학생의 본분에 맞는 옷이 뭐지? 그래, 교복이야. 너희 학생들에게 교복만큼 경건한 옷이 어디 있겠어? 그러니까 교복을 입고 나오도록 해.'
 '신을 만난 뒤에 총으로 쏴버릴 거잖아요? 그런데 굳이 경건한 옷을 입고 나갈 필요가 있어요?'
 '몰라, 만난 뒤에 죽이든 똥꼬를 빨아주든 일단 만나러 가는 건 맞잖아. 그러니까 교복 입고 나와.'
 창 밖을 바라본다. 저 멀리 산이 보인다. 
 우리가 오늘 올라갈 산이다. 학교에서도 창 밖을 바라보면 항상 산이 보였다. 
 산에는 거의 항상, 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안개가 끼어있었다. 
 왜 그런 걸까. 잘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도 안개가 심했다. 
 날씨가 흐리니까 그런 거겠지. 
 그래도 저건 좀 많이 심한데. 
 안개가 통째로 산을 덮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산의 중턱부터는 아예 그 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저 산에 산신령이 산다고... 믿어야겠지.' 
 지금 시간을 보아 아마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다. 내가 제일 먼저 오는 거 아니야?
 
 버스는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가더니, 마침내 종점인 산 입구 근처에서 섰다. 
 버스 밖으로 나가니 바람이 쌩쌩 불어왔다. 
 시원하고 좋네. 그럼 올라가 볼까?  
 그나저나 하늘과 불어오는 바람을 보아하니 작은 비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아마 천둥이 치고 번개가 떨어지지 않을까, 
 그래. 거의 폭풍우 수준일 것이다. 점점 우산을 들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