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럼 '고유성'이라는 여자애도 알겠네?"
같은 반 여자애였다. 그런데 갑자기 걔가 왜 나오는 것이지?
'설마?'
아, 난 왜 이때까지 깨닫지 못한 걸까?
아무리 놀랐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눈앞에 있는 사람의 눈동자 색과 머리카락 색까지 몰라볼 수 있는 것일까?
처음 본 순간부터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제야 왜 그랬는지 알겠다.
내 옆에 앉아 운전하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은 '하늘색'이었다.
'하늘색이라니...'
순간 그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유성의 가족이신가요?"
"아, 그래. 내 소개가 늦었구나. 내 이름은 '고요한 푸른 섬.' 그녀의..."
잠시만.
"이름이 '고요한 푸른 섬'이라고요?"
"그래. 물론 개명한거야. 성은 '고'씨고. 재밌는 이름이지? 반가워. 난 유성의 언니야."
'역시... 언니였구나...'
고유성. 그녀는 같은 반 여자애였다. 성은 '고'이고 이름은 '유성'이다. 그냥 유성이라 부른다.
솔직히 유성하고 같은 반이기는 하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아는 건 별로 없다. 사실 우리 학교에서 그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녀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없다. 왜냐하면 한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희고 깨끗한 피부에 수려한 외모만 하더라도 지나간 사람이 다시 뒤돌아보게 만들 정도이다. 하지만 그녀를 한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하늘색 머리에 하늘색 눈동자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거의 사기에 가까운 존재감이다.
하지만 그런 외모에도 불과하고 평소 반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엄청 약한 편이었다. 왜냐하면 바로 그녀의 조용한 성격 탓이었다.
물론 조용한 성격의 여자애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은 친구가 있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나누는 친구가 없었다. 그녀는 항상 혼자였으며, 따로 움직였다.
말이 없었다. 말할 상대가 없으니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그녀는 하나의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였다. 특이한 외모에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존재. 그런 존재에게는 응당 괴롭힘이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다행히 고등학생쯤 되면 머리가 클 만큼 큰지라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자기 갈 길 가기도 바쁜 시기이다. 특히나 고3은 더더욱. 따라서 그녀, 유성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무관심'이었다.
그리고 특이한 외모라도 계속 보면 익숙해진다. 그래서 반 아이들도 나도 그녀에게 별반 관심은 없었다.
그나저나 그녀의 언니도 머리카락 색깔과 눈동자 색깔이 같을 줄이야.
"아아, 그렇군요. 이런 우연이..."
"나도 놀랐어. 하필이면 구해준 남자애가 우리 유성이와 같은 반 애일 줄이야. 그래서."
고요한 푸른 섬은 말을 끊었다. 그리고 웃으며 물었다.
"유성이는 반에서 어떤 애야?"
"네"?
이게 무슨 소리지.
"우리 유성은 평소 학교에서 어떤 애인지 물어보았어. 그래, 참 예쁜 애 아니니? 나를 닮아서 말이야, 하하하. 그래, 학교에서 엄청 인기 많지 않니?
하긴, 그렇게 예쁘고 귀여운데 인기가 없을 리가 없겠지. 틀림없이 남자애들에게 인기가 엄청 많을 거야. 아니, 착하니까 같은 여자애들도 좋아할걸? 아아, 분명 친구도 많겠지. 부러워라~"
그렇게 말하는 고요한 푸른 섬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나저나 지금 푸른 섬이 말하는 유성이 그 유성이 맞기는 맞는 거야? 아니, 당신은 언니라면서 자신의 동생도 제대로 모르는 거냐! 아니, 혹시 유성은 학교에서하고 집에서의 행동이 다른 걸까? 하지만 애교를 부리는 유성이라니, 전혀 상상이 가지않았다.
"어때, 내 말대로지? 안 그래?"
엄청 기대하는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니, 운전이나 제대로 하라고!'
"네에?"
"안 그래?"
"..."
"?"
"...유성은 평소에 조용한 성격이거든요. 아마 관심 받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친구는 많지 않아?"
왠지 유성에게 몹쓸 짓을 하는 기분이다
한 번도 말을 나눈 적은 없지만...
"..."
"아니야?"
참기 힘든 침묵이 이어졌다.
"아니구나..."
푸른 섬의 표정이 시들해졌다. 그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는 자연스레 차가워졌다.
'설마 이걸로 자매 사이의 관계에 금이 가는 건 아니겠지?'
"...유성한테 제가 그랬다고 하지 말아주셨으면..."
"뭘, 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유성아, 정말로 미안하다! 내가 미안해!'
그러는 사이에 차는 집 주변까지 왔다.
"여기서 내려주셔도 돼요."
푸른 섬은 말없이 차를 멈추었다.
나는 문을 열고 내렸다.
"구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래."
나는 넌지시 물어보았다.
"괜찮으세요?"
"뭐가?"
"아, 아닙니다."
"그럼 잘 가."
"...네, 안녕히 가세요."
푸른 섬의 차가 멀어져갔다. 왠지 처량해보였다. 집에 가시자마자 술부터 들이키실 것 같은 이 예감은 뭘까.
'젠장, 그나저나 나도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녀의 언니 앞에서 그녀가 친구 없다는 걸 까발려 버리다니. 아아, 어서 잊어버리자.
집에 들어간다.
차를 타고 직행으로 왔기 때문에 집에 돌아온 시간은 평소와 비슷했다.
부모님은 역시 계시지 않았다. 아침에 예고한 대로 내 방학식을 맞이하여 일주일간 여행을 떠나셨다.
씻은 다음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검은 천장을 보며 나는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하굣길에 보았던 검은 형체들.
이상한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녀석들을 생각하자 구역질이 났다. 대체 녀석들은 무엇이었을까.
'산신령의 수하들이야.'
푸른 섬은 그렇게 말했다. 산신령? 정말이지 고약한 농담으로 밖에 안 들린다.
'이 산에는 산신령이 살고 있거든.'
우리 동네 뒷산에 그런 게 있다니. 것 참.
그런데 산신령이라니. 말이 산신령이지, 신이잖아.
그런 게 정말로 있다면, 다른 것들도 있는 게 아닐까? 그 뭐냐, 영혼이라든가. 귀신이라든가. 그저 흥밋거리로 보았던 그런 게 사실 정말로 있는 걸까? 외계인 같은 것도 사실은 전부 실제로 있는...
아니, 아니. 너무 앞서 나갔다.
'뭐, 생각한다고 답이 나올 리가.'
그렇게 얼마 있다 나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어렴풋한 이미지만 생각난다.
하얀 머리에, 붉은 눈을 가진 여자아이...
...
알람이 켜지자, 나는 눈을 떴다.
'뭐야, 벌써 아침인가?'
눈을 비비며 일어난 나는 어제 꾼 꿈을 떠올렸다.
무슨 꿈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꿈은 원래 다 그렇지.
하지만 조금 특이한 꿈이었다는 건 기억이 난다.
'뭐, 꿈은 꿈일 뿐이지.'
방문을 나서자 나는 부모님이 여행 간 것을 떠올랐다.
대충 시리얼로 아침을 때운다.
그나저나 오늘 방학식이었지. 그래, 기분 좋은 날이다.
입에다 시리얼을 꾸역꾸역 넣으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고요한 푸른 섬과 검은 형체, 그리고 산신령.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일은 더 이상 나와 관계없는 일이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간 건가...'
씻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학교로 나섰다.





